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여성시대에서는, 지금 굉장히 분할지도 모릅니다.
여성시대에서는 지금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나쁜짓을 한건 인정한다. 여러가지 비상식적인 행동들을 했고, 여자의 행동은 관대하게 보여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기대어 우리가 비도덕적인 일도 했다. (최소한의 개념은 갖추었다는 전제. 솔직히 많은 여시분들은 이것도 인정 않을분들이 많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번 일 때문에 여자들끼리만 나눌 수 있었던 비밀공유 공간마저도 문제시되었다. 우리도 성욕이 있고, 성적 판타지도 있고, 섹파에 대한 궁금함도 있고 두려움도 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도 싶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음탕함>으로 세상에 왜곡되어 알려져 버렸다. 남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고 여자들끼리만의 공간에서 공유하고 싶던 고민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렸다. 우리 모두가 황음무도한 색정녀가 되어버렸다. 이건 너무 심하지 않는가."
이해합니다.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나 그런 자신만의 고민 및 걱정, 호기심을 다른 사람과 상의하고 싶은 마음은 있고, 자신만의 은밀한 흥미도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요.
아마 여성시대 분들은, 오유의 고민게시판에 올린 진지한 고민들이 닉네임 밝혀져서 공개된 것같은 그런 느낌을 갖고 있을것 같습니다. 그 점을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지금 "신뢰"를 잃었습니다.
누가 봐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을 벌인 탓에 여러분 스스로의 손으로 여러분의 신뢰를 무너뜨렸고, 그 댓가를 받았습니다.
여자들만의 공간을 침해당한것?
아주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여러분 스스로 벌인 자업자득인데 어쩌겠습니까.
여자들끼리 자신들만의 비밀과 고민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진실하고 진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곳이 되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일반 상식의 궤를 벗어난 일탈까지도 "합리화"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런것을 하나하나 누가 나서서 통제할 수가 없기에 자정작용이 필요한 것이고, 여성시대는 그것이 모자라서 비난받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일베같은 문화"가 여성들끼리의 공간이라는 이유로 존중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마저도 즐기고 싶어했다면, 자유입니다. 다만 쓰레기 집단이라는 욕을 피하지는 말아야죠.
못 믿겠으면, 오유 고민게시판에다 익명으로 "나 여동생 강간하고싶다"라는 식의 글을 한번 써 보세요. 정말입니다. 한번 써 보세요.
내가 장담하는데, 10분안에 엄청 반대 먹고 보류로 갑니다. 반면에, 여성시대는 과연 그런가요?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사실 굉장히 깊게 얘기해야 하는데, 강간이니 뭐니 하는 판타지를 느끼며 즐기는 것도 사실 그것이 혼자만의 즐거움으로 끝난다면 남이 뭐라고 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성시대 분들이 지금 비난받는 것은 "자신들의 즐거움에 대한 공유"때문에 비난받는게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객관적으로 봐도 누구나 비난해야 할 실수" (조작질, 기만, 독재성, 폭력성, 기타등등) 때문에 비난받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것이 main입니다. sub가 아닙니다.
여성들끼리 자신들만의 비밀을 공유하는 공간을 갖고싶어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런 공간이 자정작용을 갖는 상태로 올바르게 돌아가지 않으면, 그건 생산적이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서, 여성시대 여러분들의 입장에서도 좋은게 아니라는 겁니다.
끈적끈적한 얘기를 나누는 놀이터? 좋아요. 괜찮아요. 누가 말리겠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지금 그것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닙니다. 더 쉽게 말해서, 지금 여성시대는 "여자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걸죽한 육담을 나누었기 때문에 욕먹게 된"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여러분은 앞으로도 이미지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여성시대 역시도, 지금 욕먹어 싼 측면에 대해 비난받는 것도 있고 억울하게 욕먹는 것도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상황에서 여성시대라고 해서 어찌 억울한 점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시대쪽에서 자초한 자업자득이니 누구를 뭐라고 비난하기 어려워요.
실체가 밝혀진 여성시대는, 상식적인 남녀 모두에게 있어 배척받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일베가 여자는 물론 남자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저는 차라리 여성시대가 이 기회에 분위기 쇄신을 제대로 하였으면 합니다. 남자뿐 아니라 일반 정상인들의 의견을 열린 자세로 듣고, 정말 제대로 된 의미의 페미니즘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여성시대의 이미지는 빠른 시간에 바뀝니다. 잃은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여성시대가 올바른 페미니즘의 실현에 앞장서고 올바른 자정작용을 회복하고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상식을 회복한다면, 여성시대는 "정말 가입하여 활동하고 싶은 곳"이 될거라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