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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2308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3
    조회수 : 701
    IP : 221.155.***.186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7/05/25 19:32:28
    http://todayhumor.com/?lovestory_82308 모바일
    [BGM] 견디는 자만이 살 수 있다


    1.jpg

    권현형스며들다

     

     

     

    울음송곳으로 누가 자꾸

    어둠을 뚫고 있나

    한낮 산책길 저수지

    수면에 어른대는 당신을

    잠깐 들여다보았을 뿐인데

    밤새 환청에 시달린다

     

    물이 운다는 생각

    난생 처음 해 본다

    그것도 동물성의

    울음꽃떨기를 피워

    깊이 모를 바닥에서 송이째

    끝없이 밀어 올리는 듯하다

     

    저수지 안에서 살아가는

    황소개구리가 내는 소리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도

    누구의 설움이 조금씩 누수되어

    내게로까지 스며들었는지

    그때 물이 울었다는 생각

    거두어지지 않는다







    2.jpg

    오규원나무속에서 자본다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속에서 자본다







    3.jpg

    안상학이불을 널며

     

     

     

    우리들의 삶이

    이불 한 장만한 햇살도 들이지 못한다는 것을

    햇살에 말린 이불을 덮으면서 알았다

    이내 눅눅해지는 우리들의 삶

     

    더러 심장도 꺼내 햇살에 말리고 싶은 날이 있다

    심장만한 햇살 가슴에 들이고

    나날을 다림질하며 살고 싶은 날이 있다







    4.png

    천양희견디다

     

     

    울대가 없어 울지 못하는 황새와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는 낙타와

    일생에 단 한 번 울다 죽는 가시나무새와

    백년에 단 한 번 꽃피우는 용설란과

    한 꽃대에 삼천 송이 꽃을 피우다

    하루 만에 죽는 호텔펠리니아 꽃과

    물 속에서 천일을 견디다 스물 다섯 번 허물 벗고

    성충이 된 뒤 하루 만에 죽는 하루살이와

    울지 않는 흰띠거품벌레에게

    나는 말하네

     

    견디는 자만이 살 수 있다

    그러나 누가 그토록 견디는가







    5.jpg

    이근배

     

     

     

    풀이 되었으면 싶었다

    한 해에 한번 쯤이라도 가슴에

    꽃을 달고 싶었다

     

    새가 되었으면 싶었다

    여름가을겨울을

    목청껏 울고 싶었다

     

    눈부신 빛깔로 터져 오르지는 못하면서

    바람과 모래의 긴 목마름을 살고

    저마다 성대는 없으면서

    온 몸을 가시 찔리운 채 밤을 지새웠다

     

    무엇하러 금세기에 태어나서 빈 잔만 들고 있는가

    노래를 잃은 시대의 노래를 위하여 모여서 서성대는가

    잠시 만났다 헤어지는 것일 뿐

    가슴에 남은 슬픔의 뿌리 보이지 않는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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