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장애우' 단어 사용운동을 참 싫어했던 1인입니다. 해당 캠페인 전에도 장애인 시설 자원봉사를 다니면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장애인'이라는 지칭에 들어있는 구별(너와 나 사이의 선긋기)는 차별의 시작이 되고 실제로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그것이 '장애우'가 된다고 해서 해당 인식을 못했던 사람이 인식을 하는 계기가 되지도, 바꾸는 계기가 되지도 못했죠. 다만 나는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허세스런 상징으로 남고 말았다고 봅니다.
'김여사'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이전에 여성운전자에 대한 광범위한 조소와 비하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집에가서 밥이나 해라, 솥뚜껑 운전이나 해라, 등 길거리에서 여성운전자임이 밝혀졌을 때 대놓고 일어나는 조롱은 어머님 세대에서 운전하시는 분이면 한두번 겪어본 일이 아니라고 하세요. 실제로 운전을 못하는 편이 아니거나 남들과 비슷한 잘못을 저지른 경우라도 말입니다.
해당 비하(실제로 운전을 미숙하게 해서 발생하는 경우까지 포괄하는 것이 아닙니다. 운전을 못한 것이 아닌데도, 여성운전자가 아닌데도 교통약자 - 경차, 여성운전자 등 - 라면 발생하는 위와 같은 조롱 등을 말해요)는 지금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결혼하고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서 당황했던 것 중에 하나는, 내부가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미숙한 운전자, 발암운전자를 보면서 남편이 당연한 듯 저 여자 운전하는 거 봐라, 끔찍하다, 라고 말했을 때에요. 제가 왜 저 사람이 여자라고 생각하냐고 했더니 저렇게 운전하는 건 항상 여자라고 무심히 답하더군요.
여성이 남성보다 공간인지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죠. 가정에서 주부로 살아오다가 아이 등하교 때문에 나이들어서 운전을 급하게 시작하는 경우는 20대 남성의 경우보다 운전시 기초 상황 파악에 느린 것이 일반적이기도 할 거에요. 게다가 주변의 운전자 중에 여성운전자가 이상하게 운전하는 경우를 목격하기도 했을 겁니다. 그래서 '김여사'의 운전미숙은 팩트에서 출발하는 인식이라고들 합니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 90프로가 넘게 남성범죄자에게서 발생해요. 이슈가 될 수 있는 성범죄의 유형 - 미성년 대상이거나 경찰, 교사 등 도덕적 책무가 높은 직종에 의한 범죄, 미결 성범죄 등 - 에 있어서도 남성에 의해 저질러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슈가 될 수 있고, 기억에 남기 쉬운 - 이상하고 미숙한 운전 방식이 기억에 남듯이요, - 성범죄 사건을 게시판에 올리거나 모임에서 대화주제로 올린다고 가정해 봅니다. 이런 자리에서 '김고추 또...', '고추달린 것들 하는 짓이 그렇지머' '라고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 보신적 있나요? 그리고 그런 말이 나올때,, 팩트에 입각한 선긋기 (나와 다른 바운더리에 속한다고 구별하기 위한 성별 프레임 씌우기) 라고 정당하다는 말이 나올까요?
보통 이런 이슈가 되는 성범죄에는 '국가 프레임'이 씌입니다. 인도, 중국의 흔한, 성진국, 등등의 단어 많이 보셨을 겁니다. 신기하죠... 90프로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성별프레임과 무관한 인식이 있는가하면 남성 : 여성의 비율이 6;4인데, 교통사고 유발율은 8:2정도가 되는 통계에는 당연한 듯 성별프레임이 따라붙는 이유가 뭘까요.
중요한 건 김여사라고 부르는 게 아니고, 김여사라는 작명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여성운전자에 대한 비하가 광범위하게 사회적인 동의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김여사가 문제겠습니까. 그걸 김사장, 김기사라는 단어를 만들어서 같이 비하하잔들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성별프레임을 강화할 뿐이에요.
인식의 문제에요. 왜 이걸 성별프레임에 넣어서 '나와 다르다'는 선긋기를 하고 있는지. 이미 그 속에 들어있는 성별프레임을 인지하고 있고, 거기서 차별이 시작된다는 걸 인식하고 있는 사람에게 김여사를 부르자, 부르지 말자는 아무 의미없는 공허한 캐치프레이즈에요. 김여사가 김여시가 된들, 김범죄자가 된들, 다른 단어의 사용으로 바꿀 수 있는 인식의 변화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김여사라는 단어에 성별프레임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김여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자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있습니다. 언어가 생각을 조정하는 수단일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언어를 바꾼다고 자신의 인지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진 않는다고 봅니다.
바뀌어야 할 것은 오유에서의 단어사용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광범위한 인식이겠죠. 여성운전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받아서도 안되고, 운전이 이상한 사람에게 여성운전자라는 프레임이 씌여서도 안될 일입니다. 나 자신의 시선에 약자에 대한 타자화는 없는지 바라볼 일이지만 그게 어떻게 이루어질지,,, 모르죠. 다만 그것이 김여사에 대한 금지에서 시작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마치 장애우라는 이상한 단어에서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