아주 살벌하게 역동적이었죠. 그 이상 더 역동적일순 없더군요. 자기한테 유리한 판 만들려고 온갖 수단 다 써가며 별별 거 다 동원하는게 눈물나게 역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도 참 역동적이었어요. 문재인과 안철수 중 누가 야권단일후보가 되나 하는게 막판까지 조율되지 않아 참으로 심장쫄깃하게 역동적이더군요.
역동적인 경선이 되어야 흥행에 도움이 된다고 하시는 분들 많은데 그 역동성의 실체가 뭔지 정말 궁금합니다. 물론 저런 난장판을 역동적이라 생각하진 않을 거예요. 아마 2002년 노무현의 경선을 생각하겠죠. 약체였던 후보가 어느 순간 작은 바람에서 시작해 돌풍을 일으켰던. 그런데 그때와 지금이 같나요? 상황 자체가 다른데 같은 현상을 바란다는건 모순이 아닐까요?
역동적인 경선이 되려면 후보들이 비슷비슷한 수준일때 경쟁이 치열하게 될테니 역동성이 있겠죠. 지금은 한 후보가 월등히 앞서나가는 상황입니다. 만일 1등이 1등 된다면 무난한거지 역동적이지 않겠죠? 그럼 1등을 잡아채기위해 비열하게 공격하고 끌어내리고 상처입히고 그러는게 역동적일까요? 싸움판 개판 만드는게 역동성은 아니겠죠.
문재인은 1등이다, 하지만 무난히 1등하면 재미없으니까 경쟁해서 역동성을 가져야한다라는 의견이 전 그 지점에서 이해가 안 되는겁니다. 개싸움이 아니라 정책대결같은 경쟁으로 역동적이 될수도 있겠죠. 아마 그걸 바라는 걸 테고요. 그런데 후발주자들은 안희정 제외하면 죄다 1등 공격을 수단으로 삼은 것 같습니다. 역동성을 위해 그런 것도 다 봐줘야하는 걸까요?
말 그대로 역동적인 경선에서 승리해 대선까지 그 여세를 몰아갔던 사람은 노무현 하나 뿐입니다. 김영삼,김대중,이명박,박근혜 모두 역동적 경선 치르지 않고 일찍부터 대세탔던 사람들이에요. 적어도 당내에서만큼은요. 노무현의 경우가 특별한겁니다. 그가 노무현이기에, 노무현과 대결했던 사람이 철새,구태로 대변되는 이인제였기 때문에 가능했죠. 이인제의 지지도가 지금의 문재인처럼 높지도 않았고, 좋은 이미지를 주지도, 준비가 되어있지도 않은 후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때 배경은 경선이 역동적일수록 관심을 모을 수 있었어요. 김대중 정부 말년에 레임덕 있었다해도 지금과는 비교도 안되게 정치지형이 평온했고, 그 바탕에서 돌풍이든 새바람이든 일어나면 그걸 신선하게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정치판 자체가 너무나 역동적이라 굳이 민주당 경선까지 역동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입니다. 민주당 경선도 경쟁후보들이 서로 공격하는 식으로 싸움판 벌어진다면 사람들은 그냥 피로감을 느낄 뿐이에요. 지금은 오히려 준비 오래해온 사람이 대세타는게 더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거고요. 유권자 입장에선 빨리 정권교체해서 적폐청산하는거 보고 싶은데 과정에서 삐그덕대는 거 보면 지치죠. 후보 입장에선 경선통과해서 대선준비할 시간도 얼마 없는데 본선경쟁보다 경선경쟁에서 힘 빼고 상처 입어야합니까?
박원순이나 이재명이 역동성 주장하는건 약체후보였던 노무현때처럼 자기들이 바람을 일으킬거란 기대때문일텐데, 신선한 바람도 아니고 구태바람으로 뭐가 됩니까? 정책대결 아무리 해봤자 차별화 못 시킬거 같아 벌써부터 상대 공격해서 어그로 끄는게 본인들이 주장하는 역동성인가요? 누구 말마따나 한마디로 "감동적이고 역동적인 경선을 위해 나에게 유리한 룰을 요구하는''거죠. 이런 걸 반칙, 깽판, 어거지라고 하는 거고요.
그리고 당원과 지지자들은 이런 반칙적인 행동에 대해 제지하고 비판할 권리가 있습니다. 당원과 지지자들이 심판입니다. 구경꾼이 아니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