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제목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 제목을 보고 뭔가 이상한게 느껴졌다면 김여사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지금 김여사 논쟁을 보면서 너무 답답한게, 자꾸 엉뚱하게 전개된 이야기들이 난립하고 좋은 풍자니 의견이니 하면서 추천을 받고 있어요. 좀 다시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네요.
1. 김여사는 운전하는 중년여성에 대한 차별적 단어이다.
어떤 언어든 사회의 특정 집단에 대한 일반화를 하는 언어는 나쁩니다. 아시안 드라이버, 니그로 등등의 단어가 왜 나쁜가요? 그건 황인종 운전자, 흑인들이란 특정성을 기반으로 일반화를 하는 단어이기에 좋지 않은겁니다. 김여사도 마찬가지에요. 하물며 그 일반화가 좋은면을 담고 있어도 그 일반화는 나쁜겁니다. 코리안은 수학을 잘한다, 흑인은 노래/운동을 잘한다- 이런 일반화는 긍정적 면을 부각시키지만 역시 옳지 않아요. 여러분이 싫어하는 김치녀, 조센징 등등 다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어요. 그 뉘앙스가 무엇이든간에, 특정한 범위의 대상에게 낙인효과를 가져오거든요.
2. 내가 듣기에 김여사는 니그로나 김치녀 만큼 부정적으로는 들리지 않는데?
개인적으로 그 단어들이 어떻게 들리든, 그 부정적임의 정도가 어떻든 상관 없습니다. 이미 그 단어들이 특정성을 가지고 차별적으로 기능하기에 올바르지 못한겁니다. 코리안은 수학을 잘한다를 생각해 보세요. 설사 이 고정관념이 기분좋게 들리더라도 그건 개인적 감상의 문제지, 사회적으로 이런 차별적 언어는 여전히 올바르지 못합니다. 좋은차별, 나쁜차별, 심한차별, 덜한차별도 다 차별이에요.
3. 운전을 잘 해서 그런 소리를 안들으면 되지 않느냐 / 애초에 운전을 잘하면 되지.
그 단어의 쓰임 자체가 문제이지 누가 얼마나 합당한 근거로 거기에 속하느냐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논리는 마치 흑인들에게 "니네 착하게 행동해서 니그로라는 소리 안들으면 되지" 혹은 "니네 운전 잘해서 아시안 드라이버 소리 안들으면 되지" 라는 소리와 마찬가지에요. "짱깨색히"를 몰상식한 일부의 중국인들이라는 정의를 내려 놓고, 그걸 쓰면서 중국사람들에게 "애초에 행실을 똑바로 하면 되지" 라고 하시겠어요? "김치녀"는 아주 일부의 여성들을 지칭할텐데 그 단어의 쓰임에는 왜 반대하시나요? 메갈에서 쓴다는 김치남인가 한국남인가 그 단어는 의미를 따져보면 우리 대부분은 해당이 안되는 남성 중 일부일텐데 왜 반대를 할까요?
3.5 그럼 아주 세세하게 분류를 해서 응당 들어야 할 때만 김여사를 쓰자.
종종 김여사에 대해 아주 세밀하게 "운전을 뭐같이 해 놓고도 뻔뻔하게 구는 여성운전자"등의 정의를 가지고, 여기에 해당 될 때만 쓰자는 의견이 있습니다. 첫째로, 애초에 차별적인 단어이기에 그게 대상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는 차별적 단어의 쓰임을 합리화 할 순 없어요. 미국에서 "사회에 대해 아주 폭력적이고 위험한 흑인들에게만 니그로라고 부르자" 라고 말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니그로를 위험하게 정의한다고 해서 애초에 차별적 계층특정성을 가지고 있는 단어의 사용이 정당화 될까요? 외국인들이 아시안 드라이버에 대해 아주 세세히 기록 해 놓고 우리는 이렇게 쓸래 하면 아~ 그래 하시겠습니까? 아니요. 애초에 그 단어들의 차별성이 나쁜거에요. 둘째로, 폭력적 언어는 애초에 지양해야 하기에 대상을 어떻게 한정하는지가 그 쓰임을 정당화 할 순 없습니다. 병신새|끼에 대해 아주 세세한 정의를 해 놓는다고 해서 타인에게 병신새|끼라고 하는걸 정당화 할 순 없습니다. 셋째, 김여사가 병신새|끼만큼 나쁘냐? > 6번을 보세요.
4. 김여사가 왜 "여"혐이냐.
오유는 여혐이라는 단어에 유독 예민한데, 이걸 제발 단순히 여자vs남자라는 프레임으로 보지 말아 주세요. 김여사가 여혐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운전하는 중년여성에 대한 차별적 언어라고 생각해 보세요. 김여사라는 단어 자체가 대상을 운전하는 중년여성으로 분명하게 한정하고 있습니다. 그냥 여성이 아니고 "운전 못하는 중년여성인데?" 하고 말해봐야 애초에 한정하는 대상이 정해져 있는지라 차별성은 여전히 내포하고 있어요. 아시안 드라이버가 운전 못하는 특정 아시안 사람들에 대한 단어라고 암만 이야기 해 봐야, 그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차별성은 그대로 가지고 있지요.
5. 김여사는 그 기원이 xxx인데 차별적 발언이 아니지 않느냐? / 공공기관 캠페인에도 썼는데?
기원이 뭐든 그 단어는 분명히 특정성을 가지고 일반화를 시키고 있습니다. 기원이 뭐든 상관없어요. 공공기관에서도 잘못 쓴거죠. 공공기관에서 썼다고 해서 그게 그르지 않다고 보시진 않으시겠죠. 개인적으론 차라리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 사회 전반적으로 낮음에 대한 예라고 보입니다만.
6. 김여사는 차라리 순화된 말인데 쌍욕보다 낫지 않냐?
외국에서 우리보고 "병신새|끼라고 하지 않고 아시안 드라이버라고 불러주는데 차라리 나은거 아님" 이라고 하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나쁜건 나쁜거지 덜 나쁘고 더 나쁜게 있어서 하나는 용인되고 하나는 안되고 그런게 아닙니다. 차별적 언사가 듣기에 덜 폭력적인 말이라고 해서 덜 나쁜건 아니죠. 김여사도 마찬가지입닏.
7. 그럼 쌍욕을 하란 말이냐?
김여사를 쓰지 말고 차라리 쌍욕을 하라는 의미는, 당신이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낼 때 굳이 차별적인 폭력성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갑: 김여사는 차별적 단어이니 사용하지 맙시다!
을: 그럼 나의 야수같은 폭력성이 성대를 통해 뿜어져 나올 땐 어떻게 하란 말이냐?
갑: ??? 그건 내 알바 아니니 하던대로 하세요...시발년이든 뭐든...
이건데요, 만약 김여사라는 차별적 폭력성을 가진 단어를 추가함으로서 당신이 보다 원초적인 폭력성을 가진 단어를 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차별적 폭력성을 가진 단어의 사용을 정당화 할 순 없다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갑: 아시안 드라이버는 차별적 단어니 사용하지 말아줘.
을: 야, 내가 네게 아시안 드라이버라고 욕하지 않으면 병신새|끼라고 할텐데, 그건 더 심하잖아? 그러니 아시안 드라이버가 있는게 낫지 않니?
갑: 그냥 하던대로 해, 아시안 드라이버라고 하지 말고.
여기서 을의 문제가 보이시나요? 을의 질문 자체가 비논리적인거에요.갑의 대답은, 병신새|끼를 쓰라고 추천한게 아닙니다. 두 언어 다 폭력적이고 잘못된 두 언어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 할 수 있다고 해서 대체된 언어를 정당화 할 순 없다는 겁니다.
8. 이렇게 살다간 숨막히겠네. 그냥 리버럴하게 좀 살자 씹선비야.
여태껏 신경쓰지 않고 살아왔던 것들에 태클이 들어오면 이런 반응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타인에 대한 감수성의 문제에요. 니그로도 수십년 전엔 공공연하게 쓰이던 단어였습니다. 하지만 올바르지 못하기에 점점 고쳐지고 있는 중입니다. 내가 별로 상관이 없다고 해서 타인에게도 상관이 없는게 아니에요. 저희 어머니는 예전에 쌍방 운전사고를 내시고 상대 운전자에게 여편네, 김여사 등등의 말을 듣고는 그게 상처가 되서 아직도 운전을 안하십니다. 좀 하시라고 말씀드리면, 또 그런 소리를 들을까봐 불안해서 운전대를 못잡으시겠대요. 누군가에겐 아무렇지도 않는 단어가 다른 사람에겐 상처로 다가오는거에요.
왜 이렇게 김여사를 못써서 안달일까요. 아마 남녀의 문제로 환원 될 수 있어서 그렇겠죠. 누군가에겐 남녀간 역차별의 문제로 보일거고, 누군가에겐 언어의 형평성의 문제로 보일겁니다. 그런데 실상은, 그냥 단순히 그 단어 자체가 차별적 언어이므로 지양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카운터파트가 남성에게 있든 없든, 쌍욕보다 덜 심하게 들리든 아니든 말든요. 제발 이걸 남녀의 프레임으로 보지 말고, 그냥 당신들의 어머니가 같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의 문제로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