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취직한지 일주일 즈음이 넘어갑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7~8개월 동안 일용직 알바를 하면서
집에다 생활비를 내면서 취업하고 싶은 분야를 공부하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했습니다.
원래 취직하고 싶은 분야였지만 도와줄 사람도 없어 독학으로 공부하다시피 해서 서류를 넣었던 회사였습니다.
서류 통과후 면접보러 오라는 말에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가 면접도 보고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회사로 들어왔지만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분명 포트폴리오를 보고 면접보러 오라고 결정했을 터인데
"~~씨 ~~할 줄 아세요?"
"아뇨 잘 모르겠습니다."
"~~~는 할 줄 아세요?"
"아니요...."
아니, 포폴을 봤으면 대충 수준을 알텐데 뭔가 이상한 일만 할줄 아냐고 묻는 거였습니다.
포트폴리오 라는 것 자체가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분야에 대해서 PR을 하는 자료 아닙니까?
포폴에다 만들어 넣었던 작업물을 만들어 보라고 하면 어떻게든 만들겠지만
제가 모르는 분야만 물어보고는 결국 아무 일도 시키지 않는 겁니다.
대답하는 제 심정도 당연히 처참했습니다. 신입이라고 뽑았더니 할줄 아는 건 없고
자신이 잉여 똥덩어리가 된 기분인데 누군들 기분이 좋겠습니까.
결국 그동안 회사의 몇가지 시시한 잡일만 2,3개 정도만 하고 제대로 된 회사일은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뭔가 일이라도 시켜야 삽질을 하던 일을 하던지 한텐데 아무것도 시키지 않는 겁니다.
처음에는 회사에 적응하고 공부할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인줄 알고 계속 책상에 앉아 독학을 했습니다.
계속 그 "모르는" 일에 대해서 인터넷 강의를 보고 따라해보고 이러기가 슬슬 3~4일 되어갑니다.
그럼 뭐라도 시킬줄 알았죠.
오늘도 시간만 낭비했습니다. 공부를 하면 뭐합니까. 체크해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수습기간 3개월 남았습니다. 월급이 짠것도 이해합니다. 저는 "정식"으로 취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요!
알바도 아니고 정식으로 신입으로 들어온 풋내기이기는 하지만 완전 스스로가 바보 병신이 된것같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오늘은 계속 마음 속으로 속이 상해서 "차라리 나중에 짜를거면 청소나 잡일이라도 시켜주십쇼.
이대로 회사에 기생충 처럼 살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습니다.
제가 잘못된 건가요? 아니면 원래 IT업종이 이런겁니까?
오늘 손을 만져보니까 각질이 점점 떨어져 나가더군요.
날씨가 건조해서 그런가하고 생각했다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일용직 알바를 하면서 생긴 굳은 살이 벗겨져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일용직 노동을 천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고 사회적인 인식이 좋지 않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전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몸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하루일을 끝내고 일당을 받을때에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도 IT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서 바쁜 시간을 쪼개면서 공부를 했더니
졸지에 쓸모없는 회사의 쓰레기가 되었습니다.
하도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더니 이제는 회사에서 왕따가 된게 아닌가 싶네요.
마음이 불편하니 누가 웃긴 이야기를 해도 웃음도 안 나옵니다.
이런 날만 지속되느니 차라리 제발로 회사를 나와 이직을 하던가 더 공부라도 하고 싶네요.
그마나 없는 돈 쏟아부어 서울로 올라왔는데 미치고 팔딱 뛰는 노릇입니다.
사회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어떤가요? 제가 잘 못된 건가요? 아니면 원래 그런건가요?
당장 내일 출근을 해도 뭘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취직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는 어쩌면 제 글이 배부른 헛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