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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81131
    작성자 : 기뮤식의노예
    추천 : 6
    조회수 : 759
    IP : 110.9.***.238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5/05/05 15:53:20
    http://todayhumor.com/?pony_81131 모바일
    졸렬한 포니 번역)에버프리의 마녀 - 6장 마법이 걸린 만남
    252269.png


    마법이 걸린 만남


    ===============================================



    나는 그림자 속에서 캔털롯-포니빌 노선 기차를 관찰하고 있었다. 분명 트와일라잇이 거기 타고 왔을 것이다.


    새로운 망토의 착용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내가 사실은 바짝 긴장중이였다는 걸 이 검은 망토가 가려줄 것이다.


    무슨 함정 같은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만약 함정이라면 진짜 뻔한 함정에 정말 멍청하게 걸려든 꼴이니까..


    기차가 우렁찬 소리를 내며 역에 정차했다. 소규모의 포니들이 그 기차에 올라탄 반면, 기차에서 내린 포니들은 그에 비해 얼마 없었다. 이 기차는 거의 직행노선이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정차하는 역이 없었고, 거의 포니빌의 포니들이 캔털롯으로 가기 위해서만 쓰이는 노선이었다. 포니빌은 별로 유명한 곳은 아니었으니까. 나만 해도 여기로 떨어지기 전까진 들어보지도 못 한 곳이니 말 다했지. 사실 성 창문 밖으로 뻔히 보이는 마을이었긴 하지만, 변명 비슷한 걸 하자면, 난 그때 공부 말고는 눈에 보이는 게 없었으므로 모를 수밖에 없었다.


    기차 밖으로 나온 포니중에 보라색 유니콘과 보라색 새끼용 한 마리가 확 눈에 띄었다. 별 생각 없이 훌쩍 나가서 반갑게 맞이하려는 순간, 옅은 파란색의 털가죽과 노란색 갈기를 단 암말이 눈에 보였다.


    피가 싸늘하게 식는 기분이었다.


    캔털롯에서 내 뒤를 쫒았던 그 포니와 동일마였기 때문이었다.




    분노가 들끓어 올랐다. 아직 그 암말은 날 보지 못했으므로, 녀석의 목숨은 내 발굽 안에 든 거나 마찬가지였다. 전에 내가 당한 일에 대한 복수로 녀석을 몇 초 만에 잿더미로 만들어 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싸다. 내가 이 꼬라지가 된 것은 전적으로 다 저 녀석의 탓이었으니까..


    ...하지만 내 마음 속 어디에선가, 그건 저 암말의 잘못이 아니라는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초에 순순히 따라가는 것 대신 열차 밖으로 몸을 던지는 선택을 한 건 오롯이 나 자신 아닌가..


    나는 결단을 내렸다. 전에 내가 한 선택이 낳은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만약 저 암말을 여기서 죽였다간, 경비병이 이 곳 주변에 쫙 깔릴 테고 말이다. 그러니까 일단 목숨은 붙여 놔야겠다.


    저 요원은 계속 트와일라잇을 감시 중이었다. 아마도 셀레스티아는 내 대용으로 받아들인 수제자를 계속 제 감시 안에 두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내 등자가방에서 피지 하나를 꺼내 전할 내용을 속기한 후 트와일라잇의 얼굴 앞에 띄워놓았다. 물론 다른 포니의 눈에 잘 보이지 않게끔 마법으로 처리를 해 두고 말이다.


    곧 트와일라잇의 얼굴이 띄워 놓은 종이에 닿았다. 트와일라잇은 잠시 멈칫 한 후 그 종이를 보았다. 그 내용을 보고 화들짝 놀라는 걸 먼발치에서도 볼 수 있었다.


    제발 거기에 써진 대로 잘 해줘야 할 텐데...


    트와일라잇의 뿔이 마력으로 빛나더니 기차역에 잠깐의 섬광만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순간이동을 쓴 것이다. 트와일라잇을 감시중인 요원은 깜짝 놀라 어리둥절 트와일라잇과 꼬마용이 사라진 주변을 두런거리고 있었다. 나는 코웃음을 한번 쳐 준 후 트와일라잇에게 지정해준 곳을 목적지로 순간이동을 시전했다.


    -----------------------------------------------------



    내가 트와일라잇에게 가있으라고 한 곳은 다름 아닌 슈가큐브 코너였다. 아마도 이 지리를 잘 모를 테니 좀 헤매지 않을까-


    갑자기 문이 우당탕 열리고 트와일라잇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마라톤이라도 하고 온 것 같았다. 들어온 시간을 보아할 때 순간이동 해 온 위치에서부터 바쁘게 달려온 모양이다.


    "트와일라잇 스파클."


    나는 마법으로 조명을 어둡게 만들고 내 목소리에 에코를 넣었다.


    "드디어 만나게 되었-"


    "선셋 씨. 그건 이제 자제 좀 해 주세요... 손님들이 다 겁먹잖아요."


    가게 주인 케이크가 계산대 뒤에서 말했다.


    "애플잭 생일 때 오신 이후로 계속 이러시네.. 다들 먹던 것도 다시 뱉을 것 같으니 그만 좀 하라고요."


    "그림자 포니다!! 끼약!!"


    주문을 받고 있던 핑키 파이가 빽 비명을 지르더니 갑자기 어딘지 알지도 못할 저 공간너머로 도망갔다.... 갑자기 사라지네 쟤.. 순간이동 주문 뺨칠 지경인걸.. 다음에 누군가가 핑키는 대체 왜 저럴 수 있는지를 연구하겠지. 일단 지금의 나는 아니다.


    "휴... 종업원이 또 도망쳐버렸네.. 이제 쫌 이런 놀이는 좀 그만 둬 주시라구요."


    "뭐.뭐죠? 무슨 일이에요?"


    트와일라잇이 인상을 찌푸리고 나를 보았다.


    "내 딴엔 좀 위엄 있게 보이고 싶어서 이랬는데.. 하아... 그게 이렇게 꼬여버리네."


    "포니를 도망치게 하면서 까지요?"


    트와일라잇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쟨 원래 그래. 내가 무슨 숲 속의 폐허가 다 된 성에 사는 미친 마녀라나 뭐라나."


    ".??...언니 숲 속에 사는 마녀 아니었어요?"


    "그걸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쟨 쫌 오버한다 이거지."


    나는 후드를 내리고 갈기를 탈탈 흔들었다. 래리티가 확실히 샴푸 보는 안목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벌써 한나절이 지났는데도 내 갈기엔 윤기와 탄력이 자르르르 흘렀기 때문이었다. 다음번엔 갈기에서 나무진을 어떻게 빼는지 한번 물어봐야지.


    "아..저기..음.. 정식으로 인사부터..."


    트와일라잇이 안절부절 바닥을 앞발굽으로 비비며 말했다.


    "조..존경하는 선셋 쉬머 선배님 지.. 직접 만나 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ㅈ..제 이름은 트와일라잇 스파클입-'


    "몇 년 동안이나 펜팔을 해왔는데 그럼 내가 이름 하나 못 기억하겠어?"


    나는 마음속을 어지럽히는 긴장감과 싸우며 겨우 트와일라잇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일단 트와일라잇은 셀레스티아가 내가 있는 곳을 조사하라고 보낸 비밀 요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출발이 좋군.


    "아-그-그렇죠!"


    트와일라잇은 자기 등자가방에서 두루마리를 꺼냈다. 어찌나 긴지 바닥에 양탄자처럼 깔릴 지경이었다.


    "가..가...각종 문헌들과 제 보-보호자와 상담 이후, 해야 할 일과. 서..선배님께 할 질문과 그.....그...... 논의할 사항을 목록으로 적어왔습니다."


    그러더니 깃털 펜을 하나 꺼내든다.


    "이..일단, 어.... '마을에 도착해 소개를 한다!' 이것부터 체크..."


    트와일라잇이 열심히 혼자서 꿍얼거리는 사이에, 트와일라잇의 등에 타고 있던 새끼용이 트와일라잇 모르게 등 뒤에서 내려 진열장으로 아장아장 걸어갔다.


    "어유~ 우리 꼬마 이거 먹고싶어요?"


    케이크 씨는 활짝 웃으며 그 용을 내려 보았다. 트와일라잇은 여전히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열심히 보고 있었고 그 동안 짬이 약간 났던지라, 나는 스파이크에게 동전 하나를 던져주었다. 스파이크는 그걸 손에 쥐더니 앙 물었다. 아기들이 제 발굽(쟤 같은 경우엔 발톱이겠지)에 닿는 건 무엇이든 입에 넣고 본다는 사실을 깜빡했군..


    나는 황급히 스파이크에게서 동전을 빼앗으려고 했다. 하지만 용에게서 금화를 빼앗는다는 건 생각보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니.. 원래 용에게서 금화를 뺏는 건 원체 어려운 일이긴 하다만..


    "그냥 가져라.."


    나는 저 동전은 일단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동전을 하나 꺼내 케이크 씨 앞에 올렸다.


    "쟤한테 다른 먹을 거나 좀 줘볼래요?"


    물론 명색이 용인데 저 정도로 이빨이 상할 것 같진 않지만, 용이 금속까지 소화시킬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았으므로, 난 대신 다른 것을 주기로 했다. 케이크 씨는 스파이크에게 컵케익을 주었고, 스파이크는 들고 있던 비트를 내팽개치고 컵케익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고, 그 사이에 난 떨어진 비트를 주워 스파이크의 손이 안 닿는 계산대 위에 올렸다.


    "...됐다!"


    트와일라잇이 마침내 두루마리에서 눈을 때며 말했다.


    "그..그럼.. 선배님, 다음 일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게..."


    "트와일라잇. 일단 진정 좀 하고..."


    나는 한숨을 내쉰 다음 말을 이었다.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어. 편하게 불러. 내가 무슨 셀레스티아도 아니고.. 그나저나 너, 내 비법을 좀 배우고 싶다고 했었지?"


    트와일라잇은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자. 좀 오래 걸어야 될 거야. 아! 그리고 최대한 다른 포니들 눈에 안 띄게 가자고. 네 꼬리에 달라붙었던 녀석들이 지금쯤 지원을 불렀을지도 모르니까.."


    트와일라잇은 눈을 끔뻑하더니 멀뚱멀뚱 자기 엉덩이 쪽을 보았다.


    "...제 꼬리요?"


    골이 아파 와서 나는 내 인중을 문질렀다,


    "그게 아니라, 널 몰래 미행하는 포니가 있었다고! 셀레스티아의 첩자 하나가 네 뒤를 따라오더라. 그래서 내가 순간 이동을 써서 기차역을 나오라고 한 거야. 그 녀석을 따돌리라고."


    "공주님의..첩자요?"


    트와일라잇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졌다.


    "왜...공주님이 저한테 미행 같은걸... 전-"


    "셀레스티아의 수제자인데도 말이지?"


    나는 코웃음을 쳤다.


    "똑똑한 얘인줄 알았는데 약간 실망인걸 트와일라잇? 분명 우리가 교신에 쓴 그 일지를 설마 셀레스티아가 한 번도 안 봤을 리가 있겠어? 그럴까봐 내가 너한테 사는 곳을 이야기 안 해 줬던 거야."


    나는 거리의 창문들을 흘깃 쳐다보았다.


    "..셀레스티아가 직접 안 나타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음..그래서 언니가 기차역에서 바로 만나지 말자고 했었군요.. 함정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시려구.."


    "그렇지. 네가 셀레스티아의 부탁을 받고 짐짓 나를 속일 수도 있었고, 혹은 그냥 너 있는 쪽으로 경비대를 보내서 날 붙잡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나저나 여기에서 지낼 준비물들은 다 챙겼어?"


    "아! 언니가 말씀하신 책들이랑, 그 밖에도 언니가 필요하실 만한 것들 약간 싸왔어요."


    트와일라잇은 자기 등자 가방을 열었다.


    "그 외에도 여분의 잉크랑 깃털펜, 여기서 베운 것들을 3중 사본으로 적어낼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양피지도 챙겨왔지요."


    "침낭이랑 음식, 식수 같은 걸 챙겨왔을 줄 알았더니.."


    나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고, 트와일라잇의 얼굴은 창피해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숲 같은 거친 곳에서 지내본 적 별로 없지? 알만하네.."


    "저...그거 말고 돈도 좀 가져왔어요! 지금처럼 뭐가 급하게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요. 자 여기 제가 직접 쓴 준비물 표 좀 봐주세요. 여기 마지막에 써져 있죠?"


    트와일라잇이 다른 일정표를 또 꺼내려고 하길래 나는 황급히 만류했다.


    "넣어 둬. 설마 내가 너 하나 밥 못 먹여 살리겠어..... 근데 미리 말해두는데, 난 요리 별로 못하니까 맛없다고 불평하지는 마라."


    나는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자. 서두르자. 셀레스티아가 네가 지금 어디 갔는지 찾으러 오기 전에 빨리 여기서 벗어나자고."


    "지..진짜 공주님이 그러실까요?"


    트와일라잇의 커진 두 동공에 공포가 아른거렸다. 공주가 노할까봐 두려워 하는 건 쟤나 나나 똑같군..


    "해본 말이야. 근데 진짜로 나타나면 널 공주에게 던지고 도망갈 테니까 알아서 해."


    --------------------------------------------------------------


    "이거 마을에서...헉..헉... 너무 떨어진 곳 아닌가요..."


    트와일라잇이 낑낑대면서 나를 겨우 겨우 따라오는 걸 보고 있자니 조금 웃겼다. 몇 년 전만 해도 내가 제코라를 그런 꼴로 따라가고 있었는데..


    "거의 다 왔으니까 좀만 더 힘내. 그렇게 가방이 무거우면 내가 책 좀 약간 들어줄까?"


    "아..아뇨.. 괜찮아요! 가방에 중량을 줄이고 용량은 늘리는 마법부여를 해놨거든요. 짐을 꺼내면 오히려 짐만 더 무거워지니까 그냥 놔두세요."


    "음.. 꽤 유용한 주문이겠군 그거."


    나는 중얼거렸다.


    "가르쳐 드릴까요?"


    트와일라잇의 말에는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언니는 제게 주문의 주문력을 더 강화시키는 법을 가르쳐 주시구요! 히히. 이거 정말 최고의 학방학이 되겠는데요!"


    "..학방학?"


    나는 한 쪽 눈매를 올리며 물었다.


    "학습과 방학을 합친 말이에요. 공주님 말대로 성 밖으로 나가 휴가를 즐기되, 그걸 꾸준히 공부하는 방법으로 즐기니 적절한 말 아닌가요?"


    나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내가 왜 그걸 괜히 궁금해 했는지 나 참.."


    트와일라잇은 그 이후로 잠시 조용했다. 가쁜 숨이라도 고르고 있나 싶었다. 하지만 우리가 협곡 쪽에 있는 폐허가 된 성이 보이는 곳에 다다르자, 트와일라잇이 또 의외의 질문을 하나 던졌다.


    "왜 떠나신 거에요? 공주님에게는 차마 직접 못 물어봤고, 그냥 성 안 포니들에게 살짝 물어봤는데요.. 다들 왜 언니가 성에서 나갔는지 잘 모르는 눈치더라고요. 전에 언니가 저한테 시험에 떨어져서 


    쫓겨났다고 했었잖아요. 근데 공주님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분은 아니시거든요.."


    "그렇게 생각해?"


    나는 코웃음을 쳤다.


    "공주가 내가 왜 쫓겨났는지 너한테 말 정돈 해 줬을 줄 알았더니.. 하아... 저기.. 들어봐. 내가 이야기 해 줄 테니.. 이 이야기 듣고 나서 캔털롯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상관없어. 아무 말 안 할 테니까.... 전에 내가 나를 나쁜 짓을 저지른 나쁜 포니라고 소개했던 거 기억나지?"


    트와일라잇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진짜로 그랬거든 내가.."


    "무..무슨 일을 하신 거죠?"


    트와일라잇이 속삭이듯 물었다.


    "혈마법? 혼돈 마법? 2중 혼돈 마법? 강령, 사령술? 강령사랑술?"


    트와일라잇은 마지막 걸 특히 두려운 듯 이야기했다. 강령사랑술이 뭐야 대체....


    "와...네 '나쁜 포니'의 기준은 아주 무시무시하구나.... 난 그 정도 괴물 까진 못 되고, 그냥 좀 못되게 군 포니 수준이었어. 전에 셀레스티아에게 나를 알리콘으로 만들어달라고 졸라댔었거든. 셀레스티아가 내 진정한 잠재력을 펼치지 못하게 앞길을 막는 바람에 서로 싸움이 났단 말이지."


    "앞길을 막는다구요?"


    트와일라잇은 고개를 약간 갸웃 했다.


    "..저한텐 공주님은 오히려 더 뭘 좀 해 보라고 등을 떠밀어주시는 분이었는데.." 


    "전에 네가 딸랑 5퍼센트 넣었던 걸로 미루어 볼 때, 이미 넌 네가 알아서 훌륭하게 제 앞길을 잘 막고 있구만. 셀레스티아도 참, 네가 오죽 갑갑했으면 그랬겠어?"


    나는 코웃음을 쳤다. 트와일라잇의 양 귀가 축 처지고 있었다.


    "저-저기, 미안.. 비꼬는 게 버릇 비슷한 게 돼서.. 다음번엔 내가 말조심 좀 할게."


    "그런 게 아니에요.. 공주님이 언니의 앞길을 막는 이유는 필시 다칠까봐 염려가 되서 그러셨던 걸꺼라구요.“


    "그럼 셀레스티아가 내게 언제나 잘 했던 말이 뭔 줄 알아? '넌 아직 준비가 안 됐다.'야. 허!... 언제나 귀에 박히도록 들었지. '아직 거울을 볼 준비가 안 됐다.' '공주가 될 준비가 안 됐다.' 그게 결국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 '난 너 못 믿겠다.'라는 이야기라고! 공주는 나를 믿지도 않았어. 진실을 언제나 숨겼지."


    "진실이요?"


    "나한테 지도 뭔가 바라는 게 있었다는 거!!' 


    나는 크게 소리쳤다.


    "설마 셀레스티아가 그냥 재미로 날 거둬들였겠어? 아니지! 목적 없는 일은 섣불리 할 포니는 아니지! 어쨌든 지가 날 어디에 써먹을 목적으로 받아들였던 간에, 내가 그걸 순순히 해줬더라도 알리콘으로 안 만들어줬을건 확실해! 두고두고 보니까 내 눈 앞에 먹음직한 떡밥을 매달아 놓고는 내가 죽어라 고생하는 모습을 보는 걸 아주 즐기는 모양이더라고! 캐이댄스는 별 고생도 안 했는데! 왜 나만! 그렇게 해줘도 뭔가가 부족했던 건가?


    "캐이댄스 언니.. 착하시잖아요.."


    트와일라잇이 중얼거렸다.


    "그건!.. 아.. 관두자.."


    나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너 차라리 지금 내가 어디 나오는 악역처럼 미친 듯이 웃으면서 어떻게 셀레스티아한테 복수할건지 줄줄 말해줬으면 오히려 속이 시원하겠지? 가령 '나를 버린 날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해주마!'라는 대사를 한다던가.." 


    트와일라잇은 웃으며 말했다.


    "만약 그러셨다간 대어링 두가 갑자기 하늘에서 날아와 언니를 막을 걸요? 마침 여긴 위험한 숲에 있는 폐허잖아요."


    "대어링 두?"


    나는 인상을 구기며 되물었다.


    "새로 나온 책 시리즈 이름이에요. 2권이 막 나왔던데요."


    "나 울창한 숲 속에 있는 폐허가 된 성에서 사는 거 알고 하는 이야기지 지금? 거기 있는 책들은 다 1000년은 묵은 것들뿐이고... 그렇다고 내가 마을로 자주 나가냐면 그것도 아니고."


    "그럼 제가 가면서 설명해드릴게요. 대어링 두는 페가수스 고고학자인데요...."


    -----------------------------------------------------------------------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그 돌을 되돌려주었죠. 이렇게 가뭄이 들던 마을에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조화는 회복되었답니다!"


    트와일라잇이 마침내 이야기를 마쳤다.


    트와일라잇의 가방에 걸린 추적 마법들을 다 해제하느라, 평소보다 성 안으로 들어오는데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트와일라잇은 쉴 새 없이 책 줄거리를 조잘거리고 있었다. 말하다 


    숨 안 넘어간 게 용하다 용해... 그리고 어찌나 설명이 세세하던지 책을 따로 안 봐도 될 지경이었다.


    "음..."


    나는 무덤덤하게 가마솥을 저었다.


    "평소에 차에 설탕이랑 우유 넣어 줄까?"


    나는 내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이런..


    "...아까 말은 그냥 신경 꺼.. 둘 다 없네.."


    "괜찮아요! 공주님은 차에 설탕 같은 건 안 넣으시-"


    "너 진짜 셀레스티아를 닮고 싶은가 보구나.'


    나는 약간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트와일라잇은 입술을 깨물더니 내 눈치를 살폈다.


    "뭐 그게 꼭 잘못됐다는 건 아니고.. 나도 전에 셀레스티아를 열심히 따라한 적이 있었지. 셀레스티아를 그대로 따라하면 아마도 나를 좀 더 딸처럼...."


    나는 말꼬리를 흐렸다.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쨌든 내 말은, 네 개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야. 그건 그냥 말만 들어선 딱 와 닿지는 않겠지만"


    "언니.. 성의 하인들에게 들었던 것보다 훨씬.. 상냥한 분이셨네요.."


    트와일라잇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쑥스러운 듯 입을 가렸다. 난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내가 한때 좀 쌍년스럽긴 했지. 근데 반쯤 죽어가다가 남이 베푼 친절 덕분에 살아나고 나니까 포니가 이렇게 변하더라. 특히 내가 마녀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다른 포니들이랑 여러 가지 일을 겪고 보니까 좀... 성격이 완만해지더라고....좀 오그라드는 이야기 같지만.."


    나는 국자로 차를 퍼 유리컵에 담아 트와일라잇에게 건넸다. 트와일라잇은 컵을 신기한 듯 보고 있었다.


    "이게 뭐에요?"


    트와일라잇은 컵을 머리 위로 띄워놓고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내가 직접 만든 거. 볼품없지? 그지?"


    나는 같은 종류의 컵 또 하나를 꺼내 내 몫의 차를 따랐다. 말만 유리였지, 투명하게 비치지도 않는 조잡한 유리였다.


    "화염 마법 연습 삼아 만들어본 거야.'


    "그건 불가능해요. 보통 주문으로는 그렇게 고열을 내기가 힘들다구요. 이거 그냥 *섬전암 자른 거 아니에요?"(*번개가 모래에 떨어지면 그 고열로 인해 원통형으로 만들어지는 유리질의 암석)


    트와일라잇은 찡그리며 컵을 계속 살폈다.


    "보통 마법이라야 그렇겠지, 근데 내 마법이 또 보통 마법이겠니.."


    나는 거만하게 말하며 부글부글 끓여놓은 차를 단숨에 마셨다. 트와일라잇이 그걸 보고 조심성 없게 차를 마시다가 그만 혀를 댄 모양인지 새된 비명을 질렀다.


    "아직 화염 면역 주문은 안 걸어놓은 모양이네 알면 지금 걸어놓는 게 좋을 거야. 심각한 약점이 될 수도 있거든."


    "그게 왜 약점인데요.."


    트와일라잇이 벌겋게 댄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툴툴거렸다.


    "안 하면 나중에 호되게 데일 테니까.... 그럼 지금부로 마력을 전력으로 다루는 연습을 해 볼 건데 준비 됐어?"


    "당연하죠! 첫 번째 단계가 뭐죠? 명상?"


    트와일라잇이 웃으며 하는 뭣 모르는 이야기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


    "명상? 아니, 맘 놓고 깽판 치다 뭐 부서져도 아쉬울 곳 없는 곳으로 가는 게 첫 번째 단계야."


    "또 어디로 간다구요? 아... 방금 도착했는데.."


    "벌써 지친거야? 어쩔 수 없네, 그럼 다음으로 미뤄야 되나...."


    나는 일부로 말꼬리를 흐렸다.


    "아뇨 아뇨! 괜찮아요! 뭘 더 배울 수만 있으면 피곤같은건 극복할 수 있어요! 어쩔 땐 며칠간 안 잘 때도 있는걸요?"


    "나는 그래도 잠은 잘 챙겨 자는 편인데... 자. 밖으로 나가자. 어디 나 대신 들어온 셀레스티아의 수제자 실력 한 번 볼까?"


    -----------------------------------------------------------------------


    2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걸음을 멈췄다. 트와일라잇은 진땀을 흘리며 바로 내 옆에 쓰러졌다. 나는 씨익 웃으며 트와일라잇을 발굽으로 쿡쿡 찔러 보았다.


    "설마 여기서 죽은 건 아니지?"


    스파이크도 날 따라 트와일라잇을 쿡쿡 찔렀다. 뭐, 아직 아기다 보니 남 하는 걸 그대로 따라하는 거겠지.


    "....죽고.... 싶어요..."


    트와일라잇은 거의 숨이 넘어갈 정도로 거칠게 호흡을 하고 있었다.


    "징징대긴.."


    나는 트와일라잇이 회복될 때까지 잠시 앉아서 기다려주었다.


    "이제 성에서 적당하게 떨어진 것 같네. 이정도 거리면 뭘 박살낼 위험도 없고 딱 좋겠어."


    "수십 킬로미터가 적당한 거에요!? 그냥 몇 미터 정도만 걸어가도 충분했잖아요!"


    "그렇지. 근데 네가 네 입으로 네 한계를 초월하고 싶다면서? 네 한계에 도달해본 적이 이번 말고 또 있기는 있었어?"


    "그게.."


    트와일라잇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번.. 중간고사 때요. 1주일간 잠을 안자고 공부했었는데, 시험 다 끝나고 나서 다들 보는 눈앞에서 기절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정도면 양호하네. 자. 이제 육체적으로 한계에 도달했으니, 이제 마력적으로도 한계에 도달해볼 시간이야."


    "잠깐만요. 제가 본 연구서적에 따르면, 마력을 일부로 고갈시켜도 그게-"


    "그 책은 틀렸어!"


    나는 트와일라잇의 말을 끊어버렸다.


    "마력은 근육같은게 아니다 라는 말을 할 생각이었지? 마력을 기절할 때까지 낭비해도 마력은 강해지지 않는다고.."


    트와일라잇은 고개를 끄덕이고 뭐라 말을 더 하려고 했다. 내가 바로 앞발굽을 트와일라잇의 입술에 올렸다. 조용히 있으라는 의미였다.


    "그건 대부분의 평범한 유니콘들만이나 해당되는 말이야. 하지만 대부분의 유니콘들은 자기 한계를 초월할 시도도 하지 않고 그냥 마생을 허비해버리고들 말지.."


    "...그럼.. 우린 특별하단 말인가요?"


    "당연하지. 우린 강력한 마력을 지녔는걸."


    나는 어께를 으쓱 하며 말했다.


    "트와일라잇. 설마 셀레스티아가 네가 아무 잠재력이 없는데도 덜컥 널 제자로 들였겠어? 아 맞다. 전에 내가 내 큐티마크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야기해줬던가?"


    "전에..고아원에서 있던 사고 도중에 생겼다고 했던가요?"


    "그래. 고아원. 들어봐. 고아원이 딱 이 숲 같은 환경이거든."


    나는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며 내 두 앞발을 위로 쫙 펼쳐보았다.


    "똑같이 태양은 내리쬐고, 비는 떨어지고, 힘 쌘 포식자들이 약한 먹잇감들을 노리는 곳이지. 큐티마크가 없는 망아지가 거기서는 가장 약한 먹잇감이겠군. 지금은 믿기 어렵겠지만 난 어렸을 적에 마법을 잘 쓰지 못했어 트와일라잇. 그래서 깃털을 들어본다던가, 촛불을 킨다던가, 꽃을 자라나게 해보라는 등, 부진아들, 혹은 아주 어린 망아지들이나 수업을 나이를 좀 먹은 뒤에도 받고 있었지."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땐 그것도 제대로 못했어. 뭐라도 해볼라치면 주문이 폭발해서 내 얼굴에 그을음이 없어질 틈이 없었지.... 트와일라잇... 주문을 시전할 때 주문식이  갑자기 강한 빛과 고온을 내면서 폭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가 뭐지?"


    "보통은.. 시전자가 한 주문에 과도한 마력을 불어넣어서 그러는 거죠.. 저 같은 경우엔 그러더라구요.."


    "틀렸어! 주문식이 어긋났을 때가 가장 대표적인 이유지. 하지만 그건 평범한 다른 포니들에게 한정된 이유고. 넌 한 번도 주문식을 어긋나게 쓴 적이 없지? 나도 그래. 너도 나와 똑같이 언제나 여분의 마력이 남아도는 유니콘이지. 우리가 주문을 실패해서 폭발시키는 이유는 평범한 주문들이 그 강력한 마력을 감당하지 못해서 그러는 거라고. 다른 평범한 유니콘들과는 다르게 말이야. 다른 유니콘들은 간단한 부유 마법이나 자기 큐티 마크-즉 재능에 걸맞은 주문식을 제대로 구축하는 데에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주문식 따위는 쉽게 쉽게 구축하잖아."


    트와일라잇은 얼굴을 붉혔지만, 더 이상 내 이야기에 끼어들지는 않았다. 트와일라잇은 큰 소리를 내는 내 앞에서 겁을 먹고 도망치려는 스파이크를 꼭 붙들고 있었다.


    상대방의 장황한 독백을 무시하고 제 할 일 하는 법도 가르쳐 줘야겠군.. 가끔은 유용할 테니 말이다. 특히 셀레스티아에게 좋은 한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 위선적인 설교 도중에 트와일라잇이 갑자기 끼어들어 제 할 말을 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당황한 표정을 생각만 해도 고소했다.


    "어쨌든.."


    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때는 내가 주문에 과하게 마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단 말이지. 주변 다른 망아지들은 겪지도 않을 문제였는데 말야. 그것 때문에 괴롭힘을 좀 많이 받았어. 그 땐 자존감도 별로 없었지. 그런데 어느 날 고아원에서 힘 좀 쓴다 하는 녀석들이 날 구석에 몰고는 때리면서 억울하면 마법을 시전해 보라고 놀려댔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나는 빛을 내는 마법을 시전했어. 거기에 내가 가진 마력을 전부 쏟아 부었지.."


    트와일라잇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마도 무슨 결과가 났을지 뻔히 예측했기 때문이었겠지..


    "그게 우리 입장에선 쓰기 상당히 까다로운 마법이라는 거, 너라면 잘 알고 있겠지? 물론 그 주문은 시전 시 마력은 거의 안 들고, 엄청난 마력을 투자해야만 겨우 불안정화 되는 마법이지만, 만약 불안정해지기 시작하면? 그냥 단순한 폭발로는 끝나지 않고, 그동안 투자한 마력만큼 반드시 난리가 나고 말지.."


    그 때가 생생히 기억나,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도 날 자제할 수가 없었어. 얼마나 해야 적당한지를 몰랐었지. 정신을 차려보니까.... 고아원이 거의 불타 없어져 있더라고. 다행히 죽은 포니는 없었지만, 망아지를 여럿이 심각한 화상을 입고 말았지. 셀레스티아는 그런 날 보더니 재깍 거두어 가더라... 아마도 내 잠재력을 발견하고 기특했던지, 혹은 그대로 날 놔뒀다간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어서 그랬던지 둘 중 하나였겠지."


    "그래서 공주님이 언니에게 힘을 제어하는 방법을 처음에 가르쳐줬던 거였군요."


    "그래. 그거 말고 가르쳐 준 게 또하나 있어."


    나는 내 뿔에 마력을 집중했다.


    "어떻게 하면 내 전력을 다한 마법을 좀 더 안전하게 쓸 수 있는지도 가르쳐줬었지.. 셀레스티아는 그 정도까지 마법을 쓸 일은 절대 없다고 했었지만, 난 그걸 꼭 배워야 했어. 만약 내가 내 한계를 모르고, 그걸 초월할 수도 없다면 그 좌절감에 미쳐버릴 거다 싶을 정도로 그만큼 난 과거의 나를 뛰어넘고 싶었으니까."


    나는 뒤로 돌아서서 망토를 걷고 트와일라잇에게 내 큐티 마크를 보여주었다.


    "이건 그 때 고아원을 날려버리고 난 다음에 얻은 거야. 그 때 내가 시전한 주문은 마치 작은 태양 하나를 보는 것 같았지.다른 포니들이 전부 그러더라. 도시 어디에서든 내가 쓴 주문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트와일라잇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썹 위로 흐르는 땀을 닦고 있었다... 어쩐지 내 큐티 마크를 보여주고 나서 유난히 땀을 더 흘리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그래서 공주님께서 처음에는 언니를 아무도 없는 곳에 데려다가 훈련을 시키신 거군요.. 아무도 다치는 포니가 없도록.. 언니는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봤구요..."


    "그렇지. 캔털롯 북쪽에 있는 산 알지? 도시 안에서는 안보이겠지만, 거기 직접 가보면 아직도 심각하게 파인 자국들이 몇몇 남아있을걸? 여기 숲도 비슷한 연습을 하기엔 꽤 괜찮을 것 같네."


    "동물이랑 나무가 상하면 또 어쩌려구요?"


    "트와일라잇.. 여긴 그 동물이랑 나무가 오히려 널 안 잡아먹으려들면 다행인 곳이야. 그걸 방지하려면 일단 공포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단 말씀이지!"


    나는 방금 충천해뒀던 마력으로 화염구를 하나 만들어내 나무에 발사했다. 화염구는 푸른색 섬광을 뿌리며 나무에 적중했고, 곧 그 나무는 산산 조각나 이글거리는 목탄 쪼가리 신세가 되었다.


    트와일라잇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금방 주문을 하나 시전했다. 한기와 함께 주변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내가 불러낸 화염들은 금방 꺼졌다.


    "무슨 짓이에요! 둘 다 죽을 뻔 했잖아요! 숲 속에서 불을 함부로 쓰면....그게... 불이 난다구요! 숲에서 불... 산불... 몰라요?"


    "달변가시군.."


    나는 코웃음 치며 대꾸했다.


    "적당한 말을 생각해낼 여유도 안 줬으면서.."


    트와일라잇은 투덜대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일단 넌 말빨 세우는 법도 좀 베워야겠다. 장차 강력한 마법사가 되고자 한다면 그것도 필수 소양이거든. 내 말 안 들으면 수원지에 독을 풀고 곡식들을 다 썩게 하겠다고 다른 포니에게 공갈을 칠 때 지금 처럼 말을 웃기게 하면 누가 심각하게 들어주겠냐고.."


    "...제가 왜 우물에 독을-"


    "이건 그냥 예시라고 예시!'


    나는 짜증을 내며 트와일라잇의 말을 막았다.


    "언니가 이러는 걸 보고 나니까, 왜 언니가 공주님이랑 싸우게 됐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


    "숲을 훼손하는 불경한 자들이여! 당장 꺼지지 못할까?"


    나는 트와일라잇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걔가 말 한 것도 아니고 내가 말 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는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짜증 섞인 신음소리를 냈다. 사슴이었군... 사슴들은 자기들 멋대로 -그리고 사실 에버프리 숲은 포니들이 먼저 와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들이 에버프리 숲의 지배자이자 보호자임을 자칭하는 놈들이었다. 그리고 마법을 공공연한 자리에서 부리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 말 할 것도 없이 나와 사슴들과의 사이는 최악이었다. 나한테 덤빈 에버프리 숲의 다른 괴물들에 비하면 그래도 사슴들을 내가 심하게 해친 적은 없으나, 어쨌든 그래도 똑같이 싫어하긴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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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짜증 섞인 신음소리를 냈다. 사슴이었군... 사슴들은 자기들 멋대로 -그리고 사실 에버프리 숲은 포니들이 먼저 와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들이 에버프리 숲의 지배자이자 보호자임을 자칭하는 놈들이었다. 그리고 마법을 공공연한 자리에서 부리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 말 할 것도 없이 나와 사슴들과의 사이는 최악이었다. 나한테 덤빈 에버프리 숲의 다른 괴물들에 비하면 그래도 사슴들을 내가 심하게 해친 적은 없으나, 어쨌든 그래도 똑같이 싫어하긴 마찬가지였다.



    나무 몇 그루 좀 태워먹었다고 그렇게 대놓고 나를 싫어할 줄은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그렇게 신성한 나무였다면 표지라도 써서 붙여두던가!


    "흥.. '숲을 훼손하는 불경한 자'라니.. 무슨 말인지 통 모르겠네."


    나는 일부로 '특정 문단'에 강조를 줘서 내가 느낀 뻔한 감정을 말로 전달했다. 물론 저 사슴이 비꼬는 말을 이해할 정도로 똑똑한 것 같진 않았다만.


    "그 웃기게 생기고 별 쓸모도 없는 뿔을 온전히 보존하고 싶으면, 지금 당장 네 나무 집으로 기어 들어가는 게 좋을걸."


    "네깟 년이..."


    놈은 으르렁대면서 앞발굽으로 힘차게 땅을 여러 번 박차며 고개를 숙여 뿔을 앞으로 내밀었다. 내게 달려들 거라는 건 확실해보였다.


    "네깟 년이 뭐?"


    나는 크게 소리쳤다. 발굽을 한번 탕 하고 구르고 고개를 최대한 높게 들어 그 사슴을 내려다보았다. 내 망토에서는 화염들이 빠져나왔고, 곧 열선과 열기가 내 몸을 휘감았다. 진정 누군가를 위협하려면 환영보다는 더 실제적인 걸 보여줘야 되는 것이다. 물론 망토가 안 그슬리게 신경을 좀 써야 되긴 하지만.... 혹시나 그슬렸다간 래리티가 날 잡아먹으려고 들겠지..


    "나는 에버프리의 마녀이자, 그림자 포니이자, 전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다! 나한테 대적하는 자들에겐 전부 비통함만이 따르리니! 살고 싶으면 도망가거나, 혹은 엎드려 자비를 빌어보아라! 허튼 수작을 부렸다간 네놈을 아주 박살낼 테니까!"


    이건 전부터 내가 준비해왔던 대사였다. 그리고 준마 대회에서 우승하려고 흉터를 낸 건 어니였으니, 이정도만 해도 어지간한 포니들은 공포에 질려 오줌까지 지릴 것이다. 언젠가 셀레스티아가 날 잡으러 경비병들을 보냈을 때 써 먹어보면 어떨까 망상도 조금 해 보았다.


    사슴의 귀가 쭉 내려갔다. 그러더니 꼬리를 말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나는 저 위력 화염구를 놈의 엉덩이 쪽에 적중시켰다. 더 빨리 도망가도록 말이다.


    "자-잠깐! 좀 심하잖아요!"


    트와일라잇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외치자, 내 승리감도 씻겨 나가는 기분이었다.


    이런.. 사슴에게 겁을 주려고 했지 트와일라잇에게까지 그러려던 건 절대 아니었다.


    트와일라잇은 내 펜팔 친구였고, 내 제자이자.. 그리고..무슨 말을 가져다붙이든 나랑 가까운 사이인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그런 포니가 지금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경계의 눈초리로 날 노려보며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스파이크는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좋아하는 것 같은 눈치였지만, 불과 시끄러운 소리는 어떤 나이대의 용이든 다 좋아하는 거였으니..


    "아! 아냐..그러니까-"


    여전히 내 주변에 화염이 몰아치고 있다는 사실을 까먹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주문을 취소했다.


    "...미안..."


    "저 사슴이 심각하게 다칠 수도 있었다구요! 언니는 항상 다른 포니들을 대할 때 그렇게 대해요?"


    "아냐.. 내 말 좀 들어봐.. 애초에 시비를 건건 저놈이었고... 난 그저 겁을 줘서 쫒아내려고 한 건데..."


    나는 털썩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지독한 사기꾼 같으니.. 아무리 깨끗이 씻고, 발굽에 광을 내고, 갈기를 관리하고 멋진 새 옷으로 언제나 그렇게 멋지게 하고 다니는 것처럼 꾸며도, 내 안에는 


    여전히 추악한 괴물이 들어있었고 그게 내 진정한 모습이었다.


    "겨..경고했었잖아... 나...  조.....좋은 포니는 못 된다고...."


    나는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말했을때.........들었어야지..............."




    어느 새 트와일라잇은 날 껴안고 있었다. 아직 다 자라지는 않아서 그런지 나보다는 살짝 작았다. 트와일라잇의 몸은 따뜻했고 털은 부드러웠다. 그리고 난 소리를 죽여 울기 시작했다.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렀다. 


    왜 울음이 나오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


    다시 평정심을 되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셀레스티아는 감정을 숨기는 법을 내게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짧은 마생동안이지만, 늘 같이 다니는 내가 셀레스티아를 읽기 힘들 정도로 셀레스티아는 거기에는 따를 포니가 없었다. 


    하지만 난..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언제나 내 감정은 아무나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아마도 내 진정한 재능은 열정일런지도 모르겠다. 지식에 대한 열정, 힘에 대한 열정, 뭐든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열정... 하지만 그것 때문인지 난 감정을 감추기가 통 힘들었고, 그게 내가 해를 끼친 적이 여러 번 번 있었다.


    나는 트와일라잇이 마력을 한계까지 부리도록 감독 중이었다. 처음에 트와일라잇은 순간이동이 어떠냐고 했지만, 생각을 좀 해 본 뒤 순간이동 대신 다른 걸 하는 데에 둘 다 동의했다. 지쳐있는데 순간이동을 하는 건 아주 빠르고 고통스러운 자살 방법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지금 트와일라잇은 포니 한 기 만큼이나 큰 바위덩어리 한 12개 정도를 동시에 마력으로 들고 있었다. 마력으로 더 이상 못 버틸 때까지 들고 있으면 되는 거였다. 무식한 훈련방법이지만 효과는 확실했고, 트와일라잇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스파이크는 옛저녁에 곪아 떨어져 있었다. 이끼 낀 바위 위에 몸을 둥글게 말고서 말이다.


    "더 이상은...힘들어요!"


    트와일라잇이 징징거렸다.


    "이런 게 진짜 효과가 있어요?"


    트와일라잇은 바위 하나를 놓쳐버렸다. 온 몸이 땀에 절어있었다.


    "받아!"


    나는 다시 그 바위를 트와일라잇에게 던졌고, 트와일라잇은 그걸 마력으로 받아들었다. 나는 한쪽 눈매를 날카롭게 올리며 물었다.


    "더 이상은 힘들다며?"


    "그게.."


    트와일라잇의 양 볼이 달아올랐다.


    "자신감을 좀 가져. 넌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강력한 포니니까."


    나는 살짝 웃어주었다. 여전히 내가 좋은 스승이라는 마음은 들지 않았지만..


    "지금껏 배운 주문 중에 가장 어려운 게 뭐였어?"


    "가장 어려운 거요?"


    트와일라잇은 곰곰이 생각하며 바위들을 주변으로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이렇게 큰 바위를 마력으로 옮길 유니콘은 얼마 없다는 걸 트와일라잇은 알런지 모르겠다. 특히나 하루 내내 걸어 다녀 진이 


    빠진 상황에선 더더욱 말이다.


    "창조 마법...이겠네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법이요. 대부분 그걸 단순한 소환 마법으로 착각하지만, 그건 어딘가에 있는 어떤 걸 불러오는 거지 만들어내는 건 아니니까요."


    "트와일라잇.."


    나는 오랜만에 진심을 담아 따뜻하게 웃었다. 트와일라잇이 마음 놓고 설명하는 걸 보니 나도 약간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날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니까...


    "그 주문이 어떤 건지는 나도 잘 알아. 셀레스티아가 너한테만 그걸 가르쳐준 건 아니거든... 언제는 셀레스티아가 내게 되게 중요한 거라며 가르쳐 준 게 있는데 그게-"


    "하아... 보나마나 케이크 창조법이겠죠...."


    우리는 서로를 잠시 멀뚱히 쳐다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폭소를 터트렸다.


    "좋아. 그럼 밥은 내가 할 테니까, 디저트는 네가 만들어 봐."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가급적이면 나만큼이나 크고 맛있는 걸로 부탁할게. 그렇다고 날 케이크로 변신시키는 꼼수는 부리지 말고."


    "에이~ 그건 변신마법이지 창조 마법이 아니죠."


    트와일라잇이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게다가 제가 포니를 함부로 케이크로 만들었다간, 포니들이 절 보고도 마녀라고 할 거 아니에요!"


    "왜? 확 저질러 버리지. 제코라랑 나랑 마녀 팀이나 하나 만들게."


    나는 제안을 하나 했다. 물론 농담이지만..


    "아궁이 하나 끌고 다니면서 포니들 점이나 쳐 주고 다니자고. 막 아무나 붙잡고 당신은 장차 왕이 될 운명이라고 하면서 말야. 재밌겠네. 그거."


    "네. 망토 하나 준비해둘게요. 히히.."


    트와일라잇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시작했다.


    "좋아요 언니. 이제 좀 물러서주세요. 지금 제가 쫌 많이 지쳐있어서 돌을 확 놓칠 수도 있거든요."


    나는 트와일라잇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졌고, 내가 적당히 물러선 걸 본 트와일라잇은 바위를 내려놓았다. 아직 바위를 큰 소리 안 나게 내려놓을 마력이 남아있는 걸 보아하니 진정한 한계까지는 다다르지는 않은 것 같았다.


    트와일라잇은 다시 불에 마력을 집중했다. 가공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마력이 트와일라잇의 뿔끝에서 튀는 걸 나는 생생히 볼 수 있었다. 그건 술자가 자신의 마력을 정말 있는 대로 짜낸다는 신호였다. 마음에 드는군. 내가 가르쳐 준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니까.


    공기 중의 마력이 한 곳으로 모이는 게 느껴졌다. 트와일라잇의 뿔에 서린 마력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트와일라잇! 더 힘을 써봐! 넌 더 할 수 있어! 힘을 내!"


    내 외침과 동시에, 마력의 빛은 더 진해지기 시작했고, 곧 흰색의 섬광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거야!"


    트와일라잇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온 몸에서 강력한 마력이 발산되기 시작했다. 


    매우....아름다웠다. 아마 '힘'이라는 걸 그림으로 정의한다면 바로 저런 광경이었으리라.


    눈부신 섬광 안에서 케이크의 모습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갓 오븐에서 꺼낸 듯 따뜻한 김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나는 활짝 웃으며 트와일라잇에게 열렬한 박수를 쳐 주었다.


    "자 봤지? 이게 바로 네 한계를 초월한다는 거야!"


    "해..해냈다.... 못 할 줄 알았는데.."


    트와일라잇은 나를 보고 웃더니, 탈진하여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다.


    나는 절뚝거리며 그 옆에 다가가 트와일라잇을 등에 업고, 케이크 한 조각을 잘라 한 입 먹어보았다.


    "퍼지 아이싱을 올린 노란색 케이크라.. 딱 셀레스티아가 좋아하는거로군.. 하아...아주 예상 못할 것도 아니었지만..."


    케이크는 분명 매우 맛있었지만, 아픈 추억을 들쑤시는 그런 맛이었다. 그저 셀레스티아가 그걸 좋아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셀레스티아는 그것과 비슷한 케이크를 창조하는 방법을 내게 가르쳐 주었었고, 그걸 이제 트와일라잇에게도 가르쳐줬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함이었을까..  



    셀레스티아는 나를 트와일라잇으로 대신했지만, 나 또한 셀레스티아를 트와일라잇으로 대신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이 케이크의 맛이 셀레스티아와의 쓰라린 추억을 상기하는 맛이 아닌, 트와일라잇을 가르쳤던 즐거웠던 시절을 상징하는 맛으로 영영 내 기억 속에 남았으면 좋겠다.



    =====================================================================================


    이렇게 선후배의 관계는 더 돈독해지고..


    부록으로 훈훈한 그림 하나 보고 가시죠.

    large (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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