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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830938
    작성자 : 익명aGhsa
    추천 : 12
    조회수 : 2460
    IP : aGhsa (변조아이피)
    댓글 : 144개
    등록시간 : 2013/09/07 16:44:10
    http://todayhumor.com/?gomin_830938 모바일
    고소하려는 분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추정(?)되는데 고소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눈팅만 하다가 마음이 너무 심란해서 가입하고 글 씁니다.
    일단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부터 쓸게요. 지금 경황이 너무 없어서 글이 좀 읽기 힘들더라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제 저녁에 엄마가 저희 강아지를 데리고 한강에 산책을 나가셨다가 닥스훈트 두 마리에게 목덜미를 물리고 공격당했어요.
    저희 강아지는 목줄 하고 엄마가 끈 단단히 잘 붙잡고 멀쩡히 걸어가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저쪽에서부터 웬 닥스훈트가 달려오더니 다짜고짜 공격했다고 합니다. 닥스훈트는 목줄은 하고 있었지만 그 끈을 아무도 붙잡고 있지 않고 있었구요.
    떼어놓으려고 해도 도무지 떨어지질 않았대요. 닥스훈트 견주가 뒤늦게서야 와서 떼어놓으니까 그제서야 떨어졌는데 다른 닥스훈트가 오더니 또 물었대요. 저희 강아지는 너무 놀라서 똥오줌 다 싸고 막 깨갱거리면서 바닥에 뒹굴고... 네 군데나 물렸어요. 그것도 구멍이 뻥 뚫릴 정도로...



    엄마가 닥스훈트 견주랑 동물병원에 갔는데, 원래 가려던 동물병원은 못가게 하고 그 옆에 있는 다른 동물병원으로 가자고 그랬대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자기가 그 병원에 병원비 밀린 게 있어서 그런다고 했답니다.
    어찌어찌해서 저희 개는 응급처치가 끝났는데, 닥스훈트 견주가 돈이 없어서 치료비를 못 내겠다고 했대요. 현금도 없고 카드도 없고 자기는 신용불량자에다가 기초생활수급자래요. 그리고 큰딸 대학 시험보는것 때문에 더 돈이 없대요. 근데 웃긴게 뭐냐면 사고 당시 그 분이 일행분들이랑 같이 치킨 시킨걸 배달받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그럼 기호생활수급자인데 어떻게 닥스훈트를 두 마리나 키우냐고 했더니 자기도 키우기 싫은데 작은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키우는 거라고 그랬다는군요. 사료도 안먹이고 그냥 사람 먹는 밥 주고 있다네요. 
    그러고서는 저희 개가 입원해야 된다니까 입원시키지 말라고, 그거 다 바가지 씌우는거라고 그냥 집에 두면 알아서 낫는다고... 그 말 전해듣고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쇼크 와서 위험할 수도 있는데 남의 개라고 어떻게 그렇게 말 함부로 하나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해자가. 엄마도 어이없어하시는데, 그 사람이 그랬대요. 가난한 사람 처음 대해봤냐고. 그냥 가난한 사람한테 걸려서 재수 없으려니 생각하고 넘어가랍니다.



    너무 화가 났습니다. 돈문제보다도 이 견주의 태도가 너무나 불편했습니다.
    병원에서도 난감했는지 치료비는 원래 그 날 바로 내야 하는데 두 분 다 다음날 다시 오셔서 해결보라고 했대요. 어제 엄마가 황망하게 혼자 집에 들어오셔서는 방금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고 얘기해주시는데 듣고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저는 절대로 봐주면 안된다고, 지금 그 사람은 돈만 안 내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은데 그러면 법으로 처벌받게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가난이 권리인가요? 가난하면 돈 있는 사람들이 무조건 편의를 봐줘야 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듯한 그 태도가 진짜 짜증나고 미칠 지경이었어서 고소하자고 했어요. 상해죄로는 못하더라도 재물손괴로라도 고소해야 정신 차린다고요.



    엄마랑 저랑 둘 다 밤새 심란해서 잠도 못자고 그러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 닥스훈트 견주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엄마가 어제 치료비랑 앞으로 통원비 약값 다 해서 20만원만 주시면 합의해드린다고 했는데, 그 분이 그 적은 금액조차도 지금 당장은 못주겠고 자기 고1짜리 작은딸 오늘부터 알바 시작했으니까 알바비 나오면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작은딸이 개 잘 안붙잡고 있어서 사고난거니까 작은딸한테 책임지게 하겠다고...
    그러고나서 문자가 왔는데 이건 그냥 엄마 핸드폰 스샷을 첨부하는게 더 나을것 같네요.

    IMG_0560.JPG
    IMG_0561.JPG

    마지막 문자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지 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원래 오늘 두 시에 병원에서 보기로 했는데 그 분 못나오겠다고 하시곤 안나오셨습니다. 직접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었는데...
    저희 강아지는 다행히 심각하게 다친 건 아니고 상처도 벌써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지만 고름이 나올 수도 있어서 통원치료 하면서 더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경찰에도 이것저것 알아보고 봉변당한 저희 개새끼도 실컷 둥기둥기 해주고ㅠㅠ 그렇게 한시름 놓고 나서, 원래는 동물게시판에 글을 올려서 여러분도 조심하라는 식으로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쓰면서 생각해보니까... 어제랑 오늘 아침엔 너무 화가 나서 무조건 고소하자고 했었지만 머리가 좀 식은 지금 와서 찬찬히 생각해보니 제가 너무 융통성없이 고지식하게 구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ㅠㅠ... 자꾸 작은딸한테 알바시킨다 하면서 작은딸 걸고 넘어지는것도 진짜로 기초수급자라서 자기가 직접 일하면 수급이 끊겨 곤란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사실 이 글 쓰기 직전까지도 기초수급자라는거 솔직히 안믿었거든요 수상한 군데가 한두군데가 아니라서ㅠㅠ 그런데 글 쓰다보니 그것도 긴가민가 해지면서 제가 너무 원리원칙대로 행동해서 박하게 구는건가 싶어요... 그 고1짜리 애한테도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고민게시판에 글을 올리게 되었어요. 이게 과연 원칙대로 구는게 옳은 일인가 확신이 들지 않아서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ㅠㅠ 그리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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