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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82936
    작성자 : 청십초
    추천 : 7
    조회수 : 1232
    IP : 58.140.***.5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5/07/07 19:15:03
    http://todayhumor.com/?pony_82936 모바일
    [팬픽/번역]Five Score,Divided by Four ch.8-2
    Chapter.8 Emotions (감정들) ( 2/3 )

    =+

     

    야 잠깐만, 우리 이걸 완전히 까먹고 있었잖아?” 잭이 월마트에서 가져온 의약품 봉지에서 상자 2개를 꺼내면서 말했다.

     

    Universal cuff 2.jpg

     

    나도 그걸 보고 나서 말했다. “맞다, 그거....” 잭이 입으로 상자를 열어 거기 들어있는 유니버설 커프를 끼워봤다. 똑딱거리는 벨크로가 붙어있는 이 팔찌에는 자그마한 주머니가 달려있어 엄지손가락마냥 무언가를 끼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잭이 그거 가지고 다른 것들을 이것저것 착용해보는 동안, 나머지 하나를 나에게 던져줬다. 내 얼굴은 그 팔찌를 본 순간 바로 찡그러졌다. 왜 이런 게 필요한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니 포니로써 살아가는데 이런 이상한 팔찌를 쓴다면 그것 참 바보 같아 보이지 않나? “뭐 문제 있어?” 잭이 내 얼굴의 감정을 읽고선 물었다.

     

    난 잭을 바라봤다. 그녀에게 내 생각을 정직하게 말해줄 순 없었다. 잭은 티끌 만이라도 남아있는 인간다움이라는 것을 잃지 않으려고 고군분투 하고 있어 보였으니까. ,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니까, 딱히 그런 모습을 안 좋게 보거나 그런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어째서 내가 잭이랑 완전히 상반된, 그러니까 잭이랑 달리 내가 포니가 돼서 행복하다를 넘어 아예 포니로서의 모든 것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입장이 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나는 이번 변화의 모든 과정 하나하나 전부 즐거워했었고, 변화가 다 끝난 지금은 즐기는 것 이상으로 아예 이 변화가 영구적으로 지속되기를 무의식 적으로 원하고 있었다. 정말 이상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난 포니가 되는 것이 좋았고, 그게 순리에 맞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속으로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내 얼굴엔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속으로 너무 생각한 나머지 얼굴 관리는 잘 안 됐었던 것 같았다. 잠깐 생각을 미루고 고개를 돌린 내 시선에 잡힌 것은 혼란스러운 듯 눈초리를 올리며 나를 쳐다보는 잭의 얼굴이었다. ‘제길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잭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분명 내가 느끼는 기분과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까. 게다가 사실 나조차도 어째서 이렇게 느끼는지 조차도 모르는 판이니.... “, ? 미안한데 질문이 뭐였지?...... , 문제 있냐고?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생각할게 조금 있어서.... 여튼 여튼 유니버설 커프라고? 좋은 생각인데? 한번 끼워보자고.” 난 한 발굽에 그 팔찌를 끼웠다. 난 이게 그닥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 유용해 보이기는 했고, 그냥 쓰면서 지내는 편이 잭에게 난 더 이상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 보다 더 편할 것 같았다.

     

    잭은 나를 몇 초가량 나를 묵묵히 쳐다보다가, 이내 아무 말 없이 짐을 마저 풀기 시작했다. 우린 그렇게 몇 분간 짐정리에 마저 집중했고, 잠시 뒤 잭이 입을 열었다. “백신은 어딨어?”

     

    나는 정리를 잠깐 멈추고 부엌 쪽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냉장고에. 바닥 쪽 칸에 넣어 놨어. 그거 냉장보관 해야 하니까.”

     

    잭은 바로 냉장고로 성큼성큼 가더니 잠시 후 안을 백신으로 채워놓은 주사기 패키지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곤 패키지 포장을 뜯고선 주사기 하나를 그 유니버설 커프에 조심히 착용했다.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땐 나는 그녀가 그대로 앉아서 자기 엉덩이에 주사를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저게 저렇게까지 유용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여하튼 난 관심을 끄고 다시 하던 일에 집중하려 했지만, 갑자기 찾아온 타는 듯한 따끔함에 집중이 흐트러졌다. 난 반사적으로 뒤돌아 봤고, 그때 잭이 나에게 막 주사를 끝내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 ? 너 방금 네가 썼던 바늘 그대로 나한테 쓴 거야?” 내가 물었다.

     

    어 맞아. 축하해, 넌 이제 말 뇌염의 항체를 가지게 됐구나.”

     

    ? 맞다고? 포니 에이즈 같은 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잭은 너털 웃으면서 다른 백신 주사기를 착용하면서 말했다. “포니들은 에이즈에 걸리질 않아요, 이 사람아. 이런 면은 다행히도 포니가 우월하단 말이야.”

     

    난 눈초리를 올렸다. 방금 포니가 우월하다라고 말했나? ...... 보아하니 잭 또한 자신의 포니 몸을 점점 좋게 보고 있는 듯 했다. 혹시 잭도 포니가 된 사실을 좋아하면서 포니로서 사는 게 자연스럽다고 느끼려나? 허나 정말 안타깝게도, 애플잭이 된다는 것은 곧 암말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러니 여기 있는 이 애플잭은 원래 애플잭의 감각, 성격, 스타일 등등을........

     

    맞다! 우리 마트에서 사야 할게 하나 더 있었는데!” 불현듯 내 머리를 스친 생각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떨어뜨려 버렸다.

     

    잭이 이쪽을 보면서 말했다. “? 뭐가?”

     

    네 모자 말이야!” 난 초조하게 발굽을 구르며 말했다.

     

    잭이 눈을 깜빡이면서 말했다. “? 내 뭐?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난 모자 같은 거에 관심 없다고.”

     

    너는 그럴지 모르겠지만, ‘애플잭은 아니라고! 너 카우걸 모자 써야지! 그게 없으면 애플잭일 수가 없다고!”

     

    잭은 이를 악 물고선 묵묵히 다음 백신을 주사하는데 집중했다. 그리고선 차갑게 말했다. “그래? 그러면 내가 애플잭이 아닌 게 다행이네. 난 어디까지나 애플잭의 몸을 가지고 있는 인간일 뿐이거든.” 그러고선 나에게 다가와서 들고 있던 주사를 자비 없이 나에게 내리 꽂았다. “어으.”

     

    무슨 일이야? 여기 있는 우리 여동생이 또 새 몸에 적응 못해서 삐져있는 거야?” 에반이 테라스 쪽에서 숨을 고르면서 다가왔다.

     

    잭의 귀가 축 쳐졌다. “그런 건 다 적응했어. 그리고, 여기 있는 대시씨께서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지 않으면 마치 자신이 TV쇼에서 나온 캐릭터인 양 착각할 정도로 과적응했고.......”

     

    에반은 우리 둘 쪽으로 오고 나서 고개를 좌우로 돌려 현재 상황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대시 말이 맞을 수도 있잖아. 어떻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어?”

     

    잭이 눈을 굴리며 말했다. “왜냐면 그렇다는 거야 말로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지. 어째서 포니 캐릭터들이 이퀘스트리아에서 추방당하고선 지구에서 인간으로 25년 동안 살아 올 거라고 생각 하냐? 게다가, 예전 기억들도 전혀 없이 갑자기 다시 포니로 변해 버린다고? 또 그 동안에 하스브로는 그 예전 포니 때의 생활을 잘도 방영 하고 앉아 있었다고? 이야..... 아예 시나리오를 쓰세요.”

     

    에반이 그 말을 듣고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생각 좀 해봐.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 중에 말이 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고.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 왔는데, 그 원인이나 다른 일들이 상식적일 것이라는 걸 누가 장담할 수 있는데?”

     

    귀가 쫑긋 세워지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그거....... 그럴 듯한데? 설마?’ 각자 에반의 말을 생각해 보느라고 우리 셋 사이로 작은 적막이 흘렀다. 나는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쉬었다. 그러고선 또 생각을 해보려 했는데, 그때 에반에게서 풍겨오는 진득한 풀내와 땀내 때문에 그러질 못했다. 난 불편한 적막으로 깨기도 할 겸 말을 걸었다. “근데.... 에반달리는 건 좀 어땠어?”

     

    에반이 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웃음을 지었다. “좋은 질문이야, 대시! 정말 최고였어! 날씨도 좋은 때에 달려 보니까 완전 환상적이었다니까!”

     

    ? 아니 잠깐, 에반의 반응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우울해 죽으려고 하던 애였는데?’

     

    그때 잭도 대화에 끼어들어 말했다. “너 아침식사 빼먹었지, 에반? 저기 부엌에 먹을 만한 음식이 남아 있으니까 배고프면.....”

     

    이미 먹었어.” 에반이 말을 잘랐다.

     

    잠깐만...” 난 한 발굽을 들며 말했다. “먹었어? 바깥에서 뭘 먹어?”

     

    에반이 당연한 걸 뭘 물어보느냐는 듯 나를 바라봤다. 마치 광복절이 며칠이냐는 질문을 들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에반은 잭도 힐끗 보더니 진짜 모르냐는 듯 우리 둘을 혼란스러운 얼굴로 번갈아 가며 봤다. “..... 풀 뜯어 먹었지, 인마. 그러니까, 우리는 포니잖아, 안 그래? 내가 뭘 먹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저 눈만 끔뻑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포니가 풀을 뜯어 먹었던가?’ 분명 쇼에서는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뭘 뜯어먹어?!?!” 잭이 몸을 앞으로 기울여 에반의 얼굴을 노려보면서 소리 질렀다. “에반 너 진짜..... 우린 지성이 있는 포니지, 한낱 농장가축 따위가 아니란 말이야! 근데 어떻게 야생동물 마냥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면서 풀을 뜯을 생각을 할 수 있어?”

     

    포니는 포니일 뿐이지. 이러는 게 뭐가 잘못됐는데?” 에반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시선은 여전히 잭에게 고정한 상태였다. “잭이 되게 성내는데, 얘 뭐 생리 같은 거라도 하는 거야, 뭐야?”

     

    순간 움찔했다. 에반은 잭이 자기의 성 정체성 문제로 얼마나 민감한지 모르는 듯 했다. 더군다나 그 말을 들은 잭은 얼굴이 더욱 일그러지면서 금방이라도 속에 눌려있던 화를 터뜨릴 것 같았다. 제길.... 나는 황급히 상황을 진정 시키려 했다.

     

    모두들 진정해. 먼저, 잭 너는 에반한테 풀을 뜯었다고 뭐라 할 수는 없어. 얘는 우리처럼 TV쇼를 보질 않았으니 MLP에 대해 아는 게 없다시피 하잖아. 그리고 에반? 문제는 없는 것 같긴 한데, 솔직히 그건 좀 소름끼친다. 그러니 가급적이면 부엌에서 식사 하도록 해. 아직 들판의 풀을 뜯어 먹을 만큼 식량이 부족하거나 하진 않거든.”

     

    알았어, 그럼. 근데, 그건 그렇고, 레인보우 대시? 뭐 새로 세워놓은 계획 같은 거라도 있어?” 에반이 갈기를 조금 쓸며 말했다.

     

    아 그리고 에반.” 난 한 발굽으로 들었다. “풀 네임은 쓰지 말고 그냥 대시라고 불러. 난 부정하고 싶긴 하지만 뭐....사실 난 대시 본인이 아니니까.” 들고 있던 발굽으로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나랑 잭이랑 그것 때문에 이야기를 좀 했고, 아무래도 잭이 말한 게 맞는 것 같아서. 그러니까, 난 레인보우 대시가 됐다 하고 싶지만 레인보우 대시 본인이 아니니까, 그냥 대시로 합의 본 거야.”

     

    .... 그래 보이긴 하네.” 에반이 나를 보면서 말했다.

     

    그때 잭이 조롱하는 듯 웃음을 내보였다. “나 참..... 뭐가 그래 보인다는 거야?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지도 못하잖아? 넌 우리처럼 TV쇼를 보지도 않았으니 아는 것도 있을 리가 없는데, 넌 지금 간달프 할배마냥 모든 걸 알고 있는 척 아가리를 여닫고 있잖아? 실제론 이도 저도 쥐뿔도 모르면서 말이야.”

     

    눈썹이 절로 올라갈 만큼 놀랐다. 갑자기 잭이 저렇게 화를 내는 게 의아했는데, 솔직히 그렇게까지 소리 지를 만큼 에반이 잘못한 거 아니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에반은 그런 잭에 말에 아무런 대꾸도 안하고선 다시 시선을 나에게로 돌렸다. “방금 건 내가 사과할게.” 그리곤 한 발굽으로 잭을 저지하며 잭을 저격하는 듯한 말로 이어갔다. “요즘 여자들은 다들 한 달에 며칠정도 성질이 무척 더러워지는 그런 날이 있잖아, 안 그래? , 어쨌거나, 어제도 말했듯이 난 피오나가 뭔가 일을 꾸미거나 했다고 봐. 그러니까--”

     

    피오나 때문은 아냐.” 잭이 에반의 말을 잘랐다. 잭은 아까 전 온갖 트라우마를 전부 저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목소리는 차분함을 되찾은 듯 했다. “생각해 보라고. 이 변화들은 전부 우리가 25살이 된 그때부터 일어난 거긴 하지. 근데, 이런 징후들이 그 이전부터 있었지 않았었나? 우리 각자 지금 변한 포니들이 가지고 있던 면모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야. 우선 우리 셋은 같은 날 태어났었고, 대시 넌 5살 때부터 진짜 페가수스마냥 날씨가 변하는 걸 정확하게 읽어 왔잖아. 그리고 또 묘하게도 나하고 대시는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말이야. 이것들은 절대 우연히 혹은 무작위로 막 생긴 것이 아니고, 우리 셋 이외에 피오나나 다른 사람들이 관계된 것도 아냐. 그러니 --”

     

    아 뭐야?” 이번엔 에반이 코웃음 치면서 말을 잘라 먹었다. “그럼 뭐 이게 다 운명이니 뭐니 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우리가 태어나서 서로 만나고 또 같이 포니로 변한 게 전부? 정신나간 소리 하지 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기 있는 이 대시가 진짜 레인보우 대시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근데 넌 이번엔 얘가 레인보우 대시로 변한 게 그럴 운명이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잖아? 둘 중에 어떤 걸 들어야 하는 건데? 제대로 생각 좀 하고 말해!”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이렇게 내가 둘 사이의 언쟁에 샌드위치마냥 낑겨있는 것이 정말 불편했다. 난 바로 에반에게 말했다. “봐봐, 아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무언가가 남아있어. 아직 우리가 찾아내질 못해서 그렇지, 분명 흑막이 있을 거란 말이야. 우린 정보나 단서가 더 필요해! 그러니 지금 상황에서 주제를 벗어나 싸우면서 서로 얼굴 보기 불편하게 만들지 마! 싸우는 건 지금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도 안 되니까!”

     

    난 잭과 에반을 바라봤다. 으 세상에, 둘이 아주 금방이라도 서로를 죽여 버릴 듯 노려보고 있었다. 대체 이 녀석들 사이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둘은 정말이지 너무 사이가 좋았었는데, 몸이 변하고 나서부턴 완전히 화약고처럼 변해 버렸다. 분명 조금이라도 충격이나 자극이 들어가면 곧 바로 꽝 터질 것이다. 난 둘 사이를 진정시키고자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우리 진정 좀 하자고.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잖아. 그리고 우리들 모두 새 몸이 불편하니까 다들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것 같은데.....”

     

    AJ가 헛웃음을 한번 짓고선, 말문을 열었다. “모두 불편하다고 느낀다고? 오 아니아니, 그런 것 같진 않은데? 여기 있는 내 형제님은 아침 내내 야생동물마냥 밖에서 풀이나 뜯고 들판을 싸돌아다니는데 시간을 보냈잖아? 보아하니 아예 자기 정체성을 깨달은 것 같네. 그는 말이야, 농장가축처럼 되는 걸 즐기는 것 같아, 그렇지? 아예 바깥 마구간에서 따로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할 것 같은데?” 잭은 에반의 갈기를 한번 어루만졌다. “그렇지 않니, 우리 착한 망아지야? 그냥 좋은 마구간에서 뒹굴만한 건초나 좀 넣어주리? 배고프면 울타리 밖에서 당근이나 조금 던져주고 그래줄게. 걱정 마, 얼마 지나지 않아 네가 인간이었다는 사실 조차도 까먹게 될 걸? 그러고선 여기 있는 다른 가축처럼 생활하고, 에반이란 이름 대신 그냥 이라고 불리게 되겠지. 네가 그 생활을 좋아할 거라는데 한표 던져주마. 넌 존나 착한 망아지가 되는 거야! 맞아! 이 착한 망아지야!”

     

    에반의 온 근육 하나하나가 분노로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난 뭐라 반응하기에 앞서서 우선 한 발 뒤로 물러서야 했다. 그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이 보였고, 특히 착한 망아지라는 소리가 나왔을 때부터, 마치 엄청난 트라우마가 있는 듯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졌었다.

     

    에반이 몇 초동안 이를 갈더니, 적대감이 잔뜩 서린 미소를 짓고선 입을 열었다. “맞아, 대시...... 모두 새 몸을 불편하게 느낀다는 말은 나도 공감할 수 없겠다. 여기 있는 내 자매님도 지가 여자인 게 꽤 맘에 든 모양이니까......” 순간 내 동공이 커질 정도로 놀랐다. 하느님 맙소사, 에반이 내가 생각하는 그 부분을 건드리는 게 아니길 빌었다. 난 잭이 말을 심하게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냥 놀려보려는 의도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것 까지 건드리진 말길.... 제발......

     

    허나 불행하게도 내 바람은 헛된 것이 되고 말았다. “봐봐, 나도 잭이라는 애는 내심 여자가 되는 걸 동경해 왔다는 것에 한표 기꺼이 던지겠어. 밤에 아무도 몰래 마구간으로 스리슬쩍 가서는 숫말하고 알콩달콩 하게 있는 암말을 보면서 나도 언젠간 저런 자리에 있고 싶다고 내심 바라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에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차가운 비수가 되어 잭의 가슴속에 깊숙이 박혔다. “그러니 지금 봐봐라. 자기 가랑이 사이에 있는 게 바뀌니까 존나 신났을 거야. 오늘 아침에 제일 늦게 일어난 것도 자기가 바랬던 그대로 우연히 일어나니까 혼자 들떠서 밤새 자질 못해서 그랬던 거겠지. 이제는 마구간에서 다른 숫말이랑 깨가 쏟아지도록 살날을 기다리고나 있겠지. 실은 말이야, 쟤가 저렇게 맘 상한 것도 실은 지랑 같이 지낼 만한 마음에 드는 숫말이 없어서 그런 거 같아.” 에반이 고개를 돌려 침을 한번 뱉었다. 그가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을 때, 그는 한 발굽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잭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에반은 잭의 마음에 꽂힌 비수를 잡고 아예 도려내려는 듯 말을 이어갔다. “네가 피오나를 그렇게 두둔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겠지! 모든 게 다 원래대로 돌아갈까봐! 그건 뭘 의미한다? 넌 우리가 여기에 이렇게 그냥 남는 걸 의미한다! 그래야 네가 고대하던 삶을 유지하니까! 허 참..... 여기 있는 이 암말은 아마 여기서 새끼를 한 열둘까지 낳으면서 그 꼬라지로 살고 싶은가 보지, 그지?”

     

    난 한 발굽으로 입을 가리면서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이런...... 맙소사......'

     

    에반은 잭에게 날을 날카롭게 세우면서, 잭이 보일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잭은 반응하지 않았다. 아니 반응을 할 수 없었다. 잭은 에반의 말에 강한 충격을 받고 네 다리에 힘이 전부 풀린 듯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고 말았으니까. 에반은 잭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두려움, 혼란감, 트라우마를 무자비하게 파헤쳐서 우리 앞에 내동댕이 쳐버린 셈이었고, 그 일이 가져온 너무나도 어두운 적막감 속에서 누구도 잭과 눈을 제대로 마주 칠 수 없었다. 잭은 충격으로 다리가 제대로 풀려 버렸는지 이후 일어나려고 했지만 제대로 일어날 수 없었고,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선 천천히 아무와도 눈을 마주치치 않고 오직 시선을 바닥에 향한 채로 뒤로 돌아서 집 현관 쪽으로 다가갔다.

     

    곧이어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잭이 그대로 집을 떠난 듯 했다. 나는 바로 따라가서 잭에게 위로를 건네려 했지만, 그때 에반이 내 등에 한쪽 발굽을 올리며 말을 걸었다. “이봐 대시? 여하든 이제 피오나한테 이번 일을 추궁해 볼 때가 된 것 같네. 네가 걔 주소 알고 있지. 그러니 네가 앞장 좀 서봐. 가는 길 재미없진 않을 거야.”

     

    나는 에반의 발굽을 떼어놓고선 그를 돌아봤다. 방금 전 자기가 한 일 대해 너무나 무신경하게 행동하는 것이 정말 기가 막혔다. “, 너 정신 나갔어?! 방금 그건 뭐였어? 너 잭이 성별이 바뀐 것에 완전 민감하다는 거 알고 있었잖아!”

     

    에반이 눈알을 굴리며 대답했다. “자업자득이지, 허 자기가 뭐라고--”

     

    [!!]

     

    난 발굽을 있는 힘껏 내질렀고, 그대로 에반의 얼굴 정면에 적중했다.

     

    아악, 야 임마!” 에반이 뒤로 넘어지면서 양 발굽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난 다가가서 한 번 더 내지르기 위해 발굽을 들어 올렸다. 내 온 몸은 분노로써 부들부들 떨렸고, 심장이 거칠게 뛰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가서 사과해! 지금 당장!” 나의 목소리는 강한 분노로 인해 나조차도 순간적으로 못 알아차릴 만큼 변해 있었다.

     

    에반은 두려움이 조금 서린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에게 맞았던 주둥이에선 눈에 보일 정도로 피가 많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피는 에반의 발굽과 붉은 털을 빠르게 적셔 내려가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펫 위로 뚝뚝 흘러 내렸다.

     

    너 발굽으로 나를 후려 팼잖아.....” 에반이 코를 훌쩍이면서 말했다.

     

    그러는 너는 네 동생을 완전히 부숴버렸지! , 넌 잭이 얼마나 마음고생 심하게 했을지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어? 걘 아침에 포니로서, 그리고 잘못된 성별을 가지고 일어난 그때부터 정말 고통스러워했다고! 도대체 무슨 근거로 잭이 이 짓거리를 좋아했다고 생각했던 거야? 이건 절대로 잭이 원한 변화가 아냐! 걘 오히려 싫어하는 변화 속에 매 순간순간이 지낼 때 마다 점점 속박되어 가는 처지였다고! 이런 썅, 여태껏 살아온 어떤 인간들 보다 더 스트레스 받았겠다! 근데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잭은 말이야, 우울한 속을 애써 추스를 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서로 뭉치게끔 애쓰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다가와서는 아픈 마음을 그딴 식으로 쫙쫙 찢어버려? 도대체 뭔 생각으로 그따위 짓을 한 거야?”

     

    에반의 눈동자가 점점 흔들리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내 시선을 피했다. 난 그런 에반을 상대로 말을 이어갔다. “왜 둘 사이가 그렇게 삐걱대는 거야? 너넨 쌍둥이잖아! 둘이서 25년 동안 그렇게 친하게 잘 지내왔잖아? 근데 너희들 인생 중 제일 단결이 필요한 시기에 서로 싸우고 앉아있네? 그것도 다른 이의 말에 트집을 잡고, 가장 끔찍한 악몽을 들춰내면서 말이야! 도대체 왜?! 아으으 70억 인간들 중에 딱 셋밖에 없는 포니들이 서로 돕기는커녕 추잡하게 싸우고 있는 꼴이라니! 으으으으!” 난 발굽을 내리고선 에반으로부터 몇 발자국 떨어졌다. 너무나 착잡해서 더 이상 말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에반의 귀는 축 쳐졌고, 그 자신이 자기 동생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은 그 순간부터 그의 눈에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대시가 말했던 것처럼 잭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소중한 쌍둥이였다는 사실과 서로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순간부터 그의 눈물은 점점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에반은 곧 바로 잭이 나갔던 그 방향으로 눈물과 피를 뚝뚝 흘리며 걸어 나갔다. 그의 흐느낌은 목이 메일 정도로 깊어졌고, 밖에 나왔을 때 후회감과 슬픔이 섞인 채로 입을 열어 소리쳤다. “...... 미안해 잭, 돌아와 줘!”

     

    난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앉았고 입에선 절로 한숨이 나왔다. 속으론 아직 남아있는 분노로 펄떡이는 가슴을 진정 시키려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만 에반을 그렇게 쏘아붙이는 건 그다지 공평한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잭 또한 에반이 그만큼 욕을 할 만큼 잘못을 하기야 했으니까. 다만 잭은 이미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른 것 이상으로 충분히 고통 받은 것처럼 보였다. 다른 이도 아니고 자기 쌍둥이 형제한데 그런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깊이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 으으, 아무래도 충격을 쉽사리 회복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난 다시 탄식을 내뱉고선 머리를 천천히 저었다. ‘아이고, 상황 참 드라마틱해라여기 있는 세 명의 친구들은 어째서 포니로 변한 이후 착잡하게만 지내게 되는 걸까.....

     

    양 발굽에 머리를 눕히며 생각했다. ‘오늘 하루 참 거지같네.’ 딱 돌이켜 보면 아침에 포니로 일어나고선, 친구랑 좋은 시간 좀 보내고, 또 말싸움도 다가, 찬물샤워하고, 친구 둘이서 서로에게 언성을 높여가며 싸우는걸 보고, 또 둘 사이가 제대로 부서진 걸 본 뒤, 한 친구를 그대로 때리면서 피까지 보이게 만든 게 오늘 하루였다. ‘하아.....’ 마치 셀레스티아 공주에게 인간은 미지와 조우하면 서로에게 등 돌리면서 서로를 파괴하려 한다며 편지라도 써야할 것 같은 상황인 것 같았다.

     

    난 천천히 일어나서 눈물과 피가 떨어져 있는 길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자국들은 집 밖을 지나 바로 앞에 나란히 마주보는 작은 오두막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때 내 앞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포니 둘을 발견했고, 난 발걸음을 멈춰 거리를 두고 둘을 지켜봤다. 잭은 몸을 동그랗게 움츠린 채로 누워 있었고,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얼굴 전체를 꼬리로 가리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 쪽의 흙들은 눈물로 인해 전부 젖어있었고, 그 상태로 얼굴을 가린 잭은 보는 것이 고통스럽게 느껴질 만큼 안쓰러웠다. 분명 저 자리에 누운 그때부터 쉼 없이 눈물을 흘렸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에반은 몇 피트 떨어진 곳에서 바닥을 보며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려 하고 있었다. 곧이어 그의 말이 들렸고, 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 나도 잘 모르겠어. 그때 내가 무서운 소리를 그렇게 들으니까 막 화가 난 것 같아. 그러고 나니, 눈에 뵈는 거 없이 말을 막 하게 되더라고. 정말 미친 짓이었지. 미안해. 정말 미안해, .”

     

    잭은 떨리는 몸으로 계속 흐느끼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에반은 고개를 낮게 떨구면서 슬픈 탄식을 내쉬었다. “....” 그리고 천천히 그녀에게 몇 발 다가가선 잭의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나란히 누웠다.

     

    난 둘이 감정을 푸는 저 모습으로부터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저 둘 사이에 어떤 균열이 생겼든 간에, 결국엔 둘의 사이는 다시 회복 될 것이 분명했다. 난 천천히 뒤로 돌아서선 마지막으로 한번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려 저 둘을 바라봤다. 둘은 서로에게 기대며 아무 말 없이 누워 있었고, 그 모습에 나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도 에반은 잭의 옆을 계속 지키고 있었다. 아마 이번 일이 저들에게 강한 교훈을 주었을 것이다.

     

    ~~~~~~

     

    여하튼 난 부엌으로 돌아와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보았다. 분명 생각했던 대로라면 일단 피오나랑 연락을 해보는 게 먼저인 것 같았다. 난 그대로 게스트 룸에 들어가서 내 휴대폰을 찾으려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별 진척이 없자 무의식적으로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도대체 그 포니들은 방을 어떻게 청소하고 다녔지? 입이랑 발굽만으론 세세한 일 까지 하는 게 불가능할 텐데......” 난 서투르게 입었던 바지를 들고 주머니를 뒤져봤다. 지갑은 찾았지만 휴대폰은 없었다. “..... 가방 안에 있으려나?”

     

    난 벽 쪽에 세워져있는 가방을 힐끗 봤다. “이런, 가방 안에 있는 게 아니면 좋겠는데.....” 가방은 지퍼로 꽉 잠겨있었고 지퍼 고리는 지퍼 한쪽 구석에 제대로 박혀 있었다. 제길, 손가락으로 해도 충분히 짜증나는 일인데, 이 젠장할 발굽으로 어떻게 저걸 열지 참 막막했다.

     

    몇 분 동안 이 짜증나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한 끝에, 결국 난 내 입을 써서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난 그 바보 같은 고리를 이빨로 물고 목을 이리저리 움직여 가방 입을 열었다. “이런 짓을 한 번도 하지 않았었는데....” 여하튼 그 우스꽝스러운 짓은 보답을 받았는지, 가방을 열고 뒤집었을 때 안쪽에서 굴러 떨어져 나온 휴대폰을 보고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많이 성가시긴 했지만 그럴 가치는 있었다.

     

    나는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휴대폰의 전원을 키려 팔을 가까이 갖다 댔다.

     

    [] 휴대폰을 키려는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내 손이 발굽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까먹은 듯 했다. 휴대폰을 향해 내려가던 내 발굽은 순간 집중을 잃고 화면 오른 쪽을 강하게 때리고 말았다.

     

    아아아! 제길, 안돼!” 난 속으로 휴대폰 액정이 깨지지 않았길 빌었다. 불행히도 진짜 깨졌는지 아닌지는 휴대폰 화면이 떴을 때 알 수 있었기에, 난 다시 조심스레 휴대폰 전원버튼을 누르려 손을 댔다.

     

    [] 아아아! , 또 이러네!!” 난 발굽으로 내 머리를 쥐어박으며 자책했다. “이런 바보 머저리 같으니라고, 폰을 더 부수면 안 되는데! 으으, 한번만 더, 조심히......”

     

    난 이전보다 더욱 조심히 집중하며 천천히 발굽을 움직였고, 천천히 전원 버튼에 다가서선 조심히 눌렀다. 휴대폰의 불이 점멸하면서 화면이 켜졌고, 그제서야 액정이 깨지지 않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 한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그러나 일단 휴대폰을 꺼내서 켠 것 까진 됐지만, 당연하게도 내가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잠금을 걸지 않았을 리는 없다. 보통 휴대폰을 잠금 해 놓았을 때는 화면을 켰을 때 자동으로 셀프 카메라가 작동해서 안면인식을 하도록 설정이 되어 있는데, 여기서 생기는 문제는 난 이제 인간의 얼굴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였다. 셀카모드가 작동됐을 때 화면에는 정말 난감해하는 레인보우 대시의 얼굴이 떴고, 카메라는 몇 초 동안 작동하더니 인식 불가라는 문구만 띄울 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치미는 짜증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카메라 인식 이외에도 비밀번호를 입력함으로서 잠금을 풀 수 있도록 따로 설정이 되어 있다는 점이였다. 난 조심히 발굽을 움직여 화면 설정란에 떠있는 암호 잠금칸을 터치했다.

     

    []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 [] [] []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아 쫌!,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 터치스크린은 발굽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 했다. 나는 불안 가득한 심정으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봤다.

     

    fetlock.png

     

    나는 발굽 위쪽에서 구절(Fetlock)을 발견했다. ‘이 부위로 터치할 수 있을까?’ 난 수의사가 아니었기에 그 곳이 어떤 부윈지 알 리가 없었지만, 최소한 그게 화면에 인식 되는지는 시도해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난 바로 그 연청색으로 덮인 발굽을 구부려서 그 부위로 터치를 시도했다. 그러나 또 반응이 없었다. “... 그러니까, 털로 덮인 관절도 인식 못하는 거네? 도대체 이 폰때기는 인식할 줄 아는 게 뭐야?”

     

    난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으르렁 거리며 뭘로 또 시험해 봐야하나 고민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번엔 날개가 떠올랐다. 혹시 깃털이라면 먹히지 않을까? 하지만 난 아직 날개를 움직이는 법을 잘 알지 못했으니 직접 날개를 움직여 깃털을 얻는 것은 불가능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주위를 둘러보면 혹여나 떨어져 있을지 모르는 깃털을 찾아봤다. 그때 운이 좋게도, 침대에서 깃털이 두어 개 가량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분명 한밤중에 변화가 마무리 되면서 조금 떨어져 나온 것일 것이다. 난 빠른 걸음으로 가서 놓여있는 깃털 하나를 입으로 집고선, 다시 휴대폰으로 향했다.

     

    자 그러면 이제 또 한번 시도 할 때가 된 것 같다. 난 입에 문 깃털을 가지고 천천히 휴대폰에 가까이 대었다. 파란 깃털이 마침내 화면에 닿는 그때, 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돌아버리겠네!” 난 홧김에 깃털을 던져버리고 그냥 코와 입을 갖다 대기 시작했다. “이거 봐라? 이건 먹히잖아? 칫 근데 이러면 뭘 입력하는지 보이지도 않으니 원.......” 난 그렇게 작은 키보드 화면에 어떻게든 입력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혀와 코는 작은 자판을 반이나 가릴 만큼 컸고, 결국 이 짓거리도 성과 없이 허사로 돌아갔다.

     

     

    이런 썅노무 폰 같으니라고!” 난 휴대폰을 내려놓곤 방 반대편까지 미끄러질 정도로 세게 밀어 넣었다. 그리고 꼴도 보기 싫어, 이 자식아!” 확 소리 질렀다. “머저리 같은 폰때기가 참 쓸데없는 곳만 최첨단을 달리는구만!” 나는 잔뜩 화를 내며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실은 처음 올 때나 아침에 올 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휴대폰 때문에 한참 골머리를 썩여서인지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탁자 바로 위에 이전에는 눈치를 채지 못한 전화기가 바로 눈에 띄었다. 근데 그건 요즘 것처럼 디지털식이 아닌 아날로그식의 숫자 버튼이 붙어있는 골동품같이 생긴 전화기였다. 나는 다가가서 코로 송수신기를 열고선 전화기에 붙은 숫자버튼을 발굽으로 누르며 피오나의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이게 훨씬 편하네!”

     

    전화번호의 마지막 숫자를 누르고 나서 난 머리를 옆에 눕혀진 송수신기 옆에 뉘이면서 귀를 같다댔다. 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까 전에 증명 되었듯 아직은 발굽으로 전화를 제대로 잡지 못했으니, 이 이상한 자세로 전화 하는 것 이외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 여하튼 마지막 다이얼이 끝나고선 잠시 뒤 신호가 가기 시작했고, 그동안 난 피오나가 전화를 받았을 때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지 고민했다. ‘...... 어쩌면 --’

     

    그러나 잠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전화기에선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심지어 신호가 가는 소리조차도 없었다.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이후 소리샘으로 연결 되오며, 통화료가 부과됩.....”

     

    순간 놀랐다. ‘뭐라고?’ 다이얼 버튼을 다시 눌렀다. 전화번호가 잘못되지 않았는지, 계속 신경쓰면서 다시 걸어 보았다.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이후 소리샘으로 연결 되오며......”

     

    이런, 시부럴 탱탱부럴’. 전화를 걸려고 그렇게 쌔빠지게 고생한 게 전부 허사가 됐다. 난 끓어오르는 빡침을 주체 못하고 그대로 뒤로 돌아 탁자를 뒷발로 확 차버렸다. 탁자는 한순간에 콰직하는 소리와 함께 십 수개의 나무 조각으로 변했고, 탁자위에 있던 전화기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난 그 소리에 깜짝 놀라서 뒤로 돌아보았고, 그곳에 펼쳐진 광경을 보니 비명이 절로 나왔다. “안돼! 어떻게 찾은 건데....” 난 황급히 그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기계는 별 이상이 없는 것 같았고,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강해진 발차기의 위력에 놀랐다. “교훈 하나 배웠네, ‘집안가구 함부로 차면 안 된다.’.”

     

    난 조각을 빠르게 모아서 어디 안 보이는 데에 던져 놓았다. , 그건 잭이랑 에반이 딱히 신경 써서 관리하는 물건이 아니었던 거란 게 그나마 다행인 점 이랄까나..... ‘..... 생각해 보니 걔네 둘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다행히 그들은 앞으로의 일을 생각할 의지는 있었으니 그 둘이 화해만 제대로 한다면 앞으로의 일을 해결하기 수월할 것 이다. ‘그럼 이제 어쩐다....’ 우선 피오나를 찾아야 한다는 점은 명확했다. 그러나 그녀의 전화는 현제 꺼져있으니 직접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리고 포니 몸으로는 차를 제대로 운전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직접 걸어서 가야할 것 같았다. 다행히 여기서 피오나의 집까지는 약 20마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 가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눈에 띄지 않게 주거지를 어떻게 피해서가냐 인데.... ....... 아무래도 지도를 보면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

    한마디 덧붙이자면 에반이 잭이랑 싸울때 내뱉은 말들은 제가 열심히 검열해야했습니다.

    차마 그대로 번역할 수가 없더군요. ㄷㄷ 대시가 그렇게 빡친건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출처 [출처:http://www.fimfiction.net/story/93383/five-score-divided-by-four]
    [원작자:Twisted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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