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날 하루는 정말 길고 끔찍한 하루였었습니다.
제가 4학년때의 일입니다. 제 나이가 32살이니까 벌써 20년 전 일이지요.
저희 어머니는 시화공단에서 함바집을 하셨었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공단이 다 들어선 것이 아니라 함바집 손님들이 거의 공사장 사람들 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희 아빠는 토요일 일요일날만 함바집에 들르셨었고, 엄마는 거의 함바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생활을 하셨었습니다.
어느날 한참을 자고 있는데, 아빠가 씩씩 거리며 들어오셔서 언니는 찾더라구요.. 자다 깼는데 옆자리에 언니가 없었습니다. 아빠가 화를 내시며 '안깨니까 언니만 데리고 나갔다고' 막 그러시는 겁니다.
저를 깨워 저희 차에 저를 태우고 막 엄청 난폭운전을 하신는데 어린 마음에 술을 드셨나 했었습니다. 그건 아니었고, 화가 나셔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중앙동에서 차가 중앙을 나눈 그 나무 심어놓은 거를 타고 올라가는 바람에 제가 차 앞유리로 처박혔던 것은 유머 ㅡ.,ㅡ;
차가 프라이드라 차는 어디로 끌고 가고 아빠랑 저는 택시를 타고 엄마 함바집으로 왔는데 아빠가 아무래도 엄마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 아빠가 오늘 무섭다길래 여기서 자려고 그랬는데 너희 엄마가 한밤중에 남의 차를 타고 들어오다가 아빠가 누워있는 것을 보고 도망을 갔다 하신는 겁니다. 언니만 데리고 간 것 같다고 하는데 펑펑 울면서 아빠 손을 잡고 나는 어디 안간다고 막 울었습니다. ( 나중에 알고 봤더니 오해였습니다.)
아빠랑 좁은 방에 낑겨서 자다 아침에 일어나니 학교를 가야 할 시간 이었습니다. 그때 당시엔 버스가 좀 적었던지 시화에서 나와 안산역에서 갈아타야 집이나 학교를 갈 수 있는 노선이라 안산역에서 내렸어야 하는데 제가 아침에 어젯밤 일 때문에 멍해져서 그런지 버스를 반대로 타고 말았습니다.
당황한 저를 보고 버스기사 아저씨가 내려서 있다가 자기 나갈때 같이 나가면 되니까 같이 가자고 그러시더라구요. 알았다고 하고 구석에 앉아있는데 하필 코피가 터져서 막 흐르는데 휴지도 없고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그칠때 까지 그냥 바닥에 흘리고 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손이랑 티셔츠에도 좀 묻었구요.
버스 기사 아저씨가 제 몰골을 보더니 휴지를 좀 챙겨줘서 코를 대충 닦고 버스에 앉아있는데 어려서 그냥 제가 피를 흘려서 그런 줄 알았는데 어른들이 저를 막 쳐다 보시더라구요.
안산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탈까 전철을 타고 한대앞역까지 갈까 생각을 하던 도중에 손이랑 얼굴을 씻어야 겠다 싶어 전철을 타야 겠다는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하곤 안산역으로 들어가서 전철을 탔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끔찍한 남자를 거기서 만났습니다. 제가 손이랑 얼굴을 닦았어도 어젯밤에 잠옷으로 입고있던 꼬질꼬질한 티셔츠랑 반바지에 떨어진 핏방울은 어떻게 못하는 거잖아요. 구석에 자리가 있길래 앉았더니 아줌마가 바로 일어서서 자리를 피하더라구요. 왜 그런지 몰랐는데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서 옆자리에 앉더니 저 보고 어디가냐 왜 전철탔냐 물어보더라구요.
11살이나 먹고도 눈치를 못채고 엄마 있는대서 자다가 버스를 잘못타서 지각했다 집 가서 씻고 학교 갈거다. 그런 대답을 하고 지금은 정확히 기억안나는데 안산역에서 부터 한대앞역까지 무슨 대화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내리려고 아저씨를 피하는데 아저씨가 니 부모님 좀 만나봐야 겠다고, 부모가 혼이 나야 된다고 그러는 겁니다.
응? 뭐지?. 우리 부모님이 왜 혼나? 학교 갈라고 나왔는데? 내가 뭐 집을 나왔어 뭘 했어? 하는데 주변에 있던 아줌마가 절 한심한 듯 보면서 아저씨 그런애 한테 신경쓰지 말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런애... 라면 아마 제가 이상한 애니 조심하라는 거였겠죠?.
아무튼 전철 안에 사람들이 절 이상하게 보길래 후다닥 한대앞역에서 내려서 가는데 그 아저씨가 저를 막 쫓아 오는 겁니다. 와..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상록수 역이 있는 동네까지 삥 둘러서 돌아가고 어떻게든 남자 떼버리려고 하는데 막 끝까지 쫓아 왔었습니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겠는데 공중전화에서 집에 전화하는 척 하고, 아빠가 집에서 기다리니까 그냥 가시라고 우리 아빠 무섭다고 막 그랬는데도 안가는 겁니다.
그러더니 집에 가서 아빠랑 얘기만 할거니까 집에 가자고 하면서 손목을 그러쥐는 바람에 집으로 안내를 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진짜 집 동네까지 와서 집에 못들어가고 빙빙 돌고 있으니까 저를 안심시키려 했는지 동네 통닭집 문을 열고 자기가 닭을 사서 아빠랑 한잔 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더니 진짜 소름끼치는게 냉장고에 들어있는 소주랑 생닭!!!! 을 두마린가? 꺼내서 지가 봉투에 담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저 한테 어디다 전화를 걸라고 시켰었습니다. 기억은 안나는데 전화는 당연히 안받았구요.
주인이 안돌아왔는데 그냥 가게를 나오더니 빨리 집을 가자는 겁니다. 이미 전 공포에 질렸었고, 뛰면 당연히 쫓아올거라고 생각하고 조금 빠르게 걸었습니다. 골목길을 돌자마자 보이는 동네 슈퍼로 후다닥 뛰쳐 들어가 아줌마 손을 붙잡고 도와달라고 울었더니 슈퍼 옆 쪽방에 저를 들어가라고 하셨는데, 진짜 문 닫자마자 그 아저씨가 슈퍼로 들어와서 진짜 울 뻔 했어요..
아저씨가 자기 딸이 집을 나가서 잡으러 왔는데 여기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못봤냐고 하시는데 우와 진짜 손발이 덜덜 떨리더라구요.. 그런데 슈퍼 아줌마는 저희 아빠를 아시니까 모른다 딱잡아 떼고 슈퍼 아줌마 의심하는 것 같으니까 신고 하겠다고 하면서 쫓아 내주셨었어요.
집까지 데려다 주시기도 하셨구요.. 뭐 거기서 끝났으면 그냥 뭐.. 이상하다 할텐데 제가 어쩌다 호동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다닌다는 소리를 했었던건지.. 제가 옷 갈아입고 학교가고 있는데 제가 살던데서 학교 가려면 굴다리를 건너야 하거든요.. 굴다리 앞 공원에서 그 생닭!!!!을 뜯으면서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바로 등돌려서 도망치다가 어떤 다마스 앞에 선 아줌마랑 아저씨한테 학교 가고 싶은데 이상한 아저씨가 납치 하려고 한다고 제발 도와달라고 그랬더니 아저씨가 다마스에 저 태우고 학교에 내려 주셨었어요..
학교에서 저희 언니 반에 갔더니 언니는 이 사건도 모르고 저 보고 어젯밤에 어디갔었냐고 혼을 내더라구요.. 제가 막 울면서 아침부터 있던 일 얘기 하니까 언니가 친구들 몰고 같이 하교했구요.. 역시나 ㅡㅡ 그 공원에서 술처먹고 드러누워 있는데 저 오줌 싸는 줄 알았어요..
집에 도착하니까 엄마랑 아빠랑 같이 계신데 막 소리 지르면서 울었더니 아빠가 맨날 효심엄마 하다가 야! 하니까 엄마는 놀래서 도망가고 아빠는 오해하셨다고.. ( 같이 일하는 이모 내연남인줄 아셨대요.. 이모가 엄마 몰래 열쇠줘서 걸린지 3일 만에 그런 일이 있어서 놀래서 도망가셨다고 ㅜㅠㅜ 오해 풀고 지금도 잉꼬부부)
제가 그 말 하자마자 아빠가 뛰쳐가서 그 아저씨 멱살잡고 경찰서 데려 갔는데 아저씨 하는 말이 ㅡㅡ 제가 자기 집에 같이 가달라고 그랬다고 진술 했답니다. 씻겨주고 옷 갈아 입혀 달라고 그랬다고요. 만약 그 아저씨를 집으로 데려갔다면 전 어떻게 되었을 까요.. 지금 생각해도 그날 일은 정말 끔찍한 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아이 혼자 나가게 하지 마세요, 대처 한 번 잘못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도 못받고 저 처럼 범죄자의 손에 순식간에 잡힙니다. 무서웠는데 주변에 도움을 못청했거든요. 제가 부랑자 처럼 입고 있어서 어른들이 절 피했기 때문에요..
아이들이 다 컸다고 생각하지만, 당해보지 않은 일에 대처하는 법을 아이들은 확실히 모릅니다. 저 처럼요..
두서없이 막 썼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