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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엔 두개의 시계가 있다.
하나는 조그만 알람시계이고, 다른 하나는 원목으로 된 동그란 벽시계이다.
오늘 아침, 난 지각을 했다.
알람시계가 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계바늘은 움직이지 않고 멈추어 있었다.
그녀의 주선으로 어렵게 구한 아르바이트 자리인데...
하는 일이라곤 화랑을 지키고 팜플렛을 관리하는 일 뿐이었지만, 적어도 한 시간 전에는 그곳의 청소를 끝마쳤어야 했다.
괜한 시계 탓을 하며, 세수만 대충한 채로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 정오를 향한 태양이 나의 두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포근함도 잠시, 분명히 추운 날씨였다.
차가운 바람은 햇살의 따스함을 쫓아내기라도 할 듯이 매섭게 불었다.
바쁜 걸음을 하며, 혼자 청소하고 있을 동료에게 미안하다는 전화를 하려는데 핸드폰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가방 속을 뒤져 핸드폰을 찾으려는 순간, 눈덩어리를 밟으며 중심을 잃은 내 다리는 차도로 미끄러졌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내 몸 위로 쏟아지는 클락션 소리와 누군가의 비명소리를 들었던가.
어쨌든, 깨어났을 땐, 엠뷸런스 안이었다.
머리를 땅에 부딪치면서, 잠깐 기절을 했었나보다.
다행히 신호가 바뀌는 중이어서, 차들이 거의 정차해있었기 때문에, 내 몸과 충돌한 차는 없었다고 한다.
구급대원의 괜찮냐는 걱정스런 물음에 난 쑥스러움의 웃음까지 지어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누군가 나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던 것 같았는데...
아까, 미끄러졌던 순간에 말이다.
기절하면서, 잠시 꿈이라도 꿨던 것일까.
머릿속이 묵직한 모래주머니로 잔뜩 채워진 듯이 무거웠다.
병원에 도착했지만, 난 응급실에도 들어가지 않은 채로,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 나왔다.
어느 곳도 아픈 곳은 없었지만, 어쩐지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어떻게 하루가 갔을까.
정신없이 일을 마친 후 피곤한 몸으로 집에 왔다.
잠자기엔 이른 시간이었지만, 자고만 싶었다.
대충 씻고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 했다.
오래된 습관처럼, 잠이 들기 전에는 아무생각 없이 방안을 둘러본다.
그날도 역시 그랬고, 그러다가 내 시선은 한 곳에 고정되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일까...
벽시계의 바늘 또한 멈춰 있는 것이었다.
같은 날, 그것도 내 방에서만 두 개의 시계가 멈춰있다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도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변한 건 없는 것 같았지만, 갑작스럽게 무언가가 확 달리진 것만 같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무얼까, 무엇때문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핸드폰을 두고 가는 바람에 그녀와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오늘은 유난히 화랑에서도 정신없게 분주해서, 전화도 하지 못했었다.
전화기를 찾으려는데, 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놀랄 겨를도 없이, 그녀가 있다는 병원으로 향했다.
우연인지, 오전에 사고를 당했더라면, 내가 입원했을지도 모를 병원이었다.
그녀는 죽어 있었다.
이른 아침의 사고였는데, 나는 그녀의 수술이 끝나고서야, 그녀가 죽고 나서야, 차가운 관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겨우 이제야... 이곳에 온 것이다.
밤새도록 그녀의 영정 앞에서 보내고, 실신상태가 되어서, 집으로 왔다.
어제, 그녀가 죽었다.
내가 그 병원 앞에서 도망치듯 뛰었을 때, 그녀는 그 곳의 수술대 위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난 침대에 누워, 잠을 재촉하며, 모든 게 꿈이길 바랬다.
그녀는 죽은 게 아니야...
지금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아무 일도, 사고 따윈, 일어나지 않았어.
눈물이 전부 말라버렸는지 나오지도 않았다.
이리저리 몸을 뒤척거리며, 난 무심코 시계를 보게 되었다.
시계는 어제 멈추어진 그 상태였다.
6시 40분에 자명종시계는 멈추어져 있었다.
순간, 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사고 시간이 대략 그 정도라고 들었다.
벽시계를 보자마자 난 경악했다.
11시 20분에 멈추어진 바늘, 그녀의 사망시간이었다.
언젠가 그녀가 그랬었지.
우리 둘 중 누구 하나가 먼저 죽게 되면, 그 이후의 시간은 아마도 죽은 시간이 될 거라고...
그랬었나...
그녀가 내 곁에 머물렀었나...
어쩌면, 나에게 일어났던 그 사고는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녀와 나, 우리는 언제나 함께 하길 바랬으니까...
시계바늘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홀로 남았다.
그 외에,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
1997년인가 1998년도에 유니텔 공포방에 올렸던 거랍니다~
처음으로 공포소설을 썼던 거라 가장 애착이 간답니다.
추천수 3에 무척 행복했던 기억이... ㅎㅎㅎ
출처 | http://cafe.daum.net/suttleb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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