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0대 마지막을 즐기고 있는 아재입니다...
지금부터 10여년 전, 모 벤처기업에서 연구직으로 있을 때 겪은 일입니다.
그때 그 회사는 요즘은 흔하지만, 당시에는 많지 않았던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해 있었습니다.
건물은 가운데 중정이라고 부르는 공간이 있고, 중정을 빙 돌면서 회사들이 입주해 있는 형태였습니다.
우리 사무실은 16층이었는데 옆 회사는 당시에는 첨단 기술이던 무선헤드셋을 개발하던 회사였습니다.
모든 벤처기업이 그렇듯 월화수목금금금을 하면서 피로에 찌들어 지내던 때였는데...
옆 회사 사장님이 자금이 고갈되서 직원들 월급도 못 줄 정도로 힘들어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가끔 회사 앞 두루치기 집에서 소줏잔 기울인 적 있는데 그때마다 하시는 말씀이..
"따박따박 월급 나오는 직장 다니고 절대로 사업하지 마라..."
아무튼 사업하다 빚에 쫒기는 사장님 많이 본 터라 그러려니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달 지나고...
4월 16일...
아침 6시...
그 전날 밤새 야근하고 회사 지하의 사우나에서 간단히 눈 붙이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마침 옆 회사 사장님이 타고 계시더라구요...
"일찍 나오셨네요..."하고 인사를 드리니 빙그레 웃으시더군요...
16층에 도착해서 내리려는데...
분명히 지하에서 같이 타고 올라왔는데...
그 사장님이 없어졌습니다...
야근에 지쳐서 헛게 보였나 하고 갸우뚱거리면서 내리고...
그리고 사무실에 들어갔더니...
조금 전에 옆 회사 사장님이 1층 중정으로 뛰어내렸다고 여직원이 펑펑 울면서 어떡해 어떡해 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지하에서 바로 올라와서 1층 상황을 모르고 올라왔고요...
4월 17일 회사에 사표내고 퇴직금 필요 없다고 얘기하고 나왔습니다.
그 이후로도 그 건물에는 다시는 가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도 길에서 그 회사 브랜드 블루투스 헤드셋 보면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등이 오싹할 때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