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멀었어?"
구불구불한 비포장 도로를 따라가던 차안에서 난 운전하던 친구에게 말했다.
"거의다왔어 곧 빠지는길이 나올거야."
그말에 난 시트에 기대며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낚시가 좋다지만 낚시하러 이런 오지까지 와야하나 싶었다.
기막힌포인트를 찾아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신나게 장비를 챙겨 따라나온게 벌써 두시간전.
제법큰 호수에서 배를빌려 자유롭게 낚시를할수있는 곳이라는데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고 한다.
이정도로 멀고 교통이 불편한곳이라면 알려지지않은것도 이해가 간다.
"오케이, 여기다. 이제 한 십분이면 도착할거야."
그말에 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무들사이로 언뜻언뜻 호수가 보인다.
고생해서 온 보람이 있을것 같다.
"어서오게나. 먼길 오시느라 고생 많이 했네들."
나이 지긋해보이는 노인이 우리를 반겼다.
친구가 말한 배를 빌려주는곳의 주인인듯 했다.
"오면서봤겠지만 여긴 워낙 외진곳이라 찾는이가 드물지. 돈이되는건 아니지만 노인네 소일거리론 괜찮아. 조용한맛은 있을걸세. 오느라 고단할테니 나가기전에 차나좀 들고가시게."
노인은 우리를 호수가에있는 오두막으로 안내했다.
차를마시며 휴식겸 노인의 말상대를 조금 해주니 어느새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슬슬 나가볼까 생각할때에 노인이 입을 열었다.
"이 호수말일세. 사람 발길이 끊긴이유가 뭔지 아는가?"
나와 친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인면어 때문일세."
"어르신..인면어라면... "
친구의 반문에 노인은 설명을 시작했다.
"사람얼굴울 가진 물고기일세. 괴수라고도 하고 요괴라고도 하지만 뭐가 되었건 그리 좋은 것들은 아니야."
찻잔을 치우며 노인은 말을 이었다.
"이근방에서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호수에는 인면어가 산다고하네. 그냥 평범한물고기는 아니야.
인면어는 사람을 잡아먹고살지. 뼈까지 씹어먹는 인면어들이 안먹는건 딱 한가지 머리뿐이지. 그럼 인면어들이 먹고남긴 머리는 어떻게 되는지 알겠나?"
노인은 우릴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인면어가 되는건가요?"
친구녀석이 긴장한 표정으로 말을했다.
"그게 인면어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하네. 혹시라도 물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게."
배열쇠를 건네며 노인은 입을 다물었다.
어르신들이 대개 그렇듯 이 노인도 무서운 이야기를 참 잘하는것 같다.
나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고 배타고 나가는게 잠시 망설여졌다.
그래도 여기까지와서 물구경만 하다갈수는 없는노릇이니 난 손을뻗어 열쇠를 받아들었다.
잔잔한 호수위에서 낚시대를 펼쳐놓고 낚시를 즐기고 있자니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멀고 고된길이었지만 그정도는 충분히 보상할만한 곳이다.
"좋긴좋은데말이야. 솔직히 좀 무섭다."
가방에서 간식을 꺼내던 친구가 말했다.
"야. 인면어같은게 말이되냐? 무섭긴.."
"진짜라서 무서운게 아니지. 그냥 무섭잖아 자꾸 상상된다고. 아 그 노인네 괜히 이상한소리 해가지고..."
"쓸데없는 소리말고 먹을거나 꺼내줘."
그렇게 말은 했지만 나도 약간 겁이났다.
어두컴컴한 수면아래에 사람머리를 가진 물고기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당분간은 물에 못들어갈것 같다.
그때 수면위로 무언가 튀어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들었어? 꽤큰놈같은데? 여기가 포인트는 좋나보다. 큰놈으로다가 낚아가야되는데..."
친구는 고개를 배밖으로 빼고 물에 손을담그며 말햇다.
"먹을거나 달라니까 또 딴짓이네"
난 손수 가방을 뒤적여 초코바를 하나꺼냈다.
초코바를 막 입에 가져가던 그때에
"으악"
친구의 비명과함께 배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뒤집어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으며 친구쪽을바라보았다.
친구는 한쪽팔이 물에 잠긴채 발버둥치고 있었다.
꼭 물속에서 무언가가 잡아당기는듯한 모습이었다.
흔들리는 배위에서 힘겹게 중심을 잡으며 친구에게 소리쳤다.
"뭐야? 왜그래?"
친구는 필사적으로 팔을 빼내며 소리쳤다.
"뭐가 날 물었어. 힘이 엄청쎄. 끌려들어가겠어."
도와주고 싶었지만 내가 움직였다간 즉시 배가 뒤집혀버릴것이다.
"몸 안쪽으로 집어넣어 뒤집힐거같아!"
친구에게 소리치며 수면을 바라봤다.
새카만 물속에서 커다란 형체가 흐릿하게 보였다.
설마싶어서 자세히 보려던 그때에 물에서 무언가 튀어올라 친구의 어깨를 물었다.
"악! 이게 뭐야 떨어져!!"
흔들리는 배위에서 난 확실히 볼수있었다.
사람 팔뚝만한 크기의 물고기.
하지만 너무나 끔찍한 모습이었다.
물에젖은 머리칼과 핏발서고 촛점없는 눈동자...
이는 기묘할정도로 뾰족하고 날카로워 친구의 어깨에서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사람의 머리를 가진 물고기 인면어였다.
인면어는 연신 몸을 뒤틀며 친구의 어깨에 이를 더 깊게 박아넣고 있었다.
두려움에 나역시 비명을 지르며 그놈에게서 멀어지기위해 안간힘을 썼다.
"도와줘! 빠지겠어 나좀 살려줘!"
친구의 비명에 간신히 정신이들어 친구를 붙잡으려했지만 조금늦었다.
친구는 그대로 물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물에빠진 친구를 건져내기위해 수면을 바라봤을때 충격적인 것을 보게되었다.
물에빠진 친구주변으로 보이는 수십마리의 인면어들.
물이 붉게 물들고 수면으로 펄떡이는 인면어들은 점점 많아졌다.
난 손을 물에 넣을 용기를내지 못하고 친구가 인면어들에게 뜯어먹히는것을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잠시뒤 수면은 다시 조용해졌다.
물소리외에는 어떤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물속은 지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혀있던 나는 서둘러 도망치기위해 배 후미에 붙어있는 모터를 작동시켰다.
떨리는 손탓에 몇분가량 애먹은 뒤에야 시동을 걸수 있었다.
지금은 오로지 땅위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러던중 차가운 느낌에 배아래를 바라보았다.
배 안으로 물이 빠른속도로 들어오고있었다.
배에 구멍이 났던걸 대충 막아놓았던 모양이다.
하필 지금 물이새다니..
있는힘껏 물을 퍼내면서 고개를 들어 오두막을 바라보았다.
거리가 제법 멀었지만 불켜진 오두막앞에 노인이 나와있는것이 보였다.
도움을 요청하기위해 한손은 열심히 물을퍼내고 다른한손은 크게 흔들며 노인에게 소리쳤다.
노인은 내가 보이지 않는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내 노력에도 배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구조요청조차 포기하고 양손으로 미친듯이 물을퍼내던 그때,
배 주위로 검은것들이 몰려오는것이 보였다.
배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호수를 바라보던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곤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차를따라 마시며 노인은 작은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리 손주. 또 친구가 늘었겠어. 친구가 워낙 많아서 늘 먹을게 부족하니 원. 우리손주 많이먹었어야 하는데..."
노인은 손자가 물놀이를 하다가 물속으로 끌려들어가던때를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노인에게는 하나밖에없는 소중한 아이였다.
비록 안아주고 이야기를 나눌순 없지만 가끔씩 호숫가에서 보이는 손주는 여전히 옛날모습을 하고있었다.
몸이 물고기라는것은 지금의 노인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