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때도 매월 폐품 수집하는 날이 있었고, 교실 뒤에 잔뜩 쌓인 폐지 더미에서 껍대기에 한자로 쓰인 그 책을 우연히 본 게 문제였음. 고입 연합고사 준비로 매일 문제지만 보다가 그 책이 신박해 보여서, 다른 애들이 썬데이 서울 챙기고 있을 때 난 그 책을 챙김.
집에 와서 보는데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300 쪽 미만이었던 거 같음.
내용은 뭐... 丹 의 수련법, 효과 같은 게 잔뜩 들어있는데 정말 쉬운 거였음.
들숨을 네 음절에 맞춰서 들이쉬고, 날숨도 네 음절에 맞춰서 내쉬라고. 예를 들어서 대.한.민.국 하면서 들이쉬고, 내쉴 때도 대.한.민.국 하는 식으로, 입 꼭 다물고 코로만 숨쉬면 된다는 거였음.
쉽네? 바로 시작 했음.
이게 뭔가 하면서도 그냥 계속 함. 몇 분쯤 지난 거 같은데 아무 변화 없음.
몇 분 더 계속 하는데 몸이 흔들림. 어... 이상한 기분인데...
신기하다!! 계속 함.
몸이 점점 더 흔들리고, 뭔가 몽롱한 기분이 됨. 마치 책상다리한 내 몸이 바닥에서 둥둥 뜬 것 같은 기분. 어... 이상해... 근데 이거 뭔가 무섭다 그만해야지.
그렇게 첫 시도 마치고, 그 뒤로 몇 번 더 했음. 할 때마다 몇 분 지나면 몸이 막 흔들리고, 이상한 기분에 몽롱해지는 거임. 이게 뽄드 분다는 애들이 느끼는 그런 건가? 싶었고, 왠지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어서 그 뒤로 안 함.
문제는...
그 뒤로 잘 때마다 가위 눌림. ㅜㅜ
가위 눌린다는 거 얘기로만 들었지 그게 어떤 건지도 몰랐는데, 첫 가위 눌렸을 때는 정말 끔찍했음. 눈은 말똥말똥한데 몸은 꼼짝도 안 하고, 몸은 땅 밑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말이 안 나오고, 손가락 하나도 안 움직이는 게 그게 가위라는 걸 알았음.
밤에 잘 때마다 가위 눌리니 밤에 공부한다는 핑계로 안 자고 버팀. 아주 그냥 피곤해서 기절하듯이 자야 가위가 안 눌려서 새벽 4시쯤 자고, 7시에 일어나는 일과가 되버림. 덕분에 학교에서 선생님이 완전 이뻐하심. 연합고사 대비 모의고사 점수가 기냥 갈수록 막 잘 나와서. ㅜㅜ
망할 그 책 보고 따라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 안 생기는 건데 하는 원망이 가득.
그 가위눌림은 그 뒤로 몇 년을 더 괴롭히다가 점점 빈도가 줄더니 사라졌음.
남들은 살면서 귀신도 보고, 이상한 것도 본다는데 내겐 지금까지 살면서 그때 날마다 가위 눌리던 시절만큼 무서웠던 기억이 없음. 해 지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웠,,. ㅠㅠ
그때 그 책의 수련법이라는 게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네 음절로 숨 쉬기를 반복하는 게 지가 지 스스로 최면에 빠지게 하는 거 아니었나 싶고, 그 뒤로 잘 때마다 고생했던 게 그 부작용 아니었을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