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가 바보로 보였나 보다.
군대 안에서 네가 잠수탄지 대략 2주가 되었어.
저번주 월요일. 내가 퇴근하기 직전에 네 전화를 받았고.. 즐겁게 웃으면서 퇴근바로 할테니 오분뒤에 통화하자고 끊은 후부터 잠수의 시작.
을지훈련 기간이었으니까 바쁘겠지..하고 넘겼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훈련이 끝난 주말에도 넌 연락이 되지 않았어.
같은 사단에 행정병 남자친구를 둔 언니를 알고 있어서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얼추 네 일정이 어떨지는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일요일에 당직 부사관이라 바쁜 것 빼고는 여유로운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아.. 혹시 통화비가 없어서 연락을 못하는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느낌이 이상했어.
그러다 이번주 월요일에 연락을 기다리다 지쳐 전에 네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았는데..
평소와 다른 무뚝뚝한 목소리. 울먹이는 내 목소리에 안들린다며 짜증을 내던 너.
유격훈련이 다음주에 있어서 훈련 준비하느라 이번주 내내 바쁘고 다음주엔 유격들어가니까 2주 후 주말에나 연락이 가능할거라던 너였다.
그말을 철썩같이 믿고 나는 편지 곱게 작성하고.. 내가 만든 묵주 형태로 된 커플팔찌와
유격 끝나고 나서 먹으라고 각종 수입과자들을 사서 택배로 보냈어.
근데.. 웃기게도.. 기가막히게도
네가 아는 여자사람친구랑 이번주 화요일에 40여분간 통화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울면서 무슨일 있는건 아니냐며 기다리겠다며 통화한 다음 날이었어.
그 다음날 너는 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40분간 통화를 했대.
손이 벌벌 떨리면서 눈물 밖에 안나더라.
나는 그런줄도 모르고 마냥 널 기다리면서 속앓이를 했다.
넌 아무리 바빠도 내게 연락안할 사람이 아닌걸 알았기 때문에 불안했어. 그래도 믿고 기다렸는데..
나에게 화가나거나 내게 문제가 있어서 그런거라면 차라리 말을 해주지.. 왜 사람을 비참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네가 싫을 행동 화가날 행동 한번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나라서.. 도데체 왜그러는지 갈피도 안잡혀.
한참 상처받아서 사랑이란거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던 내가 너에게 마음을 연건 쉬운일이 아니었어.
천천히 친구처럼 다가와 무심한척 하면서도 세심하게 날 살피고 항상 웃게 해준 너라서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
그냥 너 자체가 좋았어. 불안정한 네 꿈과 미래도 언제나 응원해주고 싶었고. 네가 돈이 없어도 좋았다,
전 남자친구들에겐 화냈을 여사친 문제들도 몇년 동안이나 알고지낸 그냥 동성친구.. 딱 그정도 사이라고 믿었기에 뭐라하지 않았어.
밤늦게 돌아다녀서 걱정시키지도 않았고. 다른 남사친들과의 연락도 자제하고. 네가 걱정할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나랑은 다르게.. 넌 군인이니까. 더 힘들거라는 생각에 그랬어.
주기적으로 네가 좋아하는 비타민이랑 차를 챙겨주고.. 뭐든 좋은게 보이면 네 생각부터 났는데..
손재주는 없지만.. 정성 담긴 선물을 하고 싶어서.. 레몬청도 만들고
연락이 안되는 순간에도 전역 D-100 달력 만들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네 휴가에 맞춰서 같이 놀기 위해 회사일 힘들고 몸이 아파도 올 여름 연차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어.
나와의 통화가 스트레스 풀 수 있고 기분 좋아지게 하는 유일한 거라길래
언제든지 힘든 일 있으면 받아주려고 했고.. 기운 주려고 노력했고.. 항상 통화 놓치지 않게 폰을 끼고 살았는데
도데체 무엇이 마음에 안들었길래.. 나에겐 거짓말까지 해가며 연락 한번 안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말을 하고 시간을 갖자 말하지. 너무 비겁한거 아니니..
모르겠다.. 정말
하소연 할 곳에 없어서.. 이 시간에 이렇게 게시판에 첫 글을 써봅니다..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