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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을 안 썼는데 댓글 보고 알았어요.
루리웹에도 쪽지 기능이 있었군요.
쪽지가 몇 개 왔어요.
무속인 소개해 달라는 쪽진데 죄송하지만 그건 어렵겠네요.
어린시절 알던 분들은 제가 직접 나서도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갈비찜 무녀님은 물론 이번에 뵈어 연락처를 알고 있지만 그 분 허락 없이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부탁은 일절 들어 드릴 수 없사오니 그냥 얘기만 읽어 주십시요.
오늘 할 얘기는 좀 많이 슬픈 얘기입니다.
보시다가 우시게 될지도 몰라요.
수건 한 장 가지시고 보시길 권합니다.
그 분을 처음 만난 건 7살 여름이었습니다.
할머니와 그 날도 장에 가려고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왔어요.
오늘은 점심 메뉴가 뭘까? 할매께 간식으로 뭘 사달라고 할까? 하는 생각으로 벌써 입에 침이 고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장을 구경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시장 한 구석이 소란해지고 처음보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옷 차림이 다 헤지고 꼬질 꼬질한 산발을 한 아주머니 하나가 품에 보퉁이 하나를 꼭 끌어 안은 채 어쩔줄 몰라 하며 서 있었고,
몇 몇 동네 악동들이 뒤를 따르며 그 아주머니를 놀려대고 심지어는 돌맹이도 던지고 있었어요.
아주머니는 어찌 할 줄을 모르고 보퉁이만 꼭 껴안고 그냥 서서 당하고만 계셨어요.
지나가는 사람 아무도 그 악동들을 뭐라 하는 사람도 행동을 제지하는 사람도 없었어요.
그냥 관심이 없는 거죠.
이제 큰일 났습니다.
할매가 그걸 보셨거든요.
우리 할매는 약한 사람, 대항할 힘 없는 사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사람을 괴롭히는 걸 가장 싫어하십니다.
전 불안한 눈으로 그 광경 한 번, 할매 눈치 한 번 살폈어요.
역시나 예상과 한치 어긋나지 않게 할매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지더니 분노의 일갈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놈들!~~~~~~~~~~
아주머니를 괴롭히고 있던 애들이 깜짝 놀라 돌아보고,
어느새 달려가신 할머니가 쥐잡 듯 애들을 몰아치셨어요.
제 또래 애들이었는데 그나마 애들인 게 다행이었죠.
아마 중학생쯤만 되었어도 말보다는 몽둥이가 먼저 날아갔을 겁니다.
꼬마들은 기어이 울음을 터트리고 그 자릴 떠났어요.
애들이 떠나자 할매는 아주머니께 괜찮냐고 물어보셨는데,
아주머니는 멍하게 할매를 쳐다 볼 뿐이었어요.
그제사 그 분이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는 걸 눈치 챌 수 있었어요.
할매는 개의치 않으시고 아주머니의 더러운 옷을 털어주시면서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끌고 가려 하셨어요.
그 때,
잠시 전에 울면서 갔던 한 아이가 어떤 노기충천한 어른을 앞세우고 나타났어요.
아마 자기 아버진 거 같았고, 아버지께 일러 뛰어 온 것 같았어요.
지 아들 잘못한 건 생각도 못 하고....
상대가 남자였으면 한 대 치고 시작했겠지만 나이 많은 노인이고 여자인지라 언성만 높였어요.
하지만 그런 거에 기 죽을 할매가 아니였죠.
상대를 잘못 고르셨네요.
할매는 핏대를 올리며 얘기하는 그 아저씨를 더 방방 뛰시며 꾸짖었습니다.
애가 잘못하면 아무리 예쁜 자식이라도 꾸짖고 잘못을 알려 줘야지, 무조건 편들면 애가 뭘 보고 배우느냐며 미친 여자 때문에 자기 귀한 아들 혼냈다고 얘기하는 아저씨를 오히려 혼내셨어요. 육시랄 놈아! 애비란 게 그 모양이니 애가 그 따위로 보고 배우지 ..라면서요.
아저씨는 본전도 못 찾고 아들을 데리고 돌아갔습니다.
그 후에 할머니는 그 아주머니를 데리고 그늘진 곳으로 갔습니다.
그리곤 예서 잠시만 앉아 기다리게.. 하시며 다시 시장으로 나가셨죠.
전 얼른 할매를 따라 갔습니다.
할머니는 시장 안에 있는 순대 좌판으로 가셔서는 순대를 한아름 사셨어요.
골고루 섞어서요.
순대, 간, 내장, 머릿고기.......
그리곤 슈퍼서 차가운 음료수도 한 병 사셔선 급히 아주머니께 다시 갔습니다.
아주머니도 많이 지치셨는지 그 자리에 퍼져 앉아 계셨어요.
아주머니께 가신 할매는 사온 순대를 앞에 펼쳐 놓으시며 음료수를 따주시며 말씀하셨어요.
"요기는 했는가? 많이 지쳐 보이는데 우선 이거라도 좀 드시게..."
많이 굶주렸던지 순대를 보는 아주머니의 눈이 빛났습니다.
입에 침도 고이시어 침 넘기는 소리가 크게 들렸어요.
하지만 선뜻 손대지 못 하시고 눈치만 자꾸 보시더군요.
그건 눈치밥을 많이 먹어 본 사람의 본능 같은 거였죠.
할머니는,
"괜찮아! 어여 먹어~~"하시며 그 무서워 보이는 주름진 얼굴을 한껏 구기시며 환하게 웃어 보이셨습니다.
그제서야 할머니가 쥐어 주신 나무 젓가락으로 몇 개를 집어 먹더니, 이내 젓가락을 집어 던지곤 손으로 허겁지겁 순대를 먹기 시작했어요.
할머니는 음료수를 따주시며 체할라 이거 마시면서 천천히 먹으라 하시곤 잠시 물끄러미 그 아줌마를 안쓰럽게 바라 보시더니 다시 일어나셨습니다. 그리고 '여기 있게.' 하시며 다시 시장으로 가셨어요. 좋아도 쪼르르르~~~
그리고는 시장에서 통닭 파시는 곳으로 가셨죠.
시장 통닭 아시죠?
그 옷 입혀서 통째로 튀기는...
통닭 한 마리를 사셔선 그 아주머니께 다시 가보니, 이미 그 많은 순대를 다 드시고는 물끄러미 앉아 계시더군요.
할머니는 배가 많이 고팠나보네 라고 하시며 다시 닭다리 하날 쭉 찢어 내미셨어요.
'더 드시겠나?' 하고요.
아줌마는 헤벌쩍 웃으시며 닭다리를 받아들고 뜯기 시작하셨어요.
할머닌 누런 종이 봉투에 담긴 나머지 통닭을 갈무리 하시곤 닭 다리까지 다 드신 아주머니의 보퉁이에 끼워 주시며,
"이따 배 고프면 드시게나. 기름에 튀긴 음식이라 날씨 더워도 쉬 상하지 않을 꺼야!" 라고 하셨어요.
할머니는 일부러 통닭을 사셨던 거였어요.
돈 몇 푼 줘봐야 남한테 뺏기던지 가지고 있어도 뭘 사먹기도 힘들었겠죠.
몸에서 냄새도 많이 나고 하셨는데 어떤 식당에서도 돈이 있어도 받아주지 않았을 겁니다.
기름에 튀긴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는단 것도 이때 첨 알았죠.
그리고는 제 손을 쥐고 그 자릴 떠나셨는데 할머니가 가시다 길 뒤를 돌아 보시는 걸 첨 봤어요.
그 때, 아주머니가 벌떡 일어서시더니 할머니께 인사를 하셨어요.
제 정신이 아니지만 자기에게 잘 대해준 사람에게 고맙단 생각은 하시나 보더군요.
그리고는 그 날 점심을 먹은 어느 무녀 아줌마 댁에서도 내내 그 아주머니 생각에 맘이 불편하셨는지 식사를 뜨는둥 마는둥 하셨어요.
저야 뭐.......고기에 코 박고 있었고....데헷!
그리고 할머니는 식사를 마치시고 무녀 아줌마에게 그 얘길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해서 오며 가며 보거든 뭐라도 좀 사 먹이고 아픈 데 없나 살피라고 하셨고. 아주머니는 모두에게 그리 전한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가실 때 아주머니가 봉투를 주시자 대뜸 "여유되면 좀 더 주게." 라고 하셨어요.
그 날 여러가지 봤네요.
할머니가 삥 뜯으시는 것까지 봤으니.......
그리고 가시면서 저 과자 하나 사주시고는, 정육점에 들리셔서 그 돈을 몽땅 소고기 사는데 쓰셨어요.
전 고기를 그렇게 많이 사셔서 뭐 할까? 했어요.
특이한 건 할머니가 소고기 사실 때 기름 없는 부위로 ... 라고 하신 거였어요.
홍두깨살이라 하셨나?
할머니께선 혼자 들기도 버거울 만큼 많이 사신 소고기를 들고 낑낑거리며 집에 도착하셨죠.
집에 들어가자 마자 곧장 부엌에 가셔서는 도마와 칼을 들고 나와 바로 작업에 들어가셨습니다.
소고기 덩어리를 얇게 저미시기 시작하셨어요.
그리곤 그걸 조미한 액에 담그셨다 꺼내시어 채반에 늘어 놓기 시작하셨죠.
전 옆에서 할매 머 하시는 거예요? 하고 질문을 했는데 할매가 "응...육포 만드는 기다.." 라고 하셨어요.
전 신기해하며 할매가 하는 걸 지켜봤지요.
그렇게 다 저민 고기는 채반으로 몇 개가 될만큼 많았습니다.
그걸 몇 날을 정성껏 말리셨어요.
드디어 육포가 완성되던 날 할머니께선 다 말리신 육포를 일일히 하나 하나 정성껏 가위질을 하셔선 한입 크기로 오리셨답니다.
전 옆에서 하나 주워 먹었는데...우왕! 맛있다!
그것은 맛의 신세계였어요.
그 길로 육포성애자의 길로 접어든 좋아는 지금도 간식으로 육포를 제일 좋아합니다.
먹는 것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이후 좋아를 위해 자주 만들어 주셨던 육포 제조의 비법을 다 전수 받았던 좋아는 명절 때나 간혹 생각 날 때 상사들의 명절 선물로 육포를 드리곤 합니다.
받는 분들도 그걸 더 좋아하시구요.
제가 만든 육포를 드신 분들은 두 번 놀랍니다.
맛에 놀라고 그걸 제가 직접 만들었단 말에 놀라고.
덕분에 귀여움도 많이 받지만 귀찮은 일도 좀 있어요.
부장님이나 우연히 맛 보시고 제 육포 광팬이 되신 상무님이 냉장고에 육포 떨어지면 한 마디씩 지나가는 말로 육포 다 먹었다! 그냥 그렇타구.....하시면 해다가 진상해야 합니다. 원활한 회사 생활을 위해서....
육포를 다 만드신 할매는 그걸 야무지게 포장하시고, 이번엔 부엌에서 잘 말려서 모아두신 누릉지를 튀기셨어요.
튀겨서 설탕도 듬뿍 뿌리시고.
육포랑 누릉지 튀김을 저 줄꺼만 조금 남기시고는 다 싸시더니 말려놓은 감 말랭이며, 고구마 말린거며 보이는대로 막 싸시기 시작하셨어요.
그렇게 한 보따리를 싸시더니 "좋아야! 가자..." 라고 하시더군요.
버스를 타고 장에 나왔죠.
그 날은 장이 서는 날도 아니였지만 평소에도 시장이 있었으니까요.
장에 가셔선 보따리를 낑낑 거리시며 드시고는 뭔가를 찾아 다니셨어요.
그 미친 거지 아줌마를 찾으신 거죠.
그렇게 한참을 시장을 뒤져 그 아줌마를 찾았습니다.
시장에 있던 빵가게 앞에서였어요.
시장 빵가게 아시죠?
도시의 제과점처럼 세련된 가게가 아니고 그냥 점포 앞에 빵을 죽 늘어놓은....
그 날도 그 곳에선 작은 소동이 일고 있었어요.
아마 그 아주머니는 배가 많이 고프셨던지 그 빵들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계셨고,
빵가게 아저씨는 그런 아줌마에게 막 소리를 지르시며 재수없게 안 가나? 하시며 난리치는 중이었어요.
할매 표정이 또 험악해 지시네요.
전 속으로 오늘은 저 아제 죽었다. 했는데,
할매는 그 가게로 성큼 성큼 다가 가더니 "그만 하시게.." 라고 하시고는 빵을 잔뜩 사셨어요.
그리고는 아줌마를 데리고 공터로 가셨어요.
공터에 가셔선 싸온 물로 손수건을 적시시어 아줌마의 때낀 손을 닦아주시고는 빵 봉지를 내미셨어요.
"배가 많이 고픈가 보구만, 어서 드시게.."
아줌마는 할매를 한 번 쳐다보시고는 또 헤벌레 웃으시며 빵을 허겁지겁 드셨고, 할매는 물을 주시면서 앞에 쪼그리고 앉으셔선 쳐다보시고, 저도 할매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고.
그 많은 빵을 게눈 감추 듯 다 드시자 이번엔 할매가 쌈지에서 어느새 챙겨 오신 손톱깎기를 꺼내시어 시커멓게 때가 낀, 언제 자르고 안 자른지도 모를 손톱을 손수 깎아주기 시작하셨어요.
아주머닌 그런 할매를 얌전히 앉아서 쳐다보고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게서 그런 친절과 호의를 받아본지 오래되셨을 겁니다.
왠간해선 안 끊고 쓰려 하는데 남은 얘기가 너무 길어 이번 편만두 번에 걸쳐 나누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약속이 있어서요.
나머진 내일 꼭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루리웹 백두부좋아 님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327/read?articleId=25878887&bbsId=G005&itemId=145&pageIndex=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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