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한겨레신문이 작년 하반기부터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를 빨아대기 시작하였습니다. 새정련 분당 국면에 쓴 한겨레신문의 사설과 칼럼을 읽어보면, 안 전 대표가 생떼 쓰는 게 분명한데도,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안 전 대표, 둘 다 잘못했다. 이려면 총선 참패한다. 당대표인 문 전 대표가 해결책을 내놓아라!” 하는 식의 양비론으로 일관하였습니다. 둘 다 똑같이 잘못하였다면 양비론이 맞겠지만, 한쪽이 크게 잘못하고, 다른 쪽이 조금 잘못했다면, 크게 잘못한 쪽을 엄히 꾸짖어야 공정한 것임에도, 그러지를 않았습니다.
2016년 4.13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국민의당이 38석을 얻고 나서도 편파 논조가 바뀌지 않았습니다. 한겨레신문은 민주당이 제1당 된 것을 애써 무시하고 호남 참패의 책임이 문 전 대표에 있느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 있느냐 하는 식의 논란을 부추기는 보도를 통해 문 전 대표의 공을 지우려고 했습니다.
정석구 편집인은 2016.4.18일 총선 전망을 잘못한 데 대해 반성한다면서 문 전 대표에게 슬쩍 비수를 내리꽂았습니다.
“정권교체를 최우선시하는 호남 유권자들이기에 대선 주자 지지도 1위인 문재인을 일정 정도는 지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호남인들은 문재인으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냉정하게 심판했다.”
신승근 라이프 에디터는 같은 달 24일 《‘반전 없는 문재인’, 다음 기회가 있을까》라는 칼럼에서 문 전 대표에 대해 온갖 악담을 늘어놓았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호남은 문 전 대표를 일단 내쳤다.”
“확장력을 증명한 안철수 대표의 대선 경쟁력에 솔깃할 수도 있다.”
“문제는 문재인이다.”
“문 전 대표의 대국민 호감도는 총선 과정에서 더 나빠졌다.”
“김종인 당 대표 추대 논란에도 공공연히 개입한다. ”
“‘문재인의 진정성’이 이제 정치공학과 욕망에 밀리는 건 아닐까.” 등등.
같은 달 26~28일 양일간 실시한 갤럽 여론조사에서 아주 잠깐 어쩌다가 안 전 대표가 21%로 1위에 올라서고, 문 전 대표가 17%로 2위로 밀려나자, 성한용 선임기자는 200자 원고지 52매 분량의 학사 학위 논문급의 분석 기사를 쓰며 흥분했습니다.
기사 편집에 있어서 똑 같은 사안에 대한 언급이라도 안 전 대표의 발언을 앞에 놓고 문 전 대표의 것을 뒤에 배치하거나 안 전 대표에 더 많이 지면을 할애하는 방식으로 편향적인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그런 '안철수바라기' 편집 논조가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안 전 대표에 대한 기사가 뜸해지더니, 연말에 쏟아진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를 접하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기로 작정하였는지 몰라도 민주당 대세론에 굴복을 선언하는 기사를 내었습니다. 바로 성 기자가 쓴 《1년 전과 뒤바뀐 여야 단배식》이란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네이버의 한겨레 메인 기사로 송출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새해 첫날 각 정당의 단배식(신년 단체 하례 인사)을 스케치하는 기사는 주요 정당에 대해서는 엇비슷한 비중으로 처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는 민주당에 할애한 내용이 월등히 많습니다. 아래한글을 동원해서 통계를 내보니, 새누리당 829자, 민주당 1984자, 국민의당 241자, 정의당 188자로 작성되어 있었습니다.
민주당의 분량은 새누리당의 2.4배, 국민의당의 8.2배, 정의당의 10.6배에 해당합니다. 이쯤 되면, 한겨레신문이 공정한 언론이라기보다 민주당 기관지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겠습니다그려.
내용에서도 차별이 확연합니다. 새누리당이 분당 상황을 고려해서 단배식을 하지 않고 국립묘지 참배만 하기로 하였으므로 좋게 기술하기가 어렵겠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에 대해서는 대학교수의 멋진 멘트와 당지도부의 발언을 소개해가며 정권 교체를 다짐하는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묘사하느라 키보드가 닳을 정도입니다. 더구나 단배식에 참석하지도 않은 문 전 대표의 작년 단배식 발언을 소개하며 문 전 대표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고, ‘겸손함으로 꼭 정권 교체를 이루어내라.’는 진지한 조언까지 곁들입니다. 반면, 국민의당에 대해서는 안 전 대표의 불참으로 어수선하게 단배식이 진행되었다고 짤막하게 기술하고 맙니다.
지진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면, 쥐, 뱀, 곰 등이 이상 행동을 보인다고 하지요. 성 기자라고 하면, 호남 동교동계의 정서를 대변하며 반 문재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유명한 노땅 기자임은 많은 분이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런 성 기자가 굴욕을 참아가며 민주당에 우호적인 기사를 쓰는 것을 보니, 올해에는 뭔가 경천동지할 좋은 일이 생기는 걸까요?
그럼.
1. 오늘자 단배식 관련 기사
2. 예전의 문제의 기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