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foreign/others/newsview?newsid=20130704114607727
20일 개봉 앞두고 日서 시끌 거장의 역작인가, 군국주의의 찬가인가. '미래소년 코난' '이웃집 토토로' 등 다수의 애니메이션 걸작을 연출한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72·사진) 감독의 신작 '바람 불다(風立ちぬ)'가 오는 20일 일본 전역에서 개봉한다. '벼랑 위의 포뇨' 이후 5년 만의 신작으로 일본은 물론 해외 팬들까지도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사전 공개된 짧은 영상과 스틸컷은 미야자키의 전작들이 보여줬던 소박하고 아름다운 일본의 옛 풍경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다는 점이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미야자키 감독의 아름다운 영상 한가운데에 등장하는 주인공, 실존 인물은 세계 2차대전 당시 일본의 함상전투기인 '제로센(零戰)'을 설계한 호리코시 지로(堀越二郞)다.
호리코시가 만든 제로센은 태평양전쟁 초기 미국의 전투기를 압도해 일본의 승리를 이끌었고, 전쟁 후반에는 '자살특공대' 가미카제(神風)의 자살 폭탄 공격에 쓰였다. 작품이 전쟁을 미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미야자키 감독은 호리 다쓰오(堀辰雄)의 동명소설 '바람 불다'의 순애보를 호리코시의 삶과 섞어 "완전한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2차 대전과 제로센이라는 '역사'를 완전한 허구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실제로 감독은 영화 포스터에도 '호리코시 지로와 호리 다쓰오에게 경의를 담아'라는 문구를 넣어 실존 인물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있다. 여기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 출범 이후 평화헌법 개정 등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논란은 더 커진다.
일본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문화 칼럼니스트 나카모리 아키오(中森明夫)는 사전 공개된 작품을 본 후 트위터를 통해 "너무 아름답다. 하지만 사상적으로는 약점투성이다. 상당한 비판이 예상된다"면서 "주인공의 순수함, 아름다움을 부각시키기 위해 전투기 설계자로만 묘사하고 '전투기=전쟁'의 가해성에 면죄부를 준다"고 지적했다.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왜 많은 소재 중에 굳이 제로센이나 호리코시 지로를 다룬 것이냐"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쟁 찬가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미야자키 감독은 영화가 전쟁이 아닌 인물의 꿈과 희망, 사랑을 다룬 '멜로드라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야자키 감독은 지난 6월 말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쟁 장면은)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데에 필요 없다. 비참한 전쟁은 현실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내가 내 영화를 보고 운 것은 처음"이라고 하기도 했다. 작품 기획서에는 "전쟁을 규탄하자는 것도 아니고, 제로센의 우수성을 들어 일본의 젊은이들을 격려하자는 것도 아니다"며 "자신의 꿈에 충실하게, 정직하게 전진했던 인물을 그리고 싶은 것"이라고 썼다.
일단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전문가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늑대아이' 등을 연출한 애니메이션 감독 호소다 마모루(細田守)는 "이렇게 좋은 영화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호평했고, 드라마·영화 음악 감독인 간노 유고(菅野祐悟)는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