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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1821
    작성자 : 시타필리아
    추천 : 37
    조회수 : 2246
    IP : 122.128.***.239
    댓글 : 22개
    등록시간 : 2015/07/22 12: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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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면(不眠) -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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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잠을 자지 못한 것도 사흘째로 접어들고 있다.
     
    어제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모텔에서 가위에 눌린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 다리대신에 손가락이 달려있는 끔찍한 지네를 다시 볼까봐 도저히 침대에 누울 수가 없었다.
     
    혹시 불을 끄면, 잠이 들면 또 그것이 나올까봐 거실의 불을 환하게 켜놓고 밤새도록 TV를 봤다.
     
    졸지 않기 위해서 커피를 잔뜩 마셨더니 토가 나올 지경이다.
     
    그러고보니 어제오늘은 커피 이외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목구멍으로 무언가 넘어가면 바로 구역질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식사는 하지도 못하고 단지 커피만 조금씩 홀짝이고 있다.
     
    잠을 못자니 수전증에 걸린 것 처럼 손 끝이 덜덜 떨려오고 눈꺼풀이 부르르 경련을 일으킨다.
     
    뇌가 녹아버리는 것 처럼 머리가 무겁고 아프다. 목 뒤쪽은 무언가로 누르고 있는것 처럼 뻐근하다.
     
    목과 가슴은 무언가 걸린 것 마냥 답답하고 온몸에 힘이 없다.
     
    하지만 제일 고통스러운 것은 따로 있었다.
     
    따닥따닥하는 손톱 부딪히는 소리.
     
    그 소리가 뇌리에 각인된 것 처럼, 그 기괴한 손가락이 내는 소리가 머리에서 떠나가지를 않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잠에 빠질 것만 같은 몽롱한 정신을 그 소리가 갈고리처럼 찍어 매달고 있었다.
     
    "사장님. 샘플 준비됐습니다. 확인한번 부탁드립니다."
     
    "어...응. 맞아. 그렇게 보내."
     
    직원이 계약처로 보낼 택배상자를 가지고 왔다.
     
    나는 제대로 보지도 않고 건성건성 대답했다.
     
     
    -따다다닥
     
     
    "으아아아악!"
     
    "왜, 왜그러세요?"
     
    갑자기 들려온 소름끼치는 소리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직원이 덩달아 깜짝 놀란다.
     
    택배를 포장하느라고 커터칼을 뽑은 모양이다. 손에 테이프와 커터칼을 들고있다.
     
    나는 혈압이 확 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걸 왜 거기서 포장하고 있어! 네 자리에 가서 하란 말이야!"
     
    "아...그 죄송합니다. 앞에서 포장하는걸 확인시켜드리려고..."
     
    "어디서 말대꾸야!!! 그딴걸 왜 보여줘!!"
     
    "지금까지 늘 그렇게..."
     
    "토달지 말라니까!!!"
     
    20대 후반의 직원이 당황하며 허리를 숙인다.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자 사무실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된다.
     
    그제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자각했다.
     
    "아... 미안해요. 지금 좀 예민해서."
     
    "예..."
     
    뜬금없이 한소리 들은 직원이 떨떠름하게 사과를 받는다.
     
    다른직원들이 수근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질렀더니 그나마 남아있던 힘까지 다 빠져버리는 것 같다. 쓰러지듯이 의자에 앉았다.
     
    눈앞이 어질어질해서 잔상이 보인다. 상태가 너무 안좋다.
     
    설마 정신병같은건가?
     
    지금까지 너무 열심히 일을 해서 무언가 문제가 생긴건가?
     
    아니다. 지금까지 너무 멀쩡했다.
     
    정신병이라면 조짐같은거라도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던가 갑자기 충격을 받는다던가 하는 계기같은 것.
     
    지금까지의 생활을 되짚어봐도 딱히 걸리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내 상태를 돌아본다면 정신병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분명히 자다가 뜬금없이 서류가방에서 들리는 소리때문에 깼고, 그게 시작이었다.
     
    내가 정신과의사는 아니지만 그런걸로 사람이 이렇게까지 몰릴 수 있나?
     
    그때 모텔에서 봤던건 도대체 뭐지?
     
    길이는 내 팔뚝정도이고 사람의 손가락이 수십개가 달려있다. 그리고 그것들로 소리를 낸다.
     
    집이던 회사던 모텔이던 어디든지 따라다니다가 잠들려고 하면 튀어나와서 사람을 괴롭힌다.
     
    일단 지구상에 그런 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럼 뭔데? 외계인? 귀신? 요괴?
     
    "흠흠.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최부장님이 말을 걸어서 생걱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요즘 힘든일이 있으신 것 같은데...혹시...무당한분 소개시켜드릴까요?"
     
    "예? 뭐요?"
     
    "무당이요. 무당."
     
    나는 이게 무슨 개같은 소리인가 싶어서 얼굴을 찡그렸다.
     
    "무당이요? 칼춤추고 작두타고?"
     
    "뭐...그렇습니다. 사주나 관상같은거 봐주고 굿도 하고. 꽤 유명한 분입니다."
     
    나는 또 소리를 지르려다가 간신히 억눌렀다.
     
    안그래도 방금 한바탕 했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최부장님에게 그렇게 했다가는 여러모로 회사 분위기가 나빠질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어이없고 황당한 제안을 최대한 예의바르게 거절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렸다.
     
    "그...저희 부모님은 크리스챤이시고 전 무교거든요."
     
    "한번 속는셈 치고 가봐. 정말 용하다니까."
     
    "생각해주셔서 감사한데, 정말 괜찮습니다."
     
    단호하게 거절하자 최부장님은 벌레씹은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무당이라. 조금 옛날사람 느낌이 있는 최부장님인지라 무당같은걸 믿을법도 하다.
     
    그래도 21세기에 무당은 무슨.
     
    하지만 확실히 무당까진 아니더라도 정신병원을 가봐야하나 생각했다. 혼자서 어떻게 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정신병원을 다니면 직원들이나 거래처 사람들이 좀 안좋게 보진 않을까, 그게 걱정이다.
     
     
     
    퇴근 무렵에 최부장님이 다시 와서 무당이야기를 꺼냈다.
     
    한참동안 설득을 하다가 마음이 바뀌면 전화라고 하시는데, 그것이 집요할 정도라도 도대체 왜이러나 싶었다.
     
    하도 끈질겨서 예의상으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계속 거절하는것도 최부장님의 체면이 안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단 내일은 하루 쉬기로 했다. 몸 상태가 말이 안나올 정도로 안좋아서 무슨 일이라도 날 것 같다.
     
    퇴근할때는 운전하다가 사고를 낼 것 같아서 택시를 탔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와 혜영이가 반갑게 맞아준다. 하지만 기력이 없어서 대꾸하는둥 마는둥 하고 옷을 대충 벗어던지고 침대에 누워버렸다.
     
    오늘밤까지 새는건 도저히 무리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계가 오고 있었다.
     
    하지만 잠이 들려고 하면 또 그 소리를 들어야겠지. 정말 끔찍하다.
     
    하지만 10분만이라도 좋으니까 좀 자고 싶었다.
     
    뭐 나 혼자도 아니고 환하게 해두면 조금이라도 눈을 붙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순간 또 소리가 들려왔다.
     
     
    -따다다다닥
     
     
    "으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방을 뛰쳐나왔다.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둘러보니 거실이다.  그곳에 혜영이가 앉아서 무언가 보고 있었다.
     
     
    -따다다다다다닥
     
     
    그녀석이다! 손가락이 주렁주렁 달린 예의 그것이 거실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손가락에 달린 손톱이 거실 바닥에 닿으면서 소리를 내고 있다. 저 소리를 들을 때 마다 소름이 끼쳐서 견딜 수가 없다.
     
    나는 단숨에 뛰어가서 그걸 잡아챘다. 버둥거리는 녀석을 거실바닥에 내리쳤다.
     
    공포와 분노와 쾌감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에 머리가 마비된다.
     
    난 그것을 발로 미친듯이 밟기 시작했다. 그것의 온 몸이 박살나며 파편이 흩어지고 몸이 밟혀 터지면서 거실바닥에 피가 흩뿌려진다.
     
    "죽어! 이 씨발놈! 죽어!"
     
    "여보! 여보! 여보! 그만하세요!"
     
    갑자기 아내가 나를 말리며 붙잡아 당기기 시작했다. 나는 열에 받쳐서 아내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씨발 이새끼를 죽여야한다고!!"
     
    "미쳤어요?! 혜영이 앞에서 장난감가지고 뭐하는건데요?"
     
    뭐? 장난감?
     
    정신을 차리고 발 아래를 보니 내가 밟고 있던 것은 그 기괴하게 생긴 지네가 아니라 내가 혜영이 생일 선물로 사줬던 인형이었다.
     
    말도 하고 걸어다니기도 하는 장난감이었는데 걸어다닐때 특유의 기계음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내 발 아래에서 산산조각이 나있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발바닥이 칼로 베인것처럼 아파왔다. 
     
    인형이 박살나면서 나온 날카로운 플라스틱과 금속 조각을 발로 밟아대서 내 발바닥도 엉망진창이 돼어 피를 뚝뚝 떨어트리고 있었다.
     
    바닥에 흩뿌려져있던 피는 전부 내 피였던 것이다.
     
    혜영이는 겁에 질려서 경기를 일으키며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아내는 혜영이를 안아서 달래기 시작했고 나는 정신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혜영아 아빠가 미안해..."
     
    "꺄아아아아아악!"
     
    혜영이에게 손을 내미니 혜영이가 버둥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 눈에는 명백히 공포가 떠올라있었다.
     
    그러고보니 아까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아내에게 뭐라고 욕지꺼리를 한 것 같다. 죄책감에 가슴이 찌르르 저려온다.
     
    "괜찮아...으응...착하다..."
     
    "미안해요 여보..."
     
    사과를 했지만 아내는 혜영이에게 정신이 팔린건지, 무시한건지 대답 없이 울음을 멈추지 않는 혜영이를 필사적으로 어르며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허망하게 소파에 주저앉았다.
     
     
    -따다다다다다다다닥
     
     
    그때 내 발 아래에서 그 지네가 기어나왔다 약올리듯이 천천히 느긋하게 다리를 놀리며 피투성이가 된 거실을 가로지른다.
     
    그러니까 내가 혜영이의 장난감에서 나는 소리를 착각해서 발작을...아니 근데 저녀석도 기어다니고있고...
     
    분명히 소리를 들었는데... 밟을때 감각은 달랐는데...똑똑히 눈으로 봤는데...
     
    도대체 뭐냔 말이다. 정말 귀신에라도 홀린 것 같다.
     
     
    -따다다다다다다다닥
     
     
    아니, 진짜 홀린건가?
     
    "......"
     
    나는 최부장님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서 핸드폰을 찾았다.
     
     
     
     
     
    6)
     
     
    모처럼의 휴일이지만 결국 한숨도 자지 못했다.
     
    이제 빛이 있던 없던, 누군가 옆에 있던 없던 녀석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돌아다닌다.
     
    특유의 따다다닥거리는 소리는 나를 거의 미치기 일보직전까지 몰아갔지만 딸 혜영이를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자신을 다스렸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들어왔던 끔찍한 소리를 떠올리며 저 기괴한 것이 내는 소리를 상쇄하려고 노력했다.
     
    중학교때 담임에게 당했던 인격모독, 군대에서 받았던 욕과 갈굼, 동료들의 욕설이 섞인 뒷담...
     
    떠올리니 그건 그것대로 짜증났지만 잠시라도 저 소리를 잊을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돌아다니는 녀석을 밟아서 죽여볼까도 했지만 혜영이의 인형을 부쉈던 것처럼 이상한 짓을 할까봐 그러지 못했다.
     
    저 녀석인줄 알고 밟았는데 전혀 엉뚱한 물건이면 어쩔건가?
     
    안그래도 어제 인형을 부수면서 생긴 상처때문에 발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못걸어다닐 정도는 아니지만 걸을때마다 상처가 아프다.
     
    하지만 상처보다는 잠을 자지 못해서 누적된 피로가 더욱 괴로웠다.
     
    저것은 나를 절대로 재우지 않으려는듯 조금이라도 졸려고 하면 더욱 격렬하게 소리를 내는 것이다.
     
    피로를 이겨내기 위해서 커피로도 모자라서 각성효과가 있는 드링크를 몇병이고 마셨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라서 탈진하는게 아닌가 모르겠다.
     
    어쨋든 좋다. 이 짓도 오늘로 끝일것이다.
     
    나는 어제 받아적었던 무당집의 주소를 재차 확인했다.
     
    솔직히 반신반의하긴 했지만 이세상의 것이 아닌(아니라고 생각되는) 저 기괴한 지네를 보니 한번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무당이 못하면 정신과라도 가면 된다.
     
    부적이던 굿이던 약이던 받아서 어서 자고 싶다.
     
    아침 9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자니 아내가 방에서 나왔다.
     
    "어디가는거에요?"
     
    "...병원이요."
     
    "언제쯤 돌아오세요?"
     
    "그건 잘 모르겠고..."
     
    어제 혜영이가 울다 지쳐 잠들때까지 옆에서 얼른 모양이다. 아내 역시 제대로 자지 못한듯 피로한 기색이 역렬했다.
     
    "...어제 미안했어요."
     
    "다신 그러지 마세요."
     
    "네. 다신 안그럴게요."
     
    아내는 살짝 화난듯 싶다. 나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하긴 딸앞에서 그 추태를 보였으니. 혜영이에게 트라우마가 안남기를 바랄 뿐이다.
     
    "발은 괜찮아요?"
     
    "약바르고 붕대 감았으니 걱정 안해도...."
     
    그때 끼익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쪽을 바라보니 혜영이가 문을 살짝 열고 빼꼼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잘잤니?"
     
     
    -탕
     
     
    눈이 마주치자 문을 닫아버린다. 평소라면 내가 나갈때 잠옷차림으로 뛰어나와서 잘가라고 뽀뽀라도 해줄텐데.
     
    "그 인형 똑같은걸로 다시 찾아봐야겠네..."
     
    "많이 충격 받은 것 같아서 한동안은 안풀릴 것 같아요."
     
    나는 대답 대신에 크게 한숨을 쉬었다.
     
     
     
     
    7)
     
    최부장님이 적어준 주소를 찾아가니 제법 큰 빌딩이 나왔다.
     
    무당이라고 하면 기와집이라도 있을 것 같았는데.
     
    안내표를 보니 최상층인 20층에 '수남보살'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최부장님이 말했던 무당의 이름이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20대 후반? 30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청년이 카운터에 앉아서 뒤돌은채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다가가니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고 있는듯 했다.
     
    나도 들어가본 적이 있는 꽤 유명한 커뮤니티다. 청년은 어떤 갤러리에 한참 어떤 글을 쓰고 있었다.
     
    어쨋거나 내가 왔는지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서 헛기침을 한번 했다. 그러자 당황하면서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 어떻게 오셨어요?"
     
    "최근에...좀 이상한게 보이고 들리고 그래서..."
     
    무당집에는 처음 와봐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대충 맥락을 파악한듯 청년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 잠시만요."
     
    청년은 카운터 옆에 있던 인터폰을 집어들고 누군가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카운터 뒷쪽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마루가 나왔다.
     
    벽에는 탱화가 걸려있고 한쪽 책장에는 낡은 책들이 가득 꽂혀있다.
     
    그리고 방 가장 안쪽에 무당이라고 생각되는 노파 한분이 앉아계셨다.
     
    그녀의 무당 뒤쪽에는 무당이 모시는 신인듯, 한복차림의 어떤 남자의 그림이 커다랗게 그려져있었다.
     
    내가 상상하던거랑 똑같은 무당집이라서 오히려 놀랐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하는듯 신발장과 슬리퍼가 있었다.
     
    신발을 벗으려고 하자 갑자기 무당이 호통을 쳤다.
     
    "예끼! 몸에 벌레를 붙이고 들어오려고 하다니!"
     
    "예?"
     
    "지네가 몸에 붙어있어! 거기있는 소금을 뿌리고 들어와라!"
     
    신발장위의 작은 항아리를 살펴보니 안에 갈색의 소금이 담겨져있었다.
     
    시키는 대로 몸에 소금을 뿌렸다.
     
    그러자 어렴풋이 들리던 따닥거리는 소리 한순간에 사라졌다.
     
    놀라울 정도로 고요해져서 오히려 어색할정도였다.
     
    그러고보니 저 무당은 내가 뭐에 시달리고 있는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무당이란 이런건가 싶어서 속으로 감탄했다.
     
    "이리로 오거라."
     
    내 얼굴을 이리저리 보더니 한지에 붓으로 무언가 적기 시작한다.
     
    "이름이 XXX맞지?"
     
    "...예?"
     
    나는 이름을 말한적이 없었다.
     
    소름이 쫙 끼친다. 뭐지? 미리 다 알고 있는건가? 뭐 독심술이라도 하는건가?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어안이 벙벙하다. 내 앞에 있는 무당이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보이기 시작했다.
     
    무당은 한지에 알수 없는 글자와 그림을 빼곡히 적어나갔다.
     
    "사주에 화가 하나도 없고 토가 많고 목과 수가 있으니 벌레가 꼬일 사주니라."
     
    사주라는 것이 뭔지는 잘 몰라도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맞는 말 같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아요. 최근에 지네같은게 계속 보여서 사흘동안 잠을 제대로 못잤습니다."
     
    "벌레에 제대로 물렸구나. 조금 더 늦었으면 목숨이 위험할 뻔했다."
     
    하루만 더 밤을 샜으면 진짜 죽었을것 같긴 하다.
     
    "벌레가 정기를 충분히 먹어서 살이 찌고 기세가 올랐어. 엥간한 정성으로는 쉬이 물리치지 못할것이야."
     
    "정성이라면..."
     
    "500만원."
     
    "예?"
     
    "그정도 정성이 없으면 안된다."
     
    예상치도 못한 거대한 액수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잠깐, 잠깐, 잠깐만요. 500만원이요? 50만이 아니라 500?"
     
    "왜? 그정도 돈은 있을텐데?"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리 그래도 500은..."
     
    순간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500만원. 있다. 저 무당이 어떻게 알고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통장에 그정도 돈은 있다.
     
    하지만 이 돈은 혜영이 학비, 학원비, 대학 등록금에 결혼 혼수까지 써야하는 돈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500은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그 10배 이상은 있어야 이야기가 된다. 지금 천천히 모으고 있는 도중이란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 노후도 생각해야 한다.
     
    명색이 사장인지라 어느정도 돈을 벌긴 하지만 그만큼 쓴다. 빚을 갚는 중이라 내 실질적인 수입은 평범한 직장인 정도다.
     
    사장이라고 해도 겨우 적자가 흑자로 돌아서서 기세가 오르기 시작한 사업이었다.
     
    기세가 올랐다고 하나, 앞날이 그렇게까지 화창한것도 아니다. 어느날 갑자기 적자로 돌아서거나 최악의 경우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
     
    당장 500만원, 그것도 무당에게 쓴다는 것은 너무 비싸게 느껴졌다.
     
    "갈!!"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있자 무당이 소리를 버럭 지른다. 나는 움찔하고 몸을 움츠렸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야! 모든 일에는 마땅한 댓가가 있거늘! 목숨값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큰 액수가 아니다!"
     
    무당이 짝 하고 손뼉을 쳤다.
     
     
    -따다닥. 따닥. 따다다다다닥.
     
     
    그러자 지금까지 조용했던 지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소리에 혼란에 빠졌다.
     
    목숨값.
     
    당장 나에게는 저 끔찍한 지네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무당의 말처럼 조금만 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진짜 죽을지도 몰랐다.
     
    아닌게 아니라 당장이라도 피로감때문에 지쳐서 쓰러져버릴 것 같다.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500만은...
     
     
    -따다다다다다다다닥!
     
     
     
    "알겠습니다! 내겠습니다 500만원!"
     
    주변에서 울려퍼지는 소름끼치는 소리에 나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하고 말았다.
     
     
     
     
     
    8)
     
    500만원의 대가로 받은 것은 부적이 들어간 작은 주머니었다.
     
    무당은 이 주머니를 목에 걸면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며 부적의 색이 검은색으로 변하면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뭐야. 완전히 퇴치한게 아니야?
     
    무당은 내 정성에 따라서 지네가 사라질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는 애매한 대답을 했다.
     
    뭔가 사기당한 기분이지만 부적을 목에 걸자 확실히 주변이 조용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한 정적에 그래, 큰병 걸려서 병원비로 썼다고 생각하자. 하고 애써 자기합리화를 했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바로 침대에 누웠다.
     
    그래도 부적덕분에 오랜만에 깊히 푹 잠들 수 있었다.
     
    잠이란게 이렇게 달콤했던가.
     
    나흘만의 숙면에 전신의 세포 하나하나가 노곤노곤히 풀어져버리는 것 같다.
     
    잠을 자는 것을 쾌감이라고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게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렸다.
     
    "으아아아앙!!"
     
    뭔가 싶어서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3시였다.
     
    분명히 12시쯤부터 자기 시작했는데 3시간밖에 안잤나?
     
    핸드폰으로 다시 확인해보니 다음날의 새벽 3시였다.
     
    "으아아아아앙!"
     
    이 울음소리는 혜영이의 울음소리다.
     
    남아있던 잠기운이 싹 달아난다.
     
    나는 후다닥 안방에서 뛰쳐나와서 혜영이의 방으로 갔다. 그곳에는 아내가 죽을상으로 자지러지게 울고있는 혜영이를 달래고 있었다.
     
    "뭐야? 왜그래요?"
     
    "아니...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나나 애나 자지를 못하네요...혜영이는 잠을 못자서 울고..."
     
    "소리?"
     
    힘이 빠진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아내의 눈이 피로로 벌겋게 충혈돼어있었다.
     
    "뭐 두드리는 소리같기도 하고 태엽같은거 돌리는 소리같기도 하고 설명을 못하겠네...
     
    집안 구석구석을 다 살펴봤는데 어디서 나는지를 통 모르겠어요. 자려고 하면 계속 들려서...으응...괜찮아...괜찮아..."
     
    혜영이가 더욱 크게 울기 시작하고, 아내는 혜영이를 필사적으로 얼렀다.
     
    아내가 말하는 그 소리가 무엇인지 대번에 감이 왔다.
     
    그 지네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목에 걸고있던 부적을 꽉 쥐었다.
     
    하지만 이상하다. 분명히 부적을 받아와서 조용해진 것 아니었나?
     
    부적의 색이 검게 변하면 다시 오라던 무당의 말이 떠올라서 주머니를 열어 확인해보니 처음 받았던 노란색 그대로였다.
     
    좀 색이 변한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검은색은 아니었다.
     
    혹시?
     
    나는 부적주머니를 목에서 빼서 혜영이에게 걸어줘봤다.
     
    그러자마자 혜영이가 순식간에 편안한 안색으로 울음을 그쳤다.
     
    하지만 그 대신에
     
     
    -따다다다다다다다닥!
     
     
    귓전을 때리는 예의 그 소리를 다시 들어야했다.
     
    신경질에 가까울 정도로 미친듯이 사방을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소리가 전보다 훨씬 컸다. 저절로 손이 귀로 올라간다.
     
    나는 혜영이의 목에서 부적을 때서 다시 아내에게 걸어줬다.
     
    "들려?"
     
    "어... 갑자기 조용해요."
     
    "으아아아아앙!"
     
    다시 혜영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이제야 알겠다.
     
    이 부적은 지네를 쫒는 부적이 아니라 지네의 소리를 못듣게 하는 부적이다.
     
    그리고 내가 소리를 못듣는 대신에 아내와 혜영이가 대신 그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런 미친..."
     
    저절로 욕이 나왔다. 폭탄돌리기도 아니고 이게 무슨 개같은 상황이란 말인가.
     
    "...일단 이건 혜영이한테 줄게요."
     
    아내도 어느정도 눈치를 챈듯 부적을 혜영이에게 다시 넘겼다.
     
    얼마 지나자 혜영이가 편안한 얼굴로 잠이 들었다.
     
    침대에 혜영이를 눕혀놓고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다.
     
     
    -따다다다다다다다다닥!
     
     
    미치고 환장하겠다.
     
    끝난줄 알았더니 이제 시작이 아닌가.
     
    막 자고 일어나서 피로가 싹 사라졌지만 저 소리를 다시 들으니 일년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다.
     
    나도 이런데 아내는 어떻겠나. 아내는 귀를 막고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그 무당이 나에게 사기 비슷한걸 친게 틀림없다.
     
    나는 새벽인것도 생각 안하고 바로 무당에게 따지러 전화를 걸었다.
     
    어제 봤던 청년이 잠이 덜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정남보살..."
     
    "야 씨팔놈아! 니네 무당 바꿔!! 빨리!!!"
     
    "누구신데 새벽부터..."
     
    "어제 500만원 현찰로 건낸놈이다 씨팔놈아! 빨리 안바꿔?"
     
    울컥한 마음에 바로 욕설부터 했다. 의외로 순순히 무당이 다시 받았다.
     
    그러더니 덤덤한 목소리로 대뜸 이렇게 말했다.
     
    "정성이 모자란게야."
     
    "뭐라고요?"
     
    "정성이 모자라서 벌레가 물러나지 않고 더욱 기세등등해졌어. 이대로 내버려두면 가족 전부가 화를 당해."
     
    "그걸 지금 말이라...이이이 개같은...하아..."
     
    아내가 보는 앞에서, 그것도 아파트에서 새벽에 다른사람 다 자는데 욕하며 고래고래 소리지르기도 뭐해서 필사적으로 화를 억눌렀다.
     
    그리고 내가 소리를 지르면 자고있는 혜영이가 깰지도 모르는 노릇 아닌가.
     
    하지만 목소리가 떨려 나오는건 막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씨발... 왜 500만원을 줬는데... 후, 내가 아니라 아내랑 딸이 대신 시달리는건데...요."
     
    "조상의 업보가 커서 자손들이 대신 죗값을 치루고 있는게야."
     
    "그게 무슨소린데! 뭐 어떻게 하라고! 씨발 타임머신이라도 타서 조상님 멱살이라도 잡으러갈까!"
     
    "정성을 더 들여서 제사를 지네고 굿을 해야돼. 그래야 지네가 물러간다."
     
    "정성? 뭔정성? 500만으로 모자라다고? 500만이 누구집 개이름이야?"
     
    "그 곱절은 필요하다. 천만원정도는 되야지."
     
    하마터면 핸드폰을 집어던질뻔했다.
     
    "그러니까 지금 500만원 받고 모자라서 500만을 더달라고?"
     
    "아니. 천만원을 더 가져오거라."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턱 막혔다.
     
    이 노인네가 노망이 들어서 헛소리를 하는건가.
     
    분명히 제대로 해결해줄 의지가 없다. 어떻게든 돈을 더 뜯어먹으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화에 겨워서 욕지꺼리를 하려고 하자 무당이 엄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이놈아! 일가족이 화를 당해! 잘 생각해라. 목숨값이야!"
     
    목숨. 나는 옆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아내를 한번 쳐다봤다.
     
    나흘동안 시달렸던, 아니 나흘동안 시달리고 또 시달리고 있는 나로썬 지금 아내가 느끼고 있는 고통을 너무 잘 알고있었다.
     
    나와 똑같다면 어떻게 하기 전까지 저 소리때문에 잠을 못잘 것이다.
     
    하루 이틀은 어찌어찌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흘 나흘이라면? 닷새 엿새라면?
     
    사람이 일주일동안 잠을 못자면 죽는다고 했던가.
     
    "...생각해보고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일단 전화를 끊고 천천히 다시 생각해본다.
     
    천만원. 액수가 대번에 두배로 뛰었다.
     
    천만원. 가지고 있는 차던 회사 지분이던 뭐던 이거저거 팔면 어떻게든 마련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돈을 주고 굿을 하면 해결되나?
     
    상황을 보니 돈을 뜯으려고 이상한 장난을 친 모양인데 또 그런짓을 하지 말라는 보장이 있나?
     
    천만 다음에는? 2천만? 4천만?
     
    그런돈이 어디서 나오나? 집도 팔고 회사도 팔고?
     
    문득 무당을 소개해준 최부장놈의 얼굴이 떠올랐다.
     
    왜 저딴 무당을 소개시켜준거지? 나 엿먹어보라고?
     
    너무 간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요하게 저 무당에게 가라고 권유했던 최부장이 자꾸 걸린다.
     
    "후우...후우..."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노력했다.
     
    지금 최부장한테 뛰어가서 따져도 상황이 해결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뾰족한 수가 떠오르는 것도 아니다.
     
    그럼 뭐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어디에다, 누구에게 상담한단 말인가.
     
    다산콜센터?
     
    콜센터 직원이 무당 소개라도 해주나?
     
    지식인?
     
    지식인에 변호사 노무사 의사는 있어도 무당은 없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끙끙거리고 있기에는 시간이 아까워 일단 뭐라도 하자 싶어서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의 검색창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뭐라고 검색해야하지?
     
    귀신? 저주? 무당?
     
    밑져야 본전으로 이거저거 검색해보니 흥미위주의 괴담들만 가득 떴다.
     
    "하아..."
     
    한숨을 푹 쉬었다. 진짜 천만원을 써야하는건가.
     
    밑져야 본전으로 대충 걸러서 검색결과를 쭈욱 훑어보고 있는데 어떤 글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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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루팡야팡야
    제목: 야 저주나 귀신같은거 잘 아는 갤러있냐?
    내용: 시X; 이상한 그림 주웠다가 개고생하고있다;
    병원가도 뭔지 못밝혀낸다; 그냥 정신과 가라는데 난 제정신같거든.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저주같은데 이런거 잘아는놈 있냐?
    무당같은거 찾아가보고 싶은데 뭐 어디로 가야함?
    그리고 굿같은거 싸게 받는 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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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3)
    뾰쭁뾰쭁: 걍 정신과나 가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력에는비타민C: 성지순례왔습니다.
    사징오징육징: 여기가 성지입니까? 여친생기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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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을 보니 나와 상황이 비슷한 사람인듯 싶다.
     
    날짜를 보니 대략 한달 조금 더 전의 글이다.
     
    그러고보니 어제 무당집에 있던 청년이 이 사이트를 하고 있던 것이 기억났다.
     
    대충 살펴보니 심령현상이나 무속에 관련된 갤러리인 것 같았다.
     
    댓글중 정신과라는 단어가 아프게 눈에 박혔다. 혹시 내가 그냥 정신병을 앓고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뿐만이 아니라 가족이 전부, 거기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혜영이까지 같은 증상인 것은 말이 안되지 않는가?
     
    그런데 성지순례? 이 글 뒤로 뭐가 있었나?
     
    호기심이 동해서 검색을 더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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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루팡야팡야
    제목: 아 미친거 아니라고 진짜
    내용: 길가다가 그림을 주웠거든;
    근데 그 그림에서 파리가 튀어나와서 몸안을 기어다닌다;
    이거 알까는거 아닌가?
    혹시 여기 무당 있냐? 공짜로 굿해줄 생각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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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5)
    젤리슬라임: 열정페이 지린다
    루팡야팡야: 진짜 내가 돈이 없어서그래. 사람하나 살려주는 셈치고 누가 도와주라 제발
    ㅇㅇ: 병신이네 이거. 공짜로 해달라고 하면 어떤 병신같은 무당이 도와주냐?
    정력에는비타민C: 성지순례왔습니다.
    사징오징육징: 성지순례왔습니다. 여친생기게 해주세요. 비나이다. 싹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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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500만원 주고 무당만났다가 돈 더 뜯기게 생겼는데, 공짜로 무당을 찾는다는 날강도같은 글을 보니까 살짝 열이 받는다.
     
    나는 뒷 글을 더 찾아봤다. 아이디가 '핸섬무당'이라는 유저의 글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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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핸섬무당
    제목: 루팡야팡야는 이글 본다.
    내용: 내가 무당인데 어제 예지몽을 꿨다.
    꿈에서 누군가를 봤는데 그게 너같거든?
    니가 주웠다는 그림이 금으로 꽃 그려져있는 그림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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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7)
    루팡야팡야: 개소름;;;;;; 진짜 무당이세요????
    핸섬무당: 진짜 무당임. 너 그림을 주울 때 청바지에 검은색 나이키티, 운동화 신고있었지?
    루팡야팡야: 나 지금 소름돋아서 미치겠다; 어떻게 알았어요? 진짜 꿈에서 보심?
    사징오징육징: 헐 진짜 무당 입갤함?
    정력에는비타민C: 이분 진짜 무당 맞으심 ㅇㅇ
    정력에는비타민C: 성지순례왔스빈다.
    사징오징육징: 여친생기게해주세요.여친생기게해주세요.여친생기게해주세요.여친생기게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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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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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핸섬무당
    제목: 루팡야팡야 이글 필독한다. 지금 너한테 뭐가 붙었는지 알려줄게.
    내용: 파리가 몸속을 기어다닌다고 했지?
    그거 살충(煞蟲)이라는 거다.
    사람 몸에 들어가서 알을 까는데 빨리 몸에서 안빼내면 구더기들한테 먹혀서 죽는다.
    니 지금 상황 겁나 심각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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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6)
    사징오징육징: 무당님 저 올해안으로 여친 생기나요?
    루팡야팡야: 그럼 저 어쩌죠 무당님;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살려주세요;;;;
    ㅇㅇ: 루팡야 니새끼 돈 없다는데 도와주겠냐 ㅋㅋㅋㅋㅋㅋ 도와주면 병신이지.
    핸섬무당: 내가 공짜일은 안하는데 예지몽에서 널 본거보니 신령님이 계시를 주신 것 같다.
                  진짜 특별하게 내가 공짜로 해준다. 너 XX동까지 올 수 있냐?
    정력에는비타민C: 성지순례왔습니다.
    사징오징육징: 성지순례. 무당님 저 여친 생기나요? 답변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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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루팡야팡야
    제목: 무당님 감사합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갈수있어요.
    내용: 언제가면 되나요?

                     [목록]

    댓글(5)
    핸섬무당: 당장와라. 빨리 빼면 빨리 뺄수록 좋다. 쪽지로 주소 보내놨다. 그림 꼭 가져오고.
    사징오징육징: 무당님 저 여친 언제 생기나요?
    루팡야팡야: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정력에는비타민C: 성지순례왔습니다.
    사징오징육징: 무당님 답변좀여. 저여친 언제 생기죠? 제바류ㅠㅠㅠ
     
    -----------------------
     
    흐름을 보니 이 갤러리에 나처럼 저주 비슷한 것에 걸린 사람이 글을 썼고, 진짜 무당이 나와서 도와줘서 성지가 된 것 같다.
     
    덧글을 보니까 어제 봤던 무당처럼 신통력? 독심술? 같은것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어제 무당이 돈가지고 장난을 치긴 했지만 신비한 능력만은 사실인 것 같았다. 이 핸섬무당이라는 사람도 비슷한 부류인듯 싶다.
     
    마침 이 사이트에 아이디가 있어서 글을 쓸 수 있었다.
     
    나는 핸섬무당이라는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글을 쓰기로 했다.
     
    밑져야 본전아닌가. 지금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
     
    여기서 안되면 그냥 정신과에 가자고 다짐했다.
     
    지금까지의 일을 최대한 간략하게 정리해서 글을 작성했다.
     
     
    -----------------------

    작성자: 은정아사랑해
    제목: 핸섬무당이라는 분 계신가요?
    내용: 안녕하세요. 아내와 딸이 있는 3X세 남자입니다.
    며칠전부터 저주인지 귀신에 씌인건지 해서 잠을 못자고 시달렸습니다.
    무당에게 가서 500만원을 주고 부적을 받아서 멀쩡해진줄 알았는데 그게 저 대신에 아내랑 딸에게 옮겨갔습니다.
    그 무당이 정성이 모자라다고 천만원을 더 가져오라고 하는데 이것에 관련해서 자문을 좀 구할 수 있을까요?
     

                     [목록]

    댓글(2)
    핸섬무당: 자세히 설명좀 해주라.
    핸섬무당: 아니 자세히 설명좀 부탁드립니다.
     
    -----------------------
     
    혹시 글을 못볼까봐 같은 내용으로 쪽지도 보내고오니 금방 덧글이 달려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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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22 13:05:22  203.226.***.156  oh세니  39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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