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게 되는 걸까.
공포는 무엇인가.
공포는.
공포는.
공포는...
누군가가 공포가 무엇인지 말하고있다.
공포란 역설적이게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왠지 낯선 카페에 앉아 듣는 이야기가 내 현실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공포는 자신이 무찌를수 있다고 얘기를 하고있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나의 앞의 테이블에 앉은 커플 중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왠 남자에게 웃음이 난다.
그걸 마주앉아 듣고 있는 여자에게도 웃음이 난다.
저렇게 웃으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어느순간 돌아가면 공포를 느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카페 창가에 앉아 차가운 기가 많이 없어진 커피를 마시며 공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는 지금도 공포를 느끼고 있는데, 왜 아무도 공포스럽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공포는, 그 자체가 있기 때문에 공포인 것이다.
일단 그렇게 결론을 지으며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해가 지고, 가로등이 희미하게 반짝거리는 골목길을 걸으며 공포를 느꼈다.
누군가가 뒤에서 오지 않아도, 어느 날은 누군가가 나의 뒤에서 걸으면서도 언제나 공포를 느낀다.
그나마 안심이 되는 나의 작은 안식처는 이 카페에서 그리 먼 길은 아니지만, 좁은 골목길을 지나야 되어 공포를 느낀다.
언제나처럼 고양이 같은 걸음으로 살금살금 걸어서 간다.
가끔가다 마주치는 동네 아주머니는 그런 나를 보면서 혀를 끌끌차곤 "젊은이가... 저래서야 쓰겠나"라며 독백을 한다.
그 독백에는 나에 대한 미움이 있는거 같아 무서워졌다.
나의 작은 안식처로 가기까지의 이 거리는 짧지만, 내 마음속의 안식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나의 작은 안식처에 돌아오고 나서야 저 큰 공포로부터 벗어난 것 같아 겨우 한숨을 돌린다.
그리고는 공포에 대해 짧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인터넷을 키며, 오늘도 늘 가는 검색사이트에 '공포'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찾게된다.
'공포 - 두렵고 무서움.' 이 단어를 찾고 나서야 마음의 안식이 돌아온다.
저 두 단어만큼 맞는 말도 없는 것 같다.
두 단어의 공통점 또한 꺼려지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내 마음에서 부터 멀리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마음에서 가장 멀리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몇날 며칠을 빙빙 돌려가며 생각을 해보아도 결론은 하나밖에 나지 않는다.
죽음.
모든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 한다.
일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렇다면 왜 모든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공포를 느낄까. 두려워 할까. 무서워 할까.
죽음이라는 것 자체의 미지의 세계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죽게되면 다른 사람에게서 잊혀지는 것이 되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죽게 되면 외로워지기 때문일까.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서 잊혀지면 공포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말은 결국 외로워지는 것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닐까.
어떻게 보면 미지의 세계에 가기 때문에 공포를 느낀다는 것 또한 미지의 세계에 가게 되면 홀로 다시 시작해야 되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공포에 가장 근접한 단어는 외로움이 아닐까.
노트에 끄적끄적 낙서를 하며 정리를 해보면, 모든 공포가 외로움은 아니고, 모든 외로움 또한 공포는 아니지만, 둘간의 관계에 교집합이 있지 않을까.
나는 왜 모든 것에 공포를 느끼는가에 대해 다시 정리를 하며 눈을 감는다.
내일은 공포에서 조금이라도 달아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