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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0718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0
    조회수 : 751
    IP : 221.155.***.18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7/01/08 00:04:17
    http://todayhumor.com/?lovestory_80718 모바일
    [BGM] 너는 나의 바람이었다


    1.jpg

    김은경, 그때 우리 사랑에 확성기가 있었다면



    그때 우리 사이에 확성기가 있었더라면
    내 운명은 조금
    달라질 수도 있었을까 그럤을까
    열리지 않는 너의 문을 열 수도 있었을까

    쩌렁쩌렁, 내 사랑을 무일푼으로도 줄 수도 있다고
    8월 땡볕 아래서 하루 종일 외쳤다면
    너와의 흥정에 내가 조금만 더 적극적이었다면

    그랬다면
    내가 돌아 나온 운명의 그 골목길에
    아직 네가 서 있을 수도 있었을까






    2.jpg

    웅진, 꿈



    그렇게 그리워하고
    바랬는데도

    내 꿈속에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다는 건

    매번 다른 꿈속에 가 있기
    때문이겠지

    꿈속에서조차 너에게 난
    관심 밖의 꿈 속이었기
    때문이겠지





    3.jpg

    황인찬, 발화




    중간이 끊긴 대파가 자라고 있다 멎었던 음악이 다시 들릴 때는 안도하게 된다


    이런 오전의 익숙함이 어색하다


    너는 왜 갑자기 화를 내는 거지?

    왜 나를 떠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거지?


    통통거리는 소리는 도마가 내는 소리다 여기로 보내라는 소리는 영화 속 남자들이 내는 소리고


    어떤 파에는 어떤 파꽃이 매달리게 되어 있다

    어떤 순간에나 시각이 변경되고 있다


    저 영화는 절정이 언제였는지 알 수 없이 끝나버린다

    그런 익숙함과 무관하게


    찌개가 혼자서 넘쳐흐르고 있다

    불이 혼자서 꺼지고 있다


    나는 너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지나친다







    4.jpg

    나희덕, 다시, 다시는




    문을 뜯고 네가 살던 집에 들어갔다

    문을 열어줄 네가 없기에


    네 삶의 비밀번호는 무엇이었을까

    더 이상 세상에 세들어 살지 않게 된 너는 대답이 없고

    열쇠공의 손을 빌어 너의 집에 들어갔다


    금방이라도 걸어 나갈 것 같은 신발들

    식탁 위에 흩어져 있는 접시들

    건조대에 널려 있는 빨래들

    화분 속 말라버린 화초들

    책상 위에 놓은 책과 노트들


    다시 더러워질 수도 깨끗해질 수도 없는,

    무릎 꿇은 물건들


    다시, 너를 앉힐 수 없는 의자

    다시, 너를 눕힐 수 없는 침대

    다시, 너를 덮을 수 없는 담요

    다시, 너를 비출 수 없는 거울

    다시, 너를 가둘 수 없는 열쇠

    다시, 우체통에 던져질 수 없는, 쓰다 만 편지


    다시, 다시는

    이 말만이 무력하게 허공을 맴돌았다


    무엇보다도 네가 없는 이 일요일은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저 말라버린 화초가 다시, 꽃을 피운다 해도







    5.jpg

    백가희, 나의 바람



    너는 나의 바람이었다

    개나리 향을 가득 실어서
    나를 채운 초봄 바람이었으며

    민들레 홀씨들을 담아 흐른 여름의 바람이었다

    바람, 너로 시작해 내게 와 흐른 바람은
    너를 바라게 했다

    나는 너를 바람
    너는 내게 바람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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