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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2658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0
    조회수 : 607
    IP : 221.155.***.18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7/07/03 18:57:26
    http://todayhumor.com/?lovestory_82658 모바일
    [BGM] 이별의 다른 말


    1.jpg

    문태준꽃 진 자리에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2.jpg

    이성선일몰 후

     

     

     

    해지는 시간에는 시를 쓰지 않는다

     

    스러지는 빛이 쓸쓸히 내 목숨을 비치다 떠나고

    나무 사이로 그분의 젖은 눈빛도

    한참이나 나를 보다가 돌아서면

     

    나는 혼자다 다른 약속도 없다

    내게 연결된 이름들이 모두 이렇게 제 길을 갔다

     

    망가진 악기처럼 나는 버려졌다

    그리운 소리는 다시

    내 악기 줄로 길을 물으러 오지 않는다

     

    가슴의 문풍지만 고독히 운다

     

    물을 긷는 자도 돌아갔다

    산이 비어 더 크게 나를 안는다

     

    이런 시간 나는 시를 쓰지 않는다

    해지고 나서는 사람을 맞지 않는다

    문을 열어 놓고 빈 산과 벌레 소리만

    집 안 가득 맞아들인다

     

    혼자 있는 악기만 운다






    3.jpg

    이명우열무밭

     

     

     

    봄햇살이 이불을 덮자마자 코를 곤다

    끙끙 식은땀을

    한 방울 두 방울

    열무밭에 떨어뜨리고

     

    꺾인 허리처럼 빗줄기도 휘어져 내린다

     

    가랑가랑 봄비 내리면

    어머니 비료를 이고 열무밭으로 나갔다

    고랑을 따라다니셨다

     

    밭고랑을 오리걸음 하시던 당신

    칠남매 돌보듯

    열무밭을 돌아보신다

     

    비 오는 열무밭에서

    툭툭 허리를 치신다






    4.jpg

    이준관밥상

     

     

     

    밥상을 받을 때마다

    나는 상장을 받는 기분입니다

    사람들을 위해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나는 날마다 상

    푸짐한 밥상을 받습니다

     

    어쩐지 남이 받을 상을 빼앗는 것 같아서

    나는 밥상 앞에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나는 떨리는 두 손으로

    밥상을 받습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밥상 앞에 앉습니다

    오늘을 무엇을 했는가

    참회하듯이






    5.jpg

    박복화이별의 다른 말

     

     

     

    너는 한마디 못하고 떨고만 있다

    며칠째 내 눈치만 보고 있다

    가지 마라

    내 품에서 떠나지 마라

    속말을 되뇌이며 부는 바람 쪽으로 나는 선다

    사랑했던 지난 날은 즐거웠으나

    이별하는 지금 나는 가난하다

    후회는 없다

    내 몸에 먼저 가시를 두른다

    이제 너에게 이별을 주마

    이별도 사랑의 방편이니 또한 아름다운 일

    밝은 그늘 쪽으로 너를 밀어낸다

    잎사귀 하나 반짝햇살처럼 나부낀다

    아래로 아래로 흐른다

    다시 시작이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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