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스타스월은 메버릭 함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슬슬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오. 함장”
“네. 그러셔야죠. 셀레스티아와 루나도 데리고 가십시오.”
“그건 내가 부탁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먼저 말해주어 고맙소. 함장. 근데 그래도 되겠오?”
메버릭 함장은 후회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예. 저희가 이미 이 별에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디스코드는 저희가 꼭 해결하겠습니다.”
“아니, 괜찮소이다. 디스코드는 우리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소.”
“어떻게 말입니까?”
“글쎄……”
잠시 말을 흐리던 스타스월은 말을 이었다.
“운명을 믿소? 메버릭 함장”
“아뇨. 전 미래는 본인이 이끌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애석하지만 운명은 있다오. 모든 생명은 운명의 거대한 흐름에 따라 흘러가오.”
“그럼 저희는 그저 한낮 운명의 장난질에 놀아나는 존재란 말입니까?”
“그건 아니오. 운명은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낼 뿐이오. 그건 피할 수 없지. 하지만 운명이 다가왔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항상 바뀐다오. 우리는 그저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뿐. 당신들이 이곳에 온 것도 디스코드가 내 고향으로 간 것도 거대한 흐름일 뿐. 당신들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소.”
“그렇다면, 저희가 선택을 잘못 한 거로군요. 애초에 그냥 떠나버렸으면 될 것을…”
메버릭 함장은 고개를 떨구었다.
“함장…”
“저희가 도와드릴 일은 없겠습니까?”
“괜찮소. 디스코드는 우리가 넘어서야 할 시련일 뿐이오. 그리고 운명이 안배한 흐름엔 항상 그렇듯이 돌파구가 있다오.”
“그렇군요. 그럼 언제 내려가실 생각입니까?”
“루나의 몸이 완벽하게 회복되면 내려갈 생각이오. 듣자하니 요즘 셀레스티아의 장난에 휘말려 곤혹을 치르고 있다고 들었는데.”
“네. 그렇다고 보고 받았습니다. 셀레스티아가 점점 악동이 되가는군요.”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라면 당연한 일이지. 누구나 거쳐가는 일 아니겠소.”
“그렇죠. 저도 어릴땐 상당히 부모님 속을 썩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나도 근엄한 척을 하고 있지만 어릴적엔 못말리는 악동이었다오.”
“전혀 상상이 안되는데요.”
메버릭 함장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잠시 찻잔을 만지작 거리던 그는 곧 말을 이었다.
“이 별은 제 고향 지구만큼이나 아름답습니다.”
“당신의 고향이 그렇게 아름답다면 나도 한번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구려.”
“아. 시청각실의 자료를 보시면….”
“그런 뜻이 아니란 걸 잘 아시잖소.”
“그렇죠.”
다시 말이 끊기자 메버릭 함장은 다시 찻잔을 만지작 거렸다. 스타스월이 보기에 그는 뭔가 할 말을 계속 미루고 있는 것 같았다.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망설이지 말고 말해보시오.”
“아. 저 그게. 휴. 스타스월.”
“듣고있소.”
“스타스월과 셀레스티아, 루나가 내려가면 저희는 이 별을 떠날 생각입니다. 문젯거리만 잔뜩 떠 안기고 떠나려고 해 죄송합니다.”
“결정된거요?”
“네. 수뇌부는 모두 찬성했습니다. 더 이상 이 별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고. 이 별에.. 아니 포니들에게 있어서 저희는 재앙과 같죠.”
“회사라는 단체에 속한 사람들은 반대를 할텐데 그들은 어쩌시려오?”
“그들은 수면가스를 마시게 한 후 동면 캡슐에 넣었습니다. 일어나면 다른 곳이겠죠.”
“나중에 문제가 될텐데?”
“그건 저희가 감당할 몫이죠.”
“그렇구료.”
“수많은 포니중 당신을 만나 영광이었습니다. 턱수염 스타스월.”
“나 역시 그렇소. 이곳에서 배운게 아주 많아요.”
대화를 마친 둘은 차를 마시며 벽에 나 있는 조그만 창으로 보이는 GN-1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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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달 후…
스타스월과 셀레스티아, 루나는 함선 제네시스의 선착장에 서 있었다. 선착장에는 제네시스의 거의 전 승무원이 그들을 배웅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한쪽에서는 선물을 챙겨준다며 그들이 타고 갈 비행정에 물건을 싣느라 분주했다. 주방장 안드레는 셀레스티아와 루나에게 준다며 바나나를 수십박스 준비했다가 적재공간이 없다는 소리에 낙담하기도 했다. 그들과 가장 가까웠던 미쉘은 펑펑 울고 있었고 닥터 안이 그 옆에서 미쉘을 안아주고 있었다. 마이클은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GN-1으로 이민 가겠다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고 전투요원들은 그를 말리다가 안되자 십수명이 달라붙어 넘어뜨리고 그 위에 겹겹이 탑을 쌓는 중이었다.
선착장에 미처 서지 못한 이들은 2층 난간에 올라 ‘WE LOVE PONIES’ ‘DON’T GO CELESTIA’ ‘I LOVE LUNA’ 등 각종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흔들고 있었다. 개중 한 명은 ‘LUNA IS MINE’이란 깃발을 흔들다가 흥분했는지 아래로 뛰어내리려다가 제압당해 끌려가기도 했다.
“허허. 성원이 엄청나구려.”
“예. 생각했던것 보다 더 극한 반응입니다.”
스타스월과 메버릭 함장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비행정은 말씀하신 곳으로 자동으로 비행할겁니다. 자폭 방법은 잘 들으셨죠?”
“잘 들었소. 이런 물건을 다른 포니들이 봐서 좋을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동감입니다.”
스타스월은 좌중을 주욱 둘러보았다.
“그럼 이만 가보겠소. 제네시스의 앞날에 영광이 가득하길…”
“이별이군요. 턱수염 스타스월.”
둘은 악수를 나누었다. 포니들이 비행정에 오르기 시작하자 메버릭 함장은 뒤돌아 외쳤다.
“제군들. 이별의 시간이다. 기쁘게 보내드리도록 하자!”
“와아아아아아아아!!”
“사랑해! 셀레스티아”
“루나아아아아아!!!”
“잘가! 행복해야해! 내 귀염둥이들!!”
함성이 쏟아지는 가운데 울고 있는 미쉘을 안고 있는 닥터 안이 조용히 읊조렸다.
“안녕히 가십시오. 턱수염 스타스월”
비행정의 문이 닫히고 곧 천천히 상승하더니 선착장을 나섰다.
“좋아. 우리도 새로운 모험을 시작할때가 왔다. 전 승무원들은 위치로 이동!”
“AYA SIR!!”
그들은 아쉬운 감정을 뒤로 한 채 그들의 위치로 돌아갔다. 여담으로 함내 보안 카메라를 담당하는 보안부서에서 셀레스티아와 루나의 자료를 담은 영상이 비싼값에 거래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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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드디어 말씀하시던 땅으로 내려가는건가요?”
“그래. 셀레스티아. 나와 같은 수많은 포니들이 살아가는 곳이지. 아름다운 곳이란다.”
“정말 기대되요. 그렇지 루나?”
“으..응”
앞으로의 여정에 기대감을 내비치는 셀레스티아와 다르게 루나는 불안해 하는 모습이였다.
“루나. 불안하니?”
셀레스티아가 묻자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마렴. 이 언니가 널 지켜줄게. 영~원히”
“영원히?”
“그래. 영원히. 넌 내 유일한 동생이니까. 이 뿔에 걸고 약속하겠어.”
“응. 언니.”
그제야 루나는 밝게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스타스월은 그런 둘을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봐라. 그들도 떠나간다.”
루나와 셀레스티아가 창밖을 바라보자. 거대한 함선이 천천히 그 머리를 행성과 반대방향으로 돌리고 있었다.
“너희가 새로운 세상에 가는 것처럼 그들도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구나. 그들의 여정에 행운을 빌어주자꾸나.”
“네. 스승님”
그들이 바라보는 와중에 드디어 완전히 머리를 돌린 함선의 꼬리에 달린 점화구에 불이 밝혀지는가 싶더니 함선은 서서히 움직이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함선이 사라진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그들 아래 이퀘스트리아가 그들을 반가이 맞이하고 있었다.
** 좀 쉬었다가 챕터 3 시작하겠습니다.
** 현재까지 분량 65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