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시점을 차기 대통령 임기로 넘겨야 한다는 여론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선호하는 권력구조 개편은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순으로 조사됐다.
국민일보 여론조사 결과, 개헌 시점을 묻는 질문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므로 차기 대통령 임기로 넘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49.2%로 ‘대통령제 폐단을 빨리 없애기 위해 이번 대통령 임기 내 개헌하는 게 바람직하다’(42.7%)보다 6.5% 포인트 높았다. ‘잘 모름’은 8.1%였다.
모든 연령대에서 ‘개헌은 차기 대통령 임기로 넘겨야 한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아직 국민적 개헌 논의는 무르익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차기 대선 전 개헌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은 힘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등 불확실한 정치 일정과 국가적 리더십 공백 위기도 개헌 논의의 동력을 잃게 하는 요인이다.
지역별로는 대전·세종·충청과 부산·울산·경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개헌을 차기 대통령 임기로 넘겨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대전·세종·충청은 ‘이번 임기 내 개헌’(48.6%)이 ‘차기 대통령 임기’(41.2%)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부산·울산·경남의 경우도 ‘이번 임기 내 개헌’(47.9%), ‘차기 대통령 임기’(45.4%)로 조사됐다.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안에 대해선 4년 중임제(32.2%), 분권형 대통령제(26.6%), 의원내각제(26.1%) 순이었다. ‘잘 모름’은 15.1%였다. 가장 선호된 4년 중임제는 현재 5년인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줄이되 재선에 성공하면 8년 임기까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관계자는 8일 “국민들이 대통령제에 익숙하기 때문에 4년 중임제가 다소 앞서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이 국방·외교·통일 등 외치를, 총리가 행정권을 포함한 내치를 맡는 방식이다. 의원내각제는 총리와 장관을 국회에서 선출하고 국회가 정부의 구성 및 존속 여부 등을 결정토록 하는 제도다.
이들 세 가지 방안은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선호 순위가 매겨졌다. 5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순이었다. 50대는 의원내각제(33.9%), 4년 중임제(31.3%), 분권형 대통령제(22.7%) 순이었다. 개헌 시점과 권력구조 개편안 등 두 질문에 대한 ‘잘 모름’ 응답은 20대와 60대 이상에서 가장 많았다.
본격적인 개헌 논의에 들어가더라도 권력구조 개편 방안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 백가쟁명 식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대 국회의원 200명 이상이 개헌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권력구조 개편안 등 개헌 방향과 범위는 제각각이다.
다만 직접적인 개헌은 어렵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내년 대선 과정에서 개헌 문제가 공론화될 가능성은 높다.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선두그룹을 형성하며 오차 범위 내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에서 선명성을 부각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누르고 3위 자리를 고수했다. 새누리당 잠룡들은 전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국민일보가 지난 1∼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반 총장은 21.1%를 얻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문 전 대표가 19.0%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이 시장은 10.8%로 국민의당 안 전 대표(6.8%)와의 격차를 4% 포인트까지 벌렸다. 선두그룹에선 반 총장과 문 전 대표가, 3·4위 그룹에선 이 시장과 안 전 공동대표가 각각 경쟁하는 구도다.
다른 잠룡들은 한 자릿수 지지율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3.4%, 박원순 서울시장 3.1%, 안희정 충남지사 2.7%,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2.1% 등 순이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1.3%), 남경필 경기지사(0.9%), 원희룡 제주지사(0.8%) 등은 1% 내외 지지율을 얻어 사실상 유의미한 수치에도 근접하지 못했다.
보수 성향 후보군으로 반 총장만 상위권에 랭크됐다. 새누리당 잠룡들은 오 전 시장이나 유 의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멸 수준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관계자는 8일 “여권 지지표가 어느 정도 숨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으로 보수층이 입을 닫으면서 여론조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지지 후보 없음·잘 모름’ 응답이 26.3%에 달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이번 조사는 차기 대통령감 적합도를 설문한 뒤 무응답층을 상대로 ‘구태여 한 사람을 고른다면 누가 좋을 것 같으냐’며 다시 질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럼에도 무응답이 26.3%에 달해 반 총장 지지(21.1%)보다 높다. 무응답층은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이 32.6%로 가장 많았고 50대도 25.9%에 달했다.
반 총장 지지는 50대 22.9%, 60대 이상 36.2%로 중장년층에서 높게 형성됐다. 반면 문 전 대표 지지는 20대 27.8%, 30대 26.4%, 40대 22.5%로 젊은층에서 주로 나왔다. 지지층이 세대별로 양분된 셈이다. 지역별로도 반 총장은 대구·경북(TK, 28.4%) 부산·울산·경남(PK, 23.1%) 등에서, 문 전 대표는 광주·전라(26.3%) 서울(24.6%) 등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국민의당 안 전 공동대표는 텃밭인 호남에서 8.9% 지지를 얻는 데 그치며 문 전 대표에 17.4% 포인트나 뒤졌고 이 시장(13.8%)에게도 밀렸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유선 전화면접조사와 스마트폰앱 조사 혼용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 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5.6%였다. 표본은 올해 10월 말 기준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에 따라 전국 17개 시·도에서 추출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