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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카톡을 보냈는데 상대방이 읽어놓고 답장이 안 올 때, 하루 종일 생각나고 신경 쓰여요. 굉장히 예민해지는데 어떻게 하면 될지 잘 모르겠어요.”
“그 정도면 약간 심리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에요. 기분 나빠요?”
“괜찮아요.”
“내가 카톡을 보내는 건 내 자유에요. 그런데 상대에게는 답을 안 할 자유가 있는 거예요. 나는 상대에게 ‘나 너 좋아해’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요. 좋다고 말 못하고 떨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상대에게도 ‘싫어요’ 할 자유가 있습니다. 이걸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좋다’는 말을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싫어요’라는 소리를 듣기 힘들어서 그래요. 눈치 보는 거예요. ‘언제쯤 얘기할까’ 하고 망설이는 것은 내가 ‘좋아요’하면 상대도 ‘좋아요’ 하고 답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답을 내가 강요하는 거지요. 이건 비민주적이에요.
질문자에게 제가 좀 세게 이야기했나요? 괜찮아요?”
“예.” (모두 웃음, 박수)
“여러분이 ‘심리가 불안하다’라고 느낄 정도가 되면 정신질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어요. 만약 애인하고 헤어지고 너무너무 괴로워서 매일 그 생각만 하고 운다면 정신질환에 속해요. 다만 그것은 몇 개월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이 되지요. 이런 경우를 ‘자연 치유’라고 합니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났을 때 어떤 것은 치료를 제대로 안하면 덧나서 큰 병이 되고, 어떤 것은 그냥 저절로 낫는 게 있어요. 감기 같은 게 그래요. 90퍼센트는 저절로 두면 낫습니다. 그런데 감기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폐렴으로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감기는 병이 아닐까요? 아닙니다. 감기도 병입니다. 감기도 병이듯이 여러분들이 정신적으로 어려운 것도 다 병에 속합니다. 그러니 치료를 해야 해요.
몸의 병도, 마음의 병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치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월이 약’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남편이나 아내가 죽어서 괴로워하던 마음의 병이 몇 년 지나면 치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 괴로움을 못 견뎌서 자살한 사람도 있어요. 세상에선 그 죽음을 ‘사랑’이라고 하지만 정신적인 면에서 보면 ‘질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작은 정신질환이라도 합리화하지 말라는 겁니다. 질문자는 카톡의 답신에 대해 계속 생각나는 걸 합리화하고 그냥 두면 안 돼요. 만약 그런 경우가 생기면, ‘어? 또 계속 생각나네, 병이다.’ 하며 머리를 흔들고 생각을 놓아야 합니다.
카톡 보내는 건 내 자유고 상대가 어떻게 대응해도 그건 그 사람의 자유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을 보면 젊은 사람인데도 상대의 자유를 별로 인정 안하는 것 같아요. ‘내가 너를 좋아하는데 네가 감히 나를 안 좋아해?’ 이런 입장이에요.
여러분들이 민주적인 사고를 하는 훈련이 안 되어서 그럴 수 있어요. 그래서 자기감정도 표현을 잘 못하는 거예요. 내가 감정을 표현했을 때 ‘상대가 동의해야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표현을 못하는 겁니다. 감정 표현을 편안하게 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상대의 반응은 그의 자유’라고 인정하는 것이에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상대방은 나를 싫다고 했어요. 그렇게 되면, 내가 그만둘 수도 있고, 그래도 나는 상대가 좋으면 다시 가서 ‘그래도 네가 좋다’ 이렇게 표현 하면 됩니다. (모두 웃음)
상대가 또 ‘싫다니까!’ 하면 알았다고 하고요. 그리고 이튿날 다시 가서 ‘그래도 네가 좋은 걸 어떡하니?’ 이렇게 이야기 하면 됩니다. 상대가 화를 내면서 ‘싫다니까!’라고 하면 알았다고 하고 이해하려는 연구를 해야 해요. 상대가 날 좋아하게 만들려면 연구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상대의 친구들한테 상대가 좋아하는 걸 물어보고 좋아할 만한 선물을 보내고 그걸 집어던지면 또 연구를 하고요. (모두 웃음)
옛말에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가 없다’라고 하잖아요. 그래도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가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해요. 그렇게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는 건 괜찮지만 막무가내로 하면 안 됩니다. 막무가내로 하면 할수록 상대가 나를 더 싫어해요.
상대가 나를 싫어해도 내가 그에게 계속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상대는 내가 치근댄다고 나쁜 이미지를 가질 수도 있고, 진정성으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상대가 거부반응을 느낄 지, 처음엔 싫어 하다가 좋은 평가로 변할지는 간격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달려있어요.
처음 고백했을 때 거절했는데도 다시 좋다고 하면 상대는 ‘진짜 좋아하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누군가가 진짜 좋으면 몇 번 시도 해보는 게 필요합니다. 몇 번 시도는 해보되 요령껏 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그렇다고 그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됩니다.
나는 상대를 좋아하는데 상대가 나를 싫어한다고 미워한다는 건 세상이 다 내 식대로 되어야 된다는 겁니다. 내 식대로 안 되는 사람은 다 나쁜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그런 독재 근성은 버려야 해요. 여러분들 얘기하는 걸 들어 보면 어떻게 교육을 받았는지 독재 근성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뭐든지 자기 식대로 하려고 해요.”
출처 | http://www.jungto.org/buddhist/budd8.html?sm=v&b_no=75886&page=8&p_no=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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