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에 최대 참가직업군은 웹툰작가들입니다. 이 문제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성우업계와 게임업계였으나 오히려 이쪽은 그다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자면 매우 특이한 상황입니다. 웹툰작가들이 특별히 '페미니즘'에 심취해있고 이를 위해서는 '페미나치'인 메갈리아까지 보호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메갈리아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식으로 많이 시작되는 작가들의 SNS글을 보자면 더욱 그렇습니다. 때문에 문뜩 웹툰 작가들이 지키려고 하는 것은 페미니즘이 아니라 다른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그것은 '웹툰업계'와 자신들의 '표현의자유'가 아닐까요?
이번 사태를 조금만 주의깊에 살펴본다면 '티셔츠 논란은 티셔츠를 사고 인증했기에 생긴 문제가 아니다'와 '넥슨과 성우측은 부당해고를 논할 관계도 아니며, 넥슨은 나름의 배려를 했고 성우는 이를 수용했다'라는 두 지점에 대해서 고민하게 됩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메갈리아는 뭘하는 곳이냐'라는 의문으로 진행이 되며, 후자는 '넥슨이 걱정과 배려를 해줬으며, 더 이상 넥슨 측을 공격하지 말아달라'는 성우의 글로 이어집니다.
티셔츠 문구에 공감이 생겨서 구매를 하고 인증을 하는 것이야 그럴 수 있지만, 누군가에 의해서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메갈리아'에 대해서 알아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죠. 그럼에도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면 메갈리아에 동조하는 것이 될 겁니다. 메갈리아의 행동방식은 이미 일베의 미러링이라는 단계를 넘어서버렸고(적어도 일베는 당당하게 오프라인으로 나와서 뭘 하지는 못합니다) 일밍아웃이 되었을 때 그들을 향해 표출되는 혐오감과 배척이 온당하다면 메갈리아 역시 달라서는 안됩니다. 물론 애당초에 이 배척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으나 적어도 그것이 웹툰작가들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현재 웹툰작가들이 내세우는 구호는 '넥슨 보이콧'입니다. 당사자인 성우는 '넥슨이 걱정과 배려를 해주었다. 더 이상 넥슨이 탓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웹툰작가들은 당사자인 성우의 부탁은 모르겠고 자기들 하고싶은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는 웹툰쪽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진보언론,진보정당,진보논객의 삼위일체가 모두 이런 행동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산발적으로 성우,작가,게임개발자 등도 같은 짓을 하는데 이는 명백한 '강제 순교자 만들기'입니다. 최소한 당사자에게 어떤 동의를 받는 절차가 있었어야 하지만 그런거 없습니다. 문득 애미메이션 '빙과'가 떠오르는 군요. 집단적으로 행동을 하는 웹툰작가들의 어떤 사정이 자신도 모르게 중요한 부분을 무시하고 행동에 나서게 만들지는 않았을까요? 심지어 메갈리아에 의해서 엄청난 심적 고통을 받은 동료작가들조차 외면하고 말이죠. 그리고 그것은 바로 '웹툰업계' 그 자체는 아니었을까요?
웹툰업계는 생각보다 자기방어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만화업계판 분서갱유'를 겪은 바가 있었죠. 웹툰의 성장은 출판만화의 몰락으로 인한 차선책이었고, 표현수위에 대한 검열은 끝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각종 논란이 있었고 '웹툰'이라는 특성으로 인해서 네티즌들의 무차별 폭격이 일어난 것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연재를 진행 중이라면 조회수에야 도움이 되겠지만 멘탈유지가 힘들고 심적 고통에 시달릴 것이며 차기작에 대한 걱정도 생기겠죠.
그런데 이번 사태는 초반에 참가한 몇몇 웹툰작가들이 당사자가 빠져나간 이후 집중포화를 맞았습니다. 연재공간에서 별점테러와 맹비난이 일어났고 나무위키에 웹툰작가 리스트가 작성되었죠. SNS를 통해서 과거 언행까지 파해쳐졌습니다. '메갈리아는 잘모른다'고 이야기하면서 '나무위키의 리스트'를 언급하고, 구호는 '넥슨 보이콧'인데(실상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도 모를 그 보이콧) 싸우는 건 나무위키가 되었습니다. 당사자의 입장표명으로 사실상 잃어버린 명분이나 "넌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 넌 안 괜찮아'따위의 억지를 부리는 대표적인 집단이 되었습니다.
전 이런 일련의 상황에서 이런 가정을 세워봤습니다. "웹툰작가들이 집단반발로서 지키고자 하는 것은 페미니즘이 아닌 웹툰업계 그 자체이며, 그들이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웹툰작가들의 표현의 자유다."라고 말이죠. 우리가 SNS에 쓰는 글은 표현의 자유니까 테클을 걸지 말고 더 이상 웹툰작가들을 페미나치로 몰아세워 공격하지 말라는 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일종의 자기방어기재처럼 말이죠. '페미니즘'을 내세우는 것도 일종의 방어막을 세운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메갈리아가 남성혐오를 위해서 페미니즘을 방어막으로 세우는 것처럼 말이죠.
나무위키와의 신경전도 '리스트'에 집중하지 그 위에 있는 '팩트'나 '해석'들은 나몰라라입니다. 메갈리아가 어떤 곳인지부터 티셔츠 판매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넥슨과 성우와의 계약관계 및 사건 이후 합의과정이 충분히 합리적이었다는 점. 웹툰작가들의 행동이 몇몇 동료작가들에게 얼마나 엿을 먹이는 행동인지. 이런 점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입니다. '리스트'에 나도 올려보시지...따위의 말을 하지는 사람까지 있을 지경이니까요. 전 이런 점도 웹툰작가들이 대단히 '페미니즘'을 위해서 이 사태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아니라는 증거가 된다고 봅니다.
물론 이는 저의 소설입니다만 현재 넥슨 보이콧을 외치는 웹툰작가들의 무논리함과 논리적 반박에 대해서는 토론할 가치가 없는 글이라며 차단하고 종국에는 욕설로 마무리까지 짓는 행태는 거의 히스테릭하다 표현할 지경에 이릅니다. 이정도 상황에 이르게 되었을 때 자신의 SNS가 향후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모르지 않을 것인데도 하나같이 이런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는건...."이미 우리는 공격을 받았고 이것은 정당한 반격이다"는 생각은 아닐까요?
어제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웹툰작가들의 인증이 넘쳐나고 독자들은 거의 멘붕상태에 있습니다. 해당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보이콧 선언도 있는데....지금까지 경험에서 얼마나 먹혀들어갈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점이 웹툰작가들의 행동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웹툰작가들에게 한마디 하자면....메갈리아를 잘 모른다면 페미니즘을 논하지도 말고 더 이상 성평등에 똥을 던지지 말아주길 바라며, 자신의 행동의 밑바닥에 '페미니즘'이 아닌 '웹툰업계'가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