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시려나 모르겠지만
2011년 러시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어제와 똑같은 일이 일어났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도 세계선수권 티켓을 위해 반억지로 밀려서 나가야 했던 2011 세계선수권에서
연아 선수는 한국에 보내는 러브레터로 오마쥬 투 코리아를 준비했고 멋지게 해냈는데요
그해 3월 일본에서 열리기로 했던 세계선수권이 지진으로 인해 4월 러시아에서 열렸고
그당시 안내 책자나 선수들 사진이 모두 걸린 곳에서도 고의적으로 연아선수는 배제되었고
역시나 누가봐도 편파인 판정으로 근소한 차로 안도미키에게 금메달을 빼앗겼었습니다.
그때 시상식에서 연아는 서럽게 울었었고
팬들은 메달을 빼앗긴 서러움에 북받친 것이 아닌가하며 같이 통곡을 했었네요..
(티비보다 통곡하면서 리모컨 던져보긴 처음...)
그런데 이후에 연아선수의 인터뷰인가 다큐를 보면
"은메달도 잘했다고 생각하고 만족한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괜찮아' '힘내'라는 말만 할 뿐
한 명도 '축하한다'라고 해주지 않아 섭섭했다. 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운 것은 금메달을 따지 못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이 자리가 마지막일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였다고 했죠..
당연히 사람인 이상 본인이 가장 잘 알 수 있는 부당함과 억울한 판정을 받았는데, 어떤 마음으로 이걸 준비했는데
속이 상하기만 했겠습니까..
하지만 연아 선수가 예전에도 한 적이 있는 말이죠..
"전 괜찮아요.. 안 괜찮아도 괜찮아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판정. 그런 판정을 받아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는 현실을 김연아 선수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그러한 상황에서도 해낸 자신의 노력을 스스로 칭찬하고 인정하고 자신을 다독인 후에 저렇게 말 할 수 있던 거겠죠..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나에게 일어난 수 많은 부당한 일과 억울한, 생각도 하기 싫은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가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를 아쉬워하고 억울하고 속이 상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계속 억울해해봐야
속만 문드러집니다.
연아선수의 피겨인생은 타고남과 노력만큼 항상 뒤따르는 부당함에 점철되었었기에
어리지만 이런 사실을 일찍부터 안거죠. 그리고 그릇이 남다른 우아함으로 그걸 피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직면해서 소화시켜 버렸구요..
여담이지만 저는 올해 서른이 되었습니다. 아직 한창 어리죠 ㅎㅎㅎ
지금 쓰는 글들의 생각을 저는 최근에서야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다섯살이 어린 연아선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저런 마인드로 인생을 헤쳐나오더라구요. 그런 모습에 반해 승냥이가 되었구요.
(물론 이것 말고도 반할 이유는 1235412592438672390862743059823470591843751092837510928357120598371290835237098가지나 되지만요.)
그래서 승냥이들이 연아선수의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게 된 걸지도 모르겠네요. 매 경기가 이랬으니까요 ㅎ
(근데 이번은 진짜 역대 최악중의 최악인 듯 합니다..)
그리고 매번 연아선수의 마음가짐이 지금처럼 아름다웠으니까요..
가끔은 답답합니다.
화라도 좀 내봐.
인상이라도 써봐.
아니면 인터뷰에서라도 언급이라도 해봐!!!
억울하잖아!!! 속상하잖아!!!!!!!!
네가 제일 잘했는데!!!!!!!!!!!!!!
그런데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보면 그 억울함들은 더 큰 복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몇 번이나 목격하고
모든 것은 연아 뜻대로. 따라가자. 이런 암묵적인 룰 같은게 생성되었죠..
삼천포로 빠졌는데요..
재소(제소?)를 할 수 있는 대한빙신(상)연맹은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change에서 서명을 운동을 하고 있지만
본인과 본인이 속한 소속단체가 나서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다고 보여집니다.
그렇게 해서 바뀔거였다면
2008년과 2011년에도 김연아 선수는 금을 빼앗기지 않았을거에요. 아니 되찾기라도 했겠죠..
국민 여러분들이 분노해주고 화를 내주고 방법을 찾고 욕을 해주는 걸 보고
굉장히 놀랐고 또 팬의 입장에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정말루요..
그런데 우리가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에 매달려서 속상해하고 분노하고 이 일이 사그라들지 않게 해서
귀국한 연아선수에게 괜찮아? 힘내.. 를 듣게 하는 것보다
그 분노와 속상함은 잠시 미뤄두고
안하는 것이 당연했던. 본인 스스로를 위하는 것보다 남을 위한 이유가 더 컸던.
자신의 명성과 실력을 타인을 위해 베풀고자 했던.
국가를 위한다기보다 자신과 같은 국적의 자신을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이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최선을 다했던.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은 물론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을 위대한 피겨스케이터의 마지막 찬란함 그 자체를
축하하고 축하하고 축하하며
그 동안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고마웠다고 말해주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금메달이 아니라 아쉽지 않느냐, 뭐 이런 질문으로
이미 마음 정리한 사람 자꾸 떠올리게 하지 말고 (특히 기레기들..)
본인도 스스로를 칭찬할 만큼 정말 대단한 업적을 이룬 한 20대 아가씨에게 축하가 가득한 나날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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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베오베에서 트윗사진으로 보고 깨달았는데요
SBS에서 경기 끝나고 준비한 연아의 신청곡 Send in the clowns말이에요..
샌드인더클라운이 그냥 단순하게 노래가 좋아서 선곡했구나. 했었는데..(단순한 나란 냔 ㅠㅠ)
연인과 헤어짐으로 인한 슬픔으로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는(무대에 설 수 없을 만큼 슬픔에 찬)
여배우가 자신은 이제 무대에서 내려가겠으니 자신을 대신할 어릿광대를 보내달라는 가사에서
연아선수는 여배우 그 자체의 입장에서 준비했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에
눙무린ㅇ리ㅏㄴ멇라ㅣㅎ ㅠㅠㅠㅠㅠㅠㅠㅠ
연아는 빙판이라는 무대위에서 차고 남치게 역할을 소화했죠.
관객의 입장에서 분에 넘치는 호강을 누렸네요.
이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될 연아선수
충분히 아주 오래, 여독이 모두 풀리도록 휴식을 취하길 바라고
아주아주 행복하고 평안한 삶을 살아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