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근혜가 이정현과 정진석을 불러 잘 봐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 표결을 막기는 어려운 것 같으니 가급적 찬성표를 줄여서 헌재에서 다퉈보고 싶다는 뜻인 것 같다.
몇 가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있다.
오늘 청와대 회동은 예상되었던 4차 담화를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 4차 담화를 포기한 이유는 담화에서 할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고 굳이 이야기를 해봤자 부작용만 클테니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태를 파악하고 포기한 셈이다.
박근혜는 사태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는 데는 관심없고 사태의 처리에만 기술적으로 매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이 사태를 어떻게 무마할까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 사태가 나라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고 다수의 국민들이 얼마나 고심참담한 지에 대해서 아무런 느낌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느낌이 그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자리에 더는 머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회가 탄핵표결을 해야 할 상황이 되었고 가결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필귀정이다.
처제에 세 가지만 더 생각하자.
첫째, 국회의 탄핵의결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하나의 관문을 열어젖힌 것일 뿐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앞으로도 수많은 관문을 열어졌혀야 한다는 사실이다.
둘째, 정치권과 협조해야 하지만 모든 문제를 오로지 정치권에만 일임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지금 상황은 정치권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셋째, 문제는 최순실에서 시작해서 박근혜까지 이르렀지만 여기서 끝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최순실 구속과 박근혜 퇴진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작은 과정일뿐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지 않다. 정치를 바꾸고 경제체제를 바꾸고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사태를 해결하는 길이다.
이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4월혁명, 서울의 봄, 광주항쟁, 6월항쟁의 과정을 되볼아보며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실수하지 않는다면 이 국면을 통해서 우리가 과거 경험했던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성과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혁명적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