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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1312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1
    조회수 : 560
    IP : 221.155.***.18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7/03/03 23:37:10
    http://todayhumor.com/?lovestory_81312 모바일
    [BGM] 와락, 나를 끌어안는 뜨거운 쓸쓸

    사진 출처 : https://albanal8.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BBFhfxRLb6U





    1.png

    윤동주호주머니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이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2.jpg

    유영모마음과 허공

     

     

     

    마음이 속에 있다고 좇아 들어 못 봤거늘

    허공이 밖에 있대서 찾아 나가 만날 손가

    제 안팎 모르는 임자 아릿다운 주인인가

     

    온갖 일에 별별 짓을 다 봐주는 맘이요

    모든 것의 가진 꼴을 받아주는 허공인데

    아마도 이 두 가지가 하나인 법 싶구먼

     

    제 맘이건 쉽게 알고 못되게 안 쓸 것이

    없이 보고 빈탕이라 망발을랑 마를 것이

    님께서 나드시는 길 가까움직 하구먼






    3.jpg

    조오현적멸을 위하여

     

     

     

    삶의 즐거움을 모르는 놈이

    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

     

    어차피 한 마리

    기는 벌레가 아니더냐

     

    이 다음 숲에서 사는

    새의 먹이로 가야겠다







    4.jpg

    고은낯선 곳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떠나라







    5.jpg

    문정희쓸쓸

     

     

     

    요즘 내가 즐겨 입는 옷은 쓸쓸이네

    아침에 일어나 이 옷을 입으면

    소름처럼 전신을 에워싸는 삭풍의 감촉

    더 깊어질 수 없을 만큼 처연한 겨울 빗소리

    사방을 크게 둘러보아도 내 허리를 감싸주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네

    우적우적 혼자 밥을 먹을 때에도

    식어버린 커피를 괜히 홀짝거릴 때에도

    목구멍으로 오롯이 넘어가는 쓸쓸

    손 글씨로 써보네산이 두 개나 위로 겹쳐 있고

    그 아래 구불구불 강물이 흐르는

    단아한 적막강산의 구도

    길을 걸으면 마른 가지 흔들리듯 다가드는

    수많은 쓸쓸을 만나네

    사람들의 옷깃에 검불처럼 얹혀 있는 쓸쓸을

    손으로 살며시 떼어주기도 하네

    지상에 밤이 오면 그에게 술 한 잔을 권할 때도 있네

    이윽고 옷을 벗고 무념(無念)의 이불 속에

    알몸을 넣으면

    거기 기다렸다는 듯이

    와락나를 끌어안는 뜨거운 쓸쓸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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