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한 달 전 어느 날, 어머니께서 전신 거울을 주워오셨습니다.
제 동생방 전신 거울이 얼마 전 깨졌던터라 깨진 거울을 꼴보기 싫어하시던 어머니께선 이게 왠 떡이냐 하고 주워오셨겠죠.
거울은 깨끗하고 멀쩡했습니다.
동생방에 전에 있던 거울은 무게 때문에 못을 위에 하나 박고 아래쪽에 거울 사이즈에 맞게 지지대로써 양쪽으로 두 개를 더 박아놨는데 신기하게도 주워온 거울 사이즈가 꼭 맞더군요. 마치 대고 못을 박은 것처럼.
어머니는 참 좋아하셨습니다.
제 동생은 깨진 거울도 상관 않고 걸어뒀던만큼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반응이였고요.
전 그냥 쓸만한 거울 잘 건졌네 하고 말았습니다.
단지 거울 같은 거 함부로 주워 오면 안 된다는 소릴 들은 듯 해 찜찜했지만 어차피 제방에 걸어 둘 것도 아니였으니까요.
저희집 강아지가 거울을 처음봤을 때 잠시 짖고 으르렁 거리긴 했지만 개야 뭐 낯선 물건이라 짖을 수도 있고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다른 개로 착각해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 일주일 정도 평소와 다름 없이 지냈죠.
제방에 건 것도 아니기에 거울의 존재를 슬슬 잊어갔습니다.
단지 강아지가 원래 동생을 제일 따라서 항상 동생방에 가서 동생이랑 자는데, 강아지가 동생방엔 들어갈 생각도 안 하고 제 방과 부모님 방에 와서 자기에 좀 의아했지만 그냥 요즘 장마철이라 동생이 산책을 안 시켜줘서 그러나 보다 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근데 일주일쯤 지난 뒤... 제가 어머니 차를 몰다가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습니다.
단지 차가 좀 긁히기만했지만 전 어머니께 엄청 혼났죠.
그리고 얼마 후 집주인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저희 집은 전세인데 전세값을 일억을 올려달라더군요..
결국 집세를 감당하기 힘들기에 쫓겨날 거 같습니다
그리고 또 얼마 뒤 또다시 차사고가 났습니다.
어머니 차와 오토바이가 충돌해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심하게 다쳤습니다. 이빨이 죄다 부러졌다더군요. 목뼈도 다치고요. 다행히 어머니는 심하게 다치거나 하지 않으셨지만 차가 완전히 찌그러져서 수리비와 바이크 운전자 병원비까지..
이때까진 별생각이 없었습니다. 집값이야 요동네 전세값이 많이 오르기도 했고 차사고야 장마철탓이라 생각했죠.
그리고 또 얼마 후 어머니가 가위질을 하시다 손을 베셔서 일곱바늘을 꿰메셨습니다.
자꾸 안 좋은 일이 연이어 일어나니 기분이 찜찜했죠.
그러다가 그제 새벽 제 동생이 자살시도까지 했습니다.
방안에서 전선으로 목을 매었더군요.
다행히 전선을 걸은 지지대가 빠지면서 실패했지만요.
새벽에 쿵소리가 나서 동생방에 문을 따고 들어가보니 바닥에 쓰러져있더군요..
그러고보니 동생의 상태가 거울을 방에 건 후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했단 걸 눈치채게 됐습니다.
밤에 자다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기도 했지만 간혹 악몽을 꿀 때 그런 적이 있었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 가봤자 문을 열어주지도 않았구요.
방안에서 거의 나오질 않더군요, 식사도 하질 않고.
말을 걸어도 무시하기 일쑤였고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질 않으니 얼굴 보기도 힘들었습니다.
안 좋은 일이 연이어 생기게 되고 왜인지 점점 몸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피해가 강해지는 거 같아 너무 불안합니다..
그 거울을 주워온 후부터 한 달 가량 동안 이 모든 일이 일어났습니다...
두려운 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겁니다.
동생과 대화를 할 수 없어서 상태와 이유를 물을 수가 없습니다.
거울을 떼버리고 싶지만 문을 잠근 채 방에 절대 들어오지 못하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