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년이 방바닥에 쭈그려 앉아 턱을 괸채 책상위에 올려져 있는 사이다가 담긴 유리컵을 보고 있다. 컵속의 사이다는 따라놓은지 꽤나 되었는지 올라오는 기포수가 많이 줄어있었다. 하나둘 올라오는 기포방울에 소년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졸린눈을 하고있었지만 기이하게 눈빛만은 초롱초롱했다.
“뭐해?”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소년의 뒤에서 머리를 양갈래로 묶고 주금깨가 얼굴에 군데군데 퍼져서 약간은 장난끼 있어보이는 소녀가 고개를 삐죽 내밀고 물어왔다. 소년은 갑작스런 소녀의 등장에 격하게 몸을 떨었지만 시선은 여전히 컵에 고정되어있었다.
“뭐하냐구!”
아주 잠시 뿐이었지만 소년이 아무대답이 없자 소녀는 약이 오른 듯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뭐하긴, 사이다 보고있지”
소년은 다소 귀찮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이거 사이다야?”
소녀는 그제서야 소년에게 집중되었던 관심을 소년이 보고있던 컵에 돌리더니, 소년의 바로 옆에 털썩 주저앉아 컵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자세로 컵을 주시하던 소녀는 이내 그 컵에서 무언가 이변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아채고 곧바로 실증을 내기 시작했다.
“뭐야 별거 아니네.”
소녀가 투덜댔지만 소년은 요지부동이었다. 소녀는 소년의 주위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소년의 주위를 끌어보려했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이거 무슨일 일어나는거야?”
“그냥 보는거야.”
“그냥 보는게 어딨어. 왜보는데?”
“그냥 본다니깐.”
소년의 시큰둥한 반응에 오기가 생긴 소녀가 계속해서 보채자 그제서야 소년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이렇게 보고 있으면 머리를 비울수 있거든. 하나둘 올라가는 기포방울을 보다보면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도 머리가 꽉 찬듯한 느낌이들어.”
“그래? 그거 누가가르쳐 줬는데?”
“윗집 형이.”
소년은 여전히 컵에 시선을 고정한채 턱을 괴지않은 나머지 한손으로 위쪽을 가르켰다. 소녀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듣자 허리에 양손을 얹고 뾰루퉁한채 소년과 컵을 번갈아 보았다.
“이게 머리를 비워주건 말건 사이다임에는 변함이 없지.”
“어? 야! 뭐하는거야!!”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선 컵을 한손으로 들어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소년은 반사적으로 소녀를 막아보려했지만 워낙 왈가닥인 소녀를 막는건 애초부터 불가능 했었던 듯 단숨에 컵은 비워졌다.
“뭐야! 이거 김 다빠졌잖아?”
“에이, 내일 다시해야겠다.”
소년이 약오를거라는 소녀의 예상과는 달리 소년은 컵속의 사이다가 사라지자 그 자리에서 벌러덩 누워버렸다.
“뭐야? 빨리 놀아줘!”
“하루종일 컵만 보고있었더니 눈이 피곤해. 나 잔다.”
“뭐?”
소녀는 몇십분동안 소년의 주위에서 귀찮게 굴고 나서야 소년이 자신과 놀아주지 않을 것을 깨닫고 세침한 표정을 한번 짓고서는 냉장고로 가서 사이다를 꺼내 컵에 따랐다. 아까 컵이 있던 자리에 그대로 올려놓고 방바닥에 쭈그려 앉아 턱을 괸채 사이다가 담긴 유리컵을 바라보았다.
컵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기포들이 하늘로 올라가려는지 계속해서 그리고 끓임없이 생성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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