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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1085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1
    조회수 : 627
    IP : 221.155.***.18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7/02/11 23:06:20
    http://todayhumor.com/?lovestory_81085 모바일
    [BGM] 좀 느린 걸음걸이면 된다


    1.jpg

    윤희상돌을 줍는 마음

     

     

     

    돌밭에서 돌을 줍는다

    여주 신륵사 건너편

    남한강 강변에서

    돌을 줍는다

    마음에 들면줍고

    마음에 들지 앟으면줍지 앟는다

    마음에 드는 돌이 많아

    두 손 가득

    돌을 움켜쥐고 서 있으면

    아직 줍지 않은 돌이 마음에 들고

    마음에 드는 돌을 줍기 위해

    이미 마음에 든 돌을 다시 내려놓는다

    줍고버리고

    줍고버리고

    또다시 줍고버린다

    어느덧두 손에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빈 손이다

    빈 손에도 잡히지 않을

    어지러움이다

    해는 지는데

    돌을 줍는 마음은 사라지고

    나도 없고돌도 없다







    2.jpg

    천양희너무 많은 입

     

     

     

    재잘나무 잎들이 촘촘하다 나무 사이로 새들이

    재잘된다 잎들이 많고 입들이 너무 많다

     

    (시인은

    마흔살이 되자

    나의 입은 문득 사라졌다

    어쩌면 좋담,이라 쓰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좋담

    쉰살이 되어도 나의 입은

    문득 사라지지 않고

    목쉰 나팔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좋담?

     

    다릅나무 잎들이 촘촘하다 나무 사이로 새들이

    다른 소리를 낸다 잎들이 다르고 입들이 너무 다르다






    3.jpg

    문인수머위

     

     

     

    어머니 아흔셋에도 홀로 사신다

    오래 전에 망한 장남 명의의 아버지 집에

    홀로 사신다

    다른 자식들 또한 사정 있어서 홀로 사신다

    귀가 멀어

    깜깜

    소태 같은 날들을 사신다

    고향집 뒤꼍엔 머위가 많다

    머위 잎에 쌓이는 빗소리도

    열두 권

    책으로 엮고도 남을 만큼 많다

    그걸 쪄 쌈 싸먹으면 쓰디쓴 맛이다

    아 낳아 기른 죄

    다 뜯어 삼키며 어머니 홀로 사신다







    4.jpg

    손택수거미줄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를 몇 킬로미터쯤 떨어뜨려 놓고

    새끼를 건드리면 움찔

    어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는 이야기,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내게도 있어

    수천 킬로 밖까지 무선으로 이어져 있어

    한밤에 전화가 왔다

    어디 아픈데는 없냐고,

    꿈자리가 뒤숭숭하니 매사에 조신하며 살라고

    지구를 반 바퀴 돌고 와서도 끊어지지 않고 끈끈한 줄 하나







    5.jpg

    고은그대 순례

     

     

     

    좀 느린 걸음걸이면 된다

    갑자기 비가 오면

    그게 그대 옛 친구야

    푹 젖어보아라

     

    가는 것만이 아름답다

    한 군데서

    몇 군데서 살기에는

    너무 큰 세상

     

    해질녘까지

    가고 가거라

    그대 단짝

    느린 그림자와 함께

    흐린 날이면

    그것 없이도

    그냥 가거라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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