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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8116
    작성자 : sungsik
    추천 : 12
    조회수 : 2478
    IP : 1.241.***.244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3/03/19 15:28:31
    http://todayhumor.com/?history_8116 모바일
    [펌] 조선 왕권이 정말 약했나에 관해서...



     조선 왕권이 후기에 미약하였다는 믿음은 의외로 널리 퍼져 있다1). 군약신강이 언제부터인가에 대해서는 너무 다양한 견해가 난립(?)하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대게 말이 나오는 것으로는


    - 연산군 이후 중종 반정 이후 왕권이 신권에 압도되었다고 하는 설명

    - 선조의 파천 이후 왕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면서 그와 함께 신권에게 역전되었다는 설명

    - 인조의 세 차례 헤딩(?) 이후 송시열 등등이 이끄는 유교 탈레반에 의하여 군권이 안드로메다로 향했다는 식의 설명

    - 여기서 숙종, 영조라는 별종이 나타나 분연이 떨쳐 일어나 환국, 탕평 놀이로 왕권을 강화시켰다는 식의 설명


     여기에 더하여 우리의 주적 노론 벽파 수콜트 탈레반 심환지 횽아의 신권이 정조의 왕권과 위험한 권력의 줄다리기를 벌였다는 식의 이야기를 위하여 머리를 싸매는 각고의 문장력을 보여주신 이덕일 선생과 이한우 선생 같은 분들도 계시다. 대게 이러한 종류의 이야기는 


    - 군주권이 강하면 분연히 떨쳐 일어나 가렴주구를 척결하고 수탈을 일삼는 관리들을 엄벌하여 나라의 기강을 확립할 수 있었다.

    - 신하들의 권력이 강하면 임금을 무시하고 백성들을 함부로 수탈하고 괴롭혀 나라꼴을 망쳐버렸다.


    는 식의 도식이 추가되어 확대 재생산되었고, 조선이 망한 이유를 '군주권이 시망하여 신권이 강해져 결국 세도정치로 이어져 폭삭 시망크리를 탔쪄염 으앙ㅠ쥬금ㅠ'으로 요약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물론 조선 후기의 - 특히 효, 현 2대의 - 왕권이 약하다는 것은 청나라에서 조선을 평가하는 말, 소위 '너님네  나라 신권이 졸라 강하니 나라꼴이 그모양 그꼴이지 ㄲㄲㄲㄲ2)' 같은 말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확대 재생산하여 생겨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군주권이 여느 나라들의 군주권보다 특이할 정도로 강대하여 비교된 것이지, 조선 왕권이 약하다는 증거로 사용되기 부족하다3)

     일단 - 특히 왕권이 약했다고 지목받은 - 효종, 현종이 어떠한 일을 하였는가, 또는 아주 외부의 사람들은 어떠한 생각을 하였는가를 살펴보면, "조선 왕권이 약하고 신권이 강했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꺼내기가 어려운 이야기가 됨을 알 수 있다.

     하멜 표류기에 의하면 '조선국왕의 권위는 청나라의 승인을 받아야 하나, 국내에서 왕의 권위는 절대적이며 고문관(아마도 대신들)들은 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한다4). 이는 합스부르크 에스파냐와 독립전쟁을 치르며 힘들게 독립을 쟁취한 네덜란드인의 시각을 반영한 말이다. 하멜의 표류 당시 조선의 임금은 바로 군약신강의 주인공(?)이나 다름 없는 효종과 현종이었다. 

     또한 당시 유럽의 군주들과 조선의 '효종, 현종'과 비교하면 어떨까?


     효종은 자신의 금령을 어긴 '지방관' 김홍욱(당시 황해도관찰사)를 소환하여 장을 쳐서 죽인 적이 있었다. 또한 즉위 초에 반역 혐의를 받은 '재상' 김자점 일당에 거열형, 참수형 등을 언도하였다. 또한 그 '신권의 대표주자'격인 산림선비들이 세력이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왕의 결단으로 군사력 증강을 추구하였고 이 기조는 현종 대까지 이어졌다. 

     또한 현종은 어떠한가? 자신에게 반대한다는 혐의를 씌워 여러 신하들 - 이상, 김만중 등 -을 유배보냈으며 왕의 결단 하나로 사대부 세력 중 가장 강력한 붕당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당시 '절대군주'라는 소리를 들은 루이 14세는, 아무리 전제권력을 부리고 싶어도 한계가 있었다. 왕의 치세 초기 '프롱드의 난(1648 - 1653)'이라는 초유의 반란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대귀족 및 심지어 왕공귀족까지 '왕의 눈을 흐리는 마자랭으로부터 왕을 구출해야한다'는 명분을 내세운체, 프랑스는 5년 동안 내전의 소용돌이 속이 휩싸였다. 이들 중에는 당시 초강대국이었던 에스파냐의 군대를 수없이 격파하여 군사적인 명성을 떨친 콩데 공작같은 종실 인물도 있었다. 자, 조선시대의 개념을 생각해보자. 반란이 끝난 후, 이들은 '당연히!' 사약을 받거나 목을 잃거나 사지가 찢기는 형벌을 면치 못하리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반란을 이끈 대귀족들 및 왕공귀족들은 거진 용서받았을뿐더러, 심지어 이전과 같은 칭호를 유지하고 궁정에 드나들었다!!! 


     혹자는 소위 '절대군주'인 루이 14세가 무위를 과시하면서 여러 유럽 나라들을 괴롭힌거하고 침공은 커녕 침략받기 급급했던(?) 조선을 비교해보며 조선의 왕권이 약함을 부르짖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궁중 예절을 살펴보자. 절대군주라는 소리를 듣는 루이 14세는 참으로 복잡한 의식을 만들어 신하들을 통제하였다5). 하지만 왕은 인사 받을 때 이외에는 신하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였으며, 귀부인을 만날 때에는 심지어 상감의 몸(?!?!)으로 모자를 벗고 몸을 숙여 인사하였다. 하지만 조선은 어떠한가? 왕을 대할 때 신하들의 의식은 더욱 거창하였고, 대비에게 문안을 올릴 경우를 제외한다면야 판서댁 부인이나 심지어 대군부인, 군부인에게 익선관을 벗고 인사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제 더욱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가 온 듯 싶다. 좋다. 조선의 후기 왕권이 '군약신강'으로 대표된다고 하자. 그럼 조선은, 그 옛날의 영국처럼, 신하 - 또는 대지주들 - 이 들고 일어나서 왕을 압박하여 신하들의 권리를 보장한 마그나 카르타를 받아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왕의 붕당과 신하의 붕당이 나뉘어 결국에 왕의 목이 날라가는 것으로 끝을 맺었던 찰스 1세의 비극(?)이 벌어진 적이 있는가? 아니면 의회가 들고 일어나서 제임스 2세를 내쫓고 권리장전을 승인받는 일이 었었는가? 아니면 혁명이라는 게 일어나 왕이 소수 인민(?)의 재판에 의해 목이 날라가는 루이 16세의 일이 일어났는가? 

     조선의 경우엔 위에서 언급한, 소위 '신권이 군주권을 넘어섰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그러긴커녕 신민들의 삶 위에 군주권 자체가 정당화 되고 심지어 '군주가 군주답고 신하가 신하다워야'하는 식의 고정관념이 매우 뿌리깊게 남아있었다. 심지어 강력한 신권을 대표한다고 일컬어지며, 이덕일 선생등으로 부터 유교 탈레반이라 지목당한 송시열은 왕의 명령에 의하여 죽임을 당할 때, 왕의 할아버지인 '효종대왕의 사업을 근본으로 삼으라'는 유언까지 남겼다. 이게 과연 신권이 군주권보다 강했던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었을까? 




    --------------------------------------------------------------------------------------------------------------------------------------------


    1) 네이버 '군약신강' 검색결과 : http://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query=군약신강&sm=top_hty&fbm=1&ie=utf8

    2) 현종, 현종개수 12년 2월 20일 "너희 나라 백성들이 다 굶어 죽게 생겼는데, 이는 신하들이 강한 소치라 한다"

    3) 바라보는 것 조차 금기시되었던 중국 군주권자의 강력한 권위에 대해서는 http://cafe.naver.com/booheong/61416. 또한 필자가 설명한 이치는 2가 3보다 작은게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비교 대상이 없는 마당에 2가 절대적으로 작냐고 말할 수 있냐는 것과 이치가 통한다. 

    4) 집에 하멜표류기가 없기에,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길 요구받으면 책을 찾아서 제시하겠다. 인터넷에 http://search.naver.com/search.naver?sm=tab_hty.top&where=nexearch&ie=utf8&query=왕의+명령이+절대적+하멜&x=0&y=0

    라 검색해도 모종의 자료들을 얻을 수 있다.

    5) 이영림의 '루이 14세는 없다' 273- 279쪽



    출처 : http://cafe.naver.com/booheong/72021



    sungsik의 꼬릿말입니다
    인터넷 어딘가에서 그런 말을 봤다.
     
    '영화 하나가 잘만들었니 못만들었니로
    티비 토론을 할만큼 세상에 큰 논란이 없었던
    그 때가 그립다.'

    대통령부터 정치권, 헌재까지..
    모든 사건, 모든 발언 하나하나가 비상식적이기만하고
    민주주의와 다양성이라는 단어들이 너무나 가볍고
    가치가 없게 느껴진다. 

    이 나라엔 진보와 보수가 있는 게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만 남아 있다는 이 느낌이
    군사정부를 겪지 않았던 내 세대에겐
    너무 낯설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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