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리 잘라버린 손가락의 절단면이 욱신거렸다. 달리 견딜 방도가 없어 허무하게 절규해 봐도 몸 전체로 전달되는 아찔한 통증만큼은 도저히 기껍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른손에 쥔 칼의 날은 생각보다 훨씬 무뎠다. 막 해동 된 고기를 다지듯 몇 번인가 도마 위의 손가락을 강하게 내리치고 나서야 나는 그것들을 몸에서 분리해 낼 수 있었다. 이런 비상식적인 행위, 처음 하는 일인데도,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도, 낭자하는 피도, 모두 오래 지나지 않아 익숙해졌다. 익숙해져야 했다. 내게는 손끝을 갉아 먹으며 뇌에 도달하는 고통보다도,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뿐인데 혼자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 훨씬 두려웠으므로. 분명 그녀가 그랬지. 부르튼 입술을 움직여, 건조한 목소리로, 닫혀가는 문 틈새로─
─엄마, 손가락 수만큼만 자고 올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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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썼던 글인데 최근 발견하고 읽게 되서 오유에도 올려봐요 :) 부끄럽고 뭔가 오글오글 하네요(..) 게시판 맞았으려나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