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커피를 마신 관계로 평상시보다 좀 더 공손하게...
이 글에 대한 팔로우업인데요.
그냥 기술적 측면으로만 보면 워드프레스 코드 퀄리티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야 엄청나게 많습니다.
애초에 워드프레스 코드 퀄리티는 안 좋기로 유명해요.
근데 말입니다. 몇가지 참고해둬야 할 게 있습니다.
1. 워드프레스 코드는 애초에 php의 여명기에 쓰여진 거라서.... code standard가 있지도 않을 때 쓴 거죠.
2. 워드프레스 역사가 10년입니다. 그동안의 버그픽스나 핫픽스가 무려 10년이나 쌓여온 베이스에요.
3. 요즘에야 좀 다르겠다만 한때 블로깅하면 워드프레스라고 할 때가 있었습니다.(북미 이야기입니다) 초보의 접근성이 지금도 제일 높은게 워드프레스입니다.
하나하나 풀어볼까요.
1. 일단 저는 php 자체가 죽어가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진짜, 새로 나오는 괜찮은 거중에 php로 쓰여진 게 거의 없어요. 물론 유지보수야 수요가 계속 있겠다만 php는 점점 쓰는 사람이 줄어간달까요?
또, 언어로서의 php가 성숙하려면 더 많이 기다려야 했죠.
그때 상황에 저 정도가 나왔으면 꽤 대단한 거에요.
it got work done.
2. 오픈소스라 하면 왠지 모르게 '만인의 눈이 주시하고 있으니 퀄리티가 올라간다'고 생각들 하는데, 그건 좀 주목받는 프로젝트쯤에야 그렇고,
애초에 주목받는 프로젝트도 다들 저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방심하는 경우가 많죠.
하트블리드 코드 무려 17년간이나 숨어있었습니다. 17년간 아무도 그거 눈치를 못챘어요
그....johnny였던가? 몇달간 계속 트롤치면서 리눅스 커널에 pull request 하다가 결국 하나 들어간 경우도 있죠.
1)하고 연결되는데 코드 스탠다드가 자꾸 바뀌는 언어를 갖고 그 역사동안 계속 개발을 했습니다.
워드프레스는 무려 10년이나, 불특정 다수의 개발자한테서 업데이트를 받아왔어요.
게다가 원 디자인 자체가 안 좋으면 당연히 버그픽스도 패치워크수준이겠죠.
난 그거 건드리기 싫어요.
애초에 10년간 같은 코드베이스를 유지해왔으면서 코드 퀄리티를 논하는 게 어불성설이지요.
3. 2)하고 연결되는데, 저 10년간 받아온 것들 중에 초보자가 한둘이겠습니까?
게다가 접근성이 탁월한 오픈소스에다가, 플러그인도 관련 사업이 있을 정도로 많은걸요.
그런거 생각해보면 정말 난 그거 건드리기 싫어요.
무섭잖아요, 에이 지지.
뭐 대충 왜 워드프레스가 구리냐에 대한 설명은 끝마쳤고... 그러면 왜 워드프레스를 까는 게 가소로워보이냐에 대해 말해보죠.
좀 아플지도 모르니 똥꾸멍 꽉 조이고 들어요.
어...일단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것처럼.
님 그거 겨우 1주일 만져봤잖아요.
뭐 좀 길게 표현하기도 어려운게... 미안한데 그거 정말 가소롭다고밖에 표현이 안 됩니다.
오래 쓰지 않았으면 감상도 할 수 없냐고 할 지 모르겠는데, 님이 한 건 감상이 아니라 평가에요.
무게가 많이 다르단거죠.
귀하의 말을 하나하나 빼보면 적당히 재밌는데....
> 디버깅 걸어두면 알게됩니다. 얼마나 생각 없이 대충 만들었는지 알게됩니다.
보통 이런 말은 다 파악하고 위에서 말한 '평가'를 할만한 사람이 지껄이는 말이에요. 아니 그 전에 '해보면 안다'란 말보다 예를 몇가지 들어주죠.
워낙 많이 접하고 익히다 보니 예시 몇가지는 그냥 자연적으로 머리에 박혀있어요. 관록이란 건 그런 거에요.
그 바로 뒤엔 이렇게도 말해뒀네요.
> 전역 변수 /전역 함수로 떡칠을 해논것이 얼마나 개발에 지장을 초래하는지~!
> 그리고 뭔가 가져오려면 일일이 전역 변수, 함수 호출해야되고 해당 변수 이름이랑 동일한 이름 변수 잘못쓰는 날엔 이유도 없이
> 동작하지 않는 것을 알게될것임~! 하여튼 오픈소스로 블로그 붐 초기에 시작된데다 저가 사이트 랑 블로그 붐이 불는 바람에
>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에....글로벌 안 좋은거 다들 알고 있고요. 나름 이유를 생각해서 재단까지 해주시는 관대함은 고맙긴 한데....
워드프레스가 귀하가 말하는 '저가 사이트 및 블로그 붐'에 불을 붙였어요.
한 시대를 시작하고 또 풍미한 물건이란 말이죠. 결코 너님같은 애송이한테 비웃음받을 정도로 녹록한 게 아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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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 철학이라 고 해야 하나
>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을 안하는 느낌
> 문제가 있음에도 바꾸지 않는 .
> 그 수많은 플러그인들인 이기적이기만한 코드로 떡치되어 있고
> 비상식적인 코드들~! ^^ 비상식적인 db 사용 메커니즘등~!
> 나에게 수천억 자산이 있다면 지금 워드 프레스 보다는 개발은 편하고 누구나 손쉽게 사용 할 수있는 CMS 툴을 만들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어...애초에 그 개발 철학이란 게 없을 때 만든 거라니까요.
그리고 오픈소스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십니까?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한다는 말을 감히 꺼낼수가 없죠. 리눅스 커널쪽에 systemd도입하는 거 갖고 벌써 4년이나 싸워오고 있습니다. 대형 프로젝트에서 바꾸는 건 일개 개발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녜요. 정치입니다.
토발즈도 git이나 커널에 제맘대로 업데이트할수 없어요. 그래야만 하고요. backward-compatibility가 중요한 거에요.
게다가 워드프레스는 플러그인으로 먹고사는 회사들이 있는 프레임워크에요.
어줍잖게 뭐 바꾸려고 하면 영향을 받는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글로벌을 질타하는 사람이 이걸 생각 못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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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드프레스는 생태계가 잘 발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 코어 자체가 전역 함수 전역 변수와 전역함수 콜백 컨테이너 방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 플러그인 하나 만들때도 신경 써야할 것이 대단히 많아 보입니다.
> 4.0 버전 될때 까지 코어 코드가 저 모양이란 말은 사실상 방치한것이고
어... 생태계가 잘 발전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고 평가를 내려주셨는데... 자꾸 말하지만 너님 이거 겨우 1주일 만졌잖아요.
코어 코드를 수정한거도 아니고...
플러그인 생태계 코드 idiom도 알기 어려울 시기인데 어떻게 재단을 합니까.
코어 코드 방치해둬야 한 건 이유 위에 말했으니 넘기고...
> 언론에 나온 개방성이니 뭐니하는 것 들은 제가 봤을때 홍보용 맨트 같아 보입니다.
> 그리고 아이디어로 시작한것이 아니라~! 그당시 대단히 많으 블로그 툴들이 나왔으나 정말 운좋게도
> 성장 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음 그러니까 그 수많은 블로그 툴 중에서 원탑으로 살아남은 놈이라니까요 이거.
옛날 geospot 써본적 있습니까?
옛날 제로보드 엔진 써본적 있어요?
빌어먹을 태터툴즈 1.0 써본적 있습니까?
워드프레스의 원버튼을 이기는 게 별로 없었어요.(...)
개발자가 아니라 사용자를 잡았기에 성공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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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신 비판도 많이들 하고 또 정당한 말이긴 한데, 반응이 저렇게들 나온 이유를 따져보자면
좀 감정이 너무 앞선 게 흠이랄까요. 어쨌거나 무턱대고 쓰레기라고 매도하면 누군가는 반박을 합니다.
그리고 일단 한국어를 좀 배웁시다.(...) 특히 기술적으로 공격하는 글에 문법/수사적 오류가 너무 눈에 보이면 논조 자체에 의심을 품게 됩니다.
뭐 저 원글 쓴 사람처럼 열받아서 떠들어대는 걸 지켜본 게 한두번은 아니기에 이젠 그냥 그런가보다 해요.
저도 저 글을 보고 평소처럼 좀 열띠게 반응하려 했는데 잠깐 생각해보니 딱 중딩때 흑역사를 누가 건드리니 튕겨나오는 심리더군요.
대충 '워드프레스 1주일 만져봤는데 이거 짜증남' 정도로 끝냈으면 공격보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애초에 논점이 '기술적인 관점에서 워드프레스 코드는 질이 낮다'였다면 그 명제는 대부분이 '참'이라고 인정하니 별 문제 없었겠죠.
근데 격조 낮게 'ㅋㅋㅋ'니 '^^'따위를 붙인 거에서 일단 감점이고
첫 몇 댓글에서 좀 '사태의 원인부터 단정한 뒤 가르치려는' 태도가 보였기 때문에 반응이 그만큼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렇게 막 말하긴 했다만 솔직히 까여야 할 건 까여야죠. 콜백 이야기 자꾸 하시던데, 그 교훈을 이제 2, 3세대 웹 언어가 배워쓰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로 무언가를 전해주는 거죠.
짜증내는 거보단 반면교사를 삼는 편이 더 건전한 태도가 아니겠습니까.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