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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81114
    작성자 : 54026;흐
    추천 : 11
    조회수 : 322
    IP : 211.172.***.100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04/10/26 00:03:09
    http://todayhumor.com/?humorstory_81114 모바일
    귀국 후 박찬호 선수가 남긴글..
    출처 - MLB코리아 

    안녕하세요..여러분. 


    시차덕에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조용한 서울 시내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매년 한 시즌을 마치고 고국에 돌아와 지금의 이 자리에서 조용한 서울을 내려 
    다 보고 있노라면... 
    시간과 장소는 비슷하지만 무언가를 바라보는 제 마음은 한 해를 거듭할 수록 
    달라지는군요... 


    오늘은 작년에 떠나기 전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떠나기 전날밤 늦게 서울을 내려다 보며 많은 다짐을 했었는데....... 
    그 결과가 어떻든 만족합니다.. 오히려 더욱 감사합니다... 
    살아서 돌아왔으니까요...살아서 돌아왔다는 말이 좀 이상한가요??? 
    살았다는 건 제 마음을 채웠다는 말입니다.. 


    결과가 좋든 안좋든 더 많은걸 배우고 더 많은걸 느끼고 미래를 더욱 값지게 
    살 수 있는 풍부함을 얻고 돌아왔다는 표현입니다.. 
    힘들었습니다.. 이대로 주저 앉는건 아닌지 겁도 났었습니다.. 
    무엇이 날 이렇게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단 하루 밤도 푹 자 보질 못했습니다.. 
    쏟아지는 비난들은 제 자신마저 저를 죄인인냥 죄책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원형탈모라는 것도 생기더군요..머리도 빡빡 깎고 싶었는데 오백원짜리 만하 
    게 머리 몇군데가 빠지고는 다시 머리가 나지않으니 시원히 깎을 수도 없었 
    습니다.. 
    음... 마음이 고통스러울 수록 더욱 명상에 심취했습니다.. 
    어느 덧 모든 것들이 덧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죽지 않았는데 살아있는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비난과 좌절도 내 생명을 위협하질 않는데... 


    처음 미국에 가서 마이너에서 생활했던 시간들을 생각했습니다.. 
    어릴 적 학창시절을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미소가 나오더군요... 
    학창시절 코치님과 선배들의 구타에 야구를 포기하려고 했던 시간들... 
    마이너에서 생활하면서 영어가 서툴고 김치 마늘 냄새난다는 나를 무시하며 
    힘들게 했던 선수들과 싸워가면서 버텨냈던 시간들... 
    너무나 외로워서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컴컴한 아파트방에서 펑펑 울던 생각들 
    을 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니 지금의 현실은 비교가 되질 않더군요... 
    명상중에 이런 생각들이 떠올라 미소와 함께 환희에 눈물이 나더군요..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미래에 대한 내 자신의 믿음이 강해짐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전 야구가 제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야구가 안될땐 인생이 불행해지는 것 같더군요.. 
    야구때문에 많은 것들을 버려왔습니다... 
    인생의 전부인 야구를 잘 하려는 노력이 저를 외롭게도 하더군요.. 
    이제는 다시 생각하려 합니다.. 야구는 인생의 전부가 아닙니다.. 
    야구는 제 인생의 한 부분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겠습니다.. 
    늘 나를 강하게 만드는 야구를 전 미치도록 사랑 할 뿐입니다.. 
    어쩌면 야구는 부모님 다음으로 제가 사랑하게 된 놈일 것입니다.. 
    첫번째로 사랑하게 된 부모님은 늘 한결 같으신데 두번째로 사랑하게 된 이놈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저를 역경과 고통으로 대하는군요.. 
    그래도 이놈과 같이 첫번째로 사랑하게 된 분들께 효도도 할 수 있었고 많은 
    분들의 마음에 기쁨과 희망을 줄 수도 있었습니다. 


    반면 야구 다음으로 사랑하게 될 사람을 만나 더욱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고 
    싶은 마음의 간절함도 있습니다. 
    혹시 그 때가 되면 야구란 놈도 저를 덜 힘들게 하고 덜 지치게 하진 않을까요?? 히~ 

    아무튼 많은걸 얻고 돌아왔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여러분들께 글을 남기는 제 마음이 행복합니다.. 
    특히 공항에 나와주신 여러분들과 기자님들께 감사합니다. 
    비행기안에서 저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신 승무원들께도 감사합니다. 
    역경과 어려움을 거듭할 수록 제 자신이 성숙되지만 더욱 기쁜 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진실하고 간절한 마음이 절 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됨 
    이 더욱 행복합니다. 


    앞으로 더욱 힘겨운 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한진 않습니다....아니, 포기 할 수 없습니다. 
    제가 노력하는 모든 것에는 여러분들의 힘과 정신이 같이 있으니까요...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저를 바라보면서 여러분들의 자신의 고통과 
    힘겨움을 이겨 낼 수 있는 마음을 얻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저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정신이 우리의 미래의 빛을 만들어 내리라 믿습 
    니다..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올 가을 건강히 보내시고 오늘 하루도 기쁨이 가득한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당신과의 약속과 함께하며...... 

    -----


    앞으로 더 잘하라는 말은 이제 안할께요. 부디 원하는 만큼 공 던지고 귀국하세요.

    늘 건강하세요. 찬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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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4/10/26 00:14:54  220.72.***.48  다음곡은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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