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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2년간의 연애가 끝이 났어요.
그동안 쌓였던 의리도 예의도 정도 무색하게 그것도 핸드폰 화면 위 문자 몇마디로요.
2년 좀 넘는 시간동안 헤어지길 세네번.
본질은 모두 다 같은 이유였어요.
너무나 배고팠지만 누구보다 행복하게 연애했던 오랜날들이,
그사람을 위해 쏟았던 내 시간과 돈과 모든 노력들이
그사람의 취업 성공으로 한순간에 변하게 될지 어느 누가 알았을까요.
나름대로 도전하는 젊은 날의 자세들은 그사람 눈엔 그저 시간낭비로 보였고
그의 그런 판단은 제 자신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했어요.
아직 졸업도 한참 남은 저는 도전해도 모자랄 시간에 자책만 하고 멈춰있었어요.
결국 올해 봄, 새학기가 시작되던 주에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받았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제 자신은 이미 너무 작아져서 보이지도 않더라구요.
그사람을 위해 살고 있던 허물밖에 안남았더라구요.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자괴감에 미칠 것 같았어요. 배신감은 두말할 것 없었구요.
집에 가면 괜히 혼자 더 우울해지니까
악착같이 이를 악물고 매일 학교에서 막차가 끊기기 전까지 붙어있었어요.
차오르는 눈물을 참고 혼자 어두운 계단에 앉아 실컷 울다가 작업을 하고
그런 날이 하루, 이틀, 일주일, 한달, 두달 흐르더니 어느새 다섯달이 되어가더라구요.
정말 시간이 모든걸 해결해주덥니다.
내 세계가 다시 쌓이기 시작하니 꽤 살만했어요.
하루에 100번씩 기억나던 그 사람이 점점 50번, 30번, 10번 생각나더니
아예 생각나지 않기도 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그사람이 다시 나타났어요.
이제와서 너 아니면 안되겠다, 한순간도 너 생각이 안난적이 없다는 달콤한 말과 함께요.
다섯달동안 다시 열심히 쌓아왔던 내 세계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혼자 힘들었던 기억을 그의 말 몇마디에 모두 다 잊고서는
그 말을 덥썩 다시 믿어버렸어요.
결국 그 말은 얼마 안가 엊그제 끝나버렸습니다.
다행인지 뭔지 이번엔 자괴감보다는 배신감과 괘씸함으로 그 사람이 너무 미웠어요.
또 새학기가 시작하던 날 또 이렇게 되어버려서 아무것도 하기싫은 무기력함에
하루종일 멍하게 영혼없이 지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일부러 이사람, 저사람에게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은 생각에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문득 든 생각인데요.
다들 이 청춘이 힘들던 어쨌던 여러가지 선택지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문제를 열심히 풀려고 하고 있는데
저는 '그냥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든 풀리겠지 시간이 해결해줄거야' 하는 생각으로
선택지를 만들 생각도 없이, 문제를 읽지도 않고,
문제가 어렵다고만 생각하고 피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헤어져서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건 거기에 너무나 좋은 핑계였구요.
한동안은 이 상처가 회복될 시간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할테지만
새살이 돋고 잘 아물어서 밉지 않은 흉터가 될 수 있게
이 상처를 긁거나 건들이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이 상처는 잠시 잊은채로 이 상처가 다시 제 살이 될때까지
제 자신만을 위해서 살려고 해요.
그렇게 열심히 묵묵히 지내다보면 행복해지겠죠.
'당신은 내가 아니고, 나는 당신이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해준만큼 상대에게 갖는 어떤 바람도, 기대도, 아쉬움도, 미련도 모두 무의미 한 것 같아요.
제가 늘 기억하고 있는 말인데 잠시 잊었었나봐요.
절 좋아하는 놈은 제가 매달리지 않아도 제 옆에 남아주겠죠 뭐.
그렇지 않은 놈에게 제 모든걸 쏟아 붓고 상처 받으면서 힘들게 보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사실은 오늘도 그사람이 몇백번이나 생각났어요.
근데 그러면 안된다는걸 누구보다 제 자신이 잘 아니까 혼자 꾹 참았어요.
이별한 우리 모두
오늘 하루도 고생많았어요.
내일 아침부터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 살아봐요.
조금만 힘내서 버티면 백만배, 천만배 행복할거에요.
잘자요. 좋은 꿈 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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