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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 이런거 올려도 되나 모르겠네요. 책게에 올리려다가 공포나 미스테리 쪽이 좀 더 어울릴 것 같아서 공포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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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지끈거렸다.
보통 잠에서 깰 때면 자던 건지 일어나서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던 건지 잘 구분이 안됐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서서히 뺨에 닿아 있는 찬 기운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침대의 촉감도 평소와 달랐다, 아니 애초에 지금 누워있는 곳은 그냥 콘크리트 바닥일 뿐이다
침대는 없었다.
뭐야 이거.
눈을 뜨니 주변이 회색빛이었다. 시력이 좋지 않아 앞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흐릿하게나마 회색빛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곧 눈을 몇 번 비비고 나니 그나마 또렷하게 보였다.
작은 회색 방이었다. 문은 차가워 보이는 철문에 천장에는 전구가 대롱거리고 있었다. 천장 오른쪽 구석에는 동그란 스피커 하나, 왼쪽 구석에는 카메라 렌즈가 하나 있었다. 바닥에는 쪽지와 며칠분의 물, 빵, 그리고 권총, 수첩과 볼펜이 있었다.
순간 소름이 끼쳤다.
만화에서나 보던 그런 일들이 내게 일어난 걸까 싶었다.
잠들기 전 마지막 기억을 떠올려 보려했지만,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아무런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직장에 갔다가. 늦게 돌아와서 씻고, 침대에 엎드려서, 폰을 만졌다. 대화에 끼어야 하니 요새 뜨는 드라마는 뭐고, 대화 주제가 될 만한 토픽은 뭐가 있겠고, 이거 재밌겠네 하고 영화도 몇 개 뒤적거리다가, 또 커뮤니티 사이트 들어가서 킬킬 거리다가. 자는 듯 안자는 듯 쓰러지는 미묘한 하루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어제는 무슨 요일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침착할 수 있었다. 막 일어나서 그런 건가. 아니면 머리가 아파서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걸까. 딱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게 와 닿질 않았다.
아니 사실 어떤 기분인지 말하기가 좀 복잡했다.
순간, 스피커에서 고주파의 전자음이 귀를 괴롭혔다.
“ 아아, 들리십니까? 다들 일어나셨습니까?”
건장한 남성의 목소리다. 조금은 흥분한 것 같은 목소리.
“ 예 뭐 다들 일어나셨겠죠. 당황스러우시죠? 여기가 어디지 싶으실 겁니다. 쓸데없는 걱정 마세요 말해봐야 여러분들이 모르는 곳 이고, 안다 해서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눈치가 빠르거나, 아니면 영화나 만화 같은 거 많이 보신 분들은 벌써 눈치 채셨겠지만
네, 그런 겁니다.
한군데 가둬서 죽고 죽이는 거. 그리고 마지막 최후의 생존자만 나갈 수 있는 생존게임! 제가 또 그런 거 참 좋아하거든요.
마피아 게임이라고 알려나 모르겠네,
많이들 해보셨을 테니까 대부분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제 방식대로 좀 재밌게 바꿔 봤어요. 여러모로 재밌는 요소들도 좀 집어넣고 해봤습니다.
혹시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룰은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12시간 간격으로 아침과 밤이 바뀝니다.
밤에는 직업별로 활동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직업을 가진 사람의 방문만 개방됩니다.
낮에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행동 할 수 있지만, 밤에는 각 활동시간 외에는 활동 할 수 없습니다.
낮에는 투표를 통해서 한명을 죽이시면 되고, 누굴 죽일지는 여러분들이 알아서 하세요. 살아남고 싶으면 계산 잘해서 죽일 놈 죽이고, 아닌 놈 살리면 되겠죠.
각 직업별로 뭘 해야 되는지는 쪽지에 적어 놨습니다.
어떤 직업이 있는지는 말하면 재미없죠. 마피아 게임이니까 마피아가 있겠다, 정도는 알려드릴 수 있겠지만, 나머지는 알아서들 찾아 보셔요.
그리고 제발 좀,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 마세요. 밤에 쪽지에 쓰인 역할대로 만 하면 됩니다. 그외에 이상한 짓을 하거나, 맡은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죽여 버릴 겁니다.
이상 잘 하셔서 잘아 남아 보시길! 뿅. “
목소리가 끊겼다. 다시 또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정적이 흐른다.
마피아게임,
고등학교 때 꽤 많이 했던 게임이다. 학교에서도 여러 번 해봤고, 따로 놀러 가서도 꽤 많이 해봤고, 잘하냐고 묻는다면, 꽤 잘하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주십시오.“ 라는 말은 보편적인 농담으로도 쓰일 만큼 유명한 게임이다.
마피아는 자기 팀을 제외하고 모든 시민 팀들을 죽여야 하고, 시민 팀들은 마피아를 찾아서 투표로 죽여야 하는 게임이다.
누가 사회를 보느냐에 따라 그 룰이 좀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이 틀을 벗어나진 않는다.
좋아하는 게임이긴 하지만, 진짜로 사람을 죽여야 하는 게임이라고 하니, 좀 꺼림직 하다.
삐이- 하는 낮고 큰 소리의 경고음과 함께 철문에서 철커덕 하는 소리가 들렸다.
닫혀있던 철문이 열린 것 같다.
급하게 쪽지를 확인 해 보았다.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갔다.
침 삼키는 소리가 오늘따라 더 크게 들린다.
수첩을 쪽지와 비슷한 크기로 찢어서 쪽지가 접힌 모양대로 접었다.
볼펜으로 쪽지에 적힌 것과 비슷하게 위조했다.
탐정 : 이틀간 조사해서 한명의 직업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생존 조건 : 마피아의 사망
혹시나 누군가 내 직업을 물을 것을 대비한 가짜 쪽지다. 왜 굳이 이렇게 까지 하나 싶을 테지만, 저 목소리가 말하는 게 진짜라면, 내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다. 쉽게 정보를 내줄 수 없다. 보통 이런 게임은 정보가 중요한 게임이기 때문에 남들은 속이되, 진짜 정보는 더 많이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
또 다시 내 침 삼키는 소리에 내가 놀란다.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야 뭔가 현실로 다가 왔다는 게 느껴진다. 잠이 좀 깨서 그런가. 슬슬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 한편으로는 이게 다 뻥이길 바라는 마음도 든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거기 아무도 없습니까?”
철문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목소리다. 스피커에서 나오던 목소리와는 좀 달랐다. 아마 어떤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먼저 대화를 시도해 보겠다고 나온 모양이다. 가만히 있다가는 이도저도 안될 테니, 일단 나가는 게 좋겠지
쪽지는 두 번 접어서 뒷주머니 에 넣고 가짜 쪽지를 앞주머니에 넣었다. 권총은 셔츠를 벗어서 셔츠로 가려두고 구석에 숨겼다. 저건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수첩과 볼펜을 오른손에 들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여섯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남자 셋, 여자 셋.
“안녕하세요? 김지혁 입니다.”
아까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보이는 사람이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띠며 악수를 건넸다. 이런 상황에서 악수라니. 심각하게 밝은 건지, 아니면 상황파악을 못하는 건지. 일단 악수를 받아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 이준수입니다. ”
거짓말이다. 이런 이름을 부모님께 받은 적은 없다. 악수를 받아 주면서 본명을 말해봐야 좋을 건 없다고 생각했다.
김지혁이란 사람은 조금 큰 키에 항상 웃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 자기소개는 됐고, 일단 저짝에 앉아서 뭔 상황인지 얘기나 좀 해봅시다?”
제일 왼쪽에 앉아있던 조금 껄렁해 보이는 아저씨가 말했다. 입은 옷차림에 말투, 행동거지까지 아무리 봐도 깡패 이상으로는 좋게 봐 줄 수 가 없었다. 깡패 아저씨가 가르킨 곳에는 의자 여덟 개가 있는 동그란 탁자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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