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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1473
    작성자 : 추월색
    추천 : 19
    조회수 : 4262
    IP : 180.69.***.24
    댓글 : 14개
    등록시간 : 2015/07/08 14:07:43
    http://todayhumor.com/?panic_81473 모바일
    (단편) 악취미
    옵션
    • 창작글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나는 하고 싶은 일은 다 해오면서 살았고, 나름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해요.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순전히 내 의지였고 나의 연애 감정과 성욕을 채워줄 여자는 많았어요.

    그런데 평생 젊은이일것 같았던 나도 50이 되고 주름이 생기고 예전에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전형적인 아저씨가 되어가면서

    정말 큰 회의감을 느끼게 됐어요.

    여자들도 이젠 진심이 아닌 돈을 보고 다가오는게 느껴졌고, 그동안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즐긴 나로서는 앞으로 더 재밌는일은 없을거 같았어요.

    이래선 안되겠다 생각했어요.


    누군가에게 정말 잊혀지지 않는 남자가 되고싶다. 시도때도 없이 생각나며, 남자하면 가장 먼저 내가 떠오르는, 그런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되도록 그 존재는 미인이었으면 좋겠다.

    그냥 이런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에요.


    회사를 그만두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대상을 찾는거였어요.

    젊고 아름다우며 순수해야했어요.

    무작정 거리로 나가서 그런 사람을 찾았어요.

    첫번째 여성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매일 찾아오는 남자가 다르더군요.

    두번째 여성은 카페에서 하는 대화를 엿들었는데 남자등쳐먹을 생각만 하는 속물이었어요.

    그리고 세번째에서야 그녀를 만났어요.


    아이와 동물을 사랑하고, 남자라곤 그저 머리털짧은 동물인것밖에 모르며,

    정말 아름답고 순수한 여자였어요.

    그 뒤로 나는 그녀를 스토킹했어요.


    스토킹이라고 해야할까요?

    그저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닐 뿐이었어요.

    어떤 사적인 공간을 침해하지도 않았고 그녀에게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았죠.

    그저 공개된 공간을 따라다니며 그녀를 바라보는것 뿐이었어요.


    따라다닌지 2일쯤 되자 그녀는 저의 존재를 알아차렸어요.

    그리고 3일. 드디어 그녀는 저에게 말을 걸었어요.


    "저한테 볼일이 있으신가요?"


    네. 그대를 너무 사랑해요. 그대는 너무 아름답고 그대는 너무나 순수해요. 그대의 남자가 되고싶어요. 아니 그대가 나의 여자가 되어주세요.

    하지만 대답하지 않았어요. 내가 정한 규칙이에요.

    규칙 1. 법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규칙 2. 그녀의 말과 행동에 반응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어요.


    그녀를 따라다닌지 일주일째 되는날. 그녀는 경찰에 날 신고했어요.

    그렇지만 알잖아요. 내가 처벌 받을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는거. 난 그저 그녀를 따라다녔을 뿐인걸요.

    앞으론 그러시지 말라는 훈계만 받고 나는 훈방조치되었어요.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이 없자 그녀는 일종의 보디가드를 데리고 왔어요.

    아마도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는 한 남자겠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그저 나를 막기위한 소모품일 뿐이에요. 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내생각 뿐일거예요.

    몇번의 경고에도 물러나지않고 계속 따라다니자 그는 화를 냈어요. 화를 내도 무시하고 따라다니자 나를 때리더군요.

    그건 나쁜짓이에요. 법에 어긋나잖아요. 신고했어요.


    이주일쯤되자 그녀의 얼굴은 더욱더 아름다워졌어요.

    아마 내 생각 때문에 며칠밤사이 잠도 제대로 못이룬거 같아요.

    그녀도 지금쯤 깨닫고 있을거예요. 사실상 나를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을요. 애초에 나쁜짓이 아닌데요.

    그리고 15일째. 그녀는 저에게 매달렸어요.

    "아저씨 도대체 저한테 왜 그러시는거예요. 뭘 원하시는 거예요."

    울부짖으며 절규하는 모습마저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살면서 느껴본적 없는 행복함이었어요.


    그 절규 이후 그녀는 조금 달라졌어요. 그녀 또한 나를 완전히 무시하기로 결정한거 같았어요.

    하지만 그녀의 눈빛이나 행동에서 알수있었어요. 나를 여전히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내 생각 뿐일거예요.


    그리고 그날밤 결국 사건이 일어났어요.

    바보같은 경찰들. 꼭 일이 터지고 나서야 일을 한다니까.

    경찰 한두명만 붙여줬어도 가여운 생명이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텐데.

    당신이 그 표정을 보셨어야해요. 그녀의 겁에 질린듯한 그 표정은 정말 내가 눈으로 본 것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어요.





    그날 나는 완전히 그녀의 남자가 되었어요. 결국 난 소망을 이루었죠.

    그녀가 살인범이 되어버린것은 안타깝지만 말이에요.


    그녀는 평생 내 생각밖에 하지 못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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