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그냥 몽이와 저와의 추억공유를 위해 적어놓는 글입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 제가 유일하게 자주 들어오는 오유에 들어와서 헤매다가 발견할 수 있게 ....
블로그도 안하고 sns에 쓰고싶진 않아 오유에 쓰는점 양해부탁드립니다.
<개몽이>
- 개몽이는 어머니께서 일하시던 식당 근처를 떠돌던 개였습니다.
몇달을 그러고 있는걸 보시곤 겨울이라도 따뜻하게 보내게 하자고 데려온게 벌써 8년.
처음 어머니 차를 타고 오던 녀석은 도중에 우리 막내가 차에 타려고 하자 맹렬히 짖어대는 용맹함을 보여줬습니다.
덩치도 큰녀석이 거칠게 그러니 .. 잘 지낼수 있을지 걱정을 했는데 .....
집에 데려와서 보니 진짜 몰골이 해도해도 너무해서 털을 깎고 씻기려는데 얌전.
털이 막 미친듯이 엉켜있어서 잘라내는대도 얌전.
목욕시키고 드라이 하는대도 얌전.
.... 얘뭐지? 라고 생각했는데 씻고나니 마치 제집인냥 신나게 돌아다닙니다.
자기도 따뜻한 집에 들어오니 좋은가 봅니다.
남자사람을 싫어하고 할머니를 좋아하는걸로 봐선 전에 키우던 분이 할머니가 아닐까 짐작도 해봤습니다.
차에서 짖은건 자길 데려갈까봐 그런게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추측도 해봤습니다.
그렇게 어영부영 우리집에 눌러살게된 녀석은 몽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됩니다.
- 몽이는 몹시 활발합니다.
얄짤없음. 파리도 잡아야 되고, 바퀴도 잡아야 되고, 인형은 밥처럼 씹어드시고 ....
그래도 신기했던건
정말 어머니께는 절대 복종.
엄마가 싫다는 짓은 절대 안합니다.
식구중에 어머니가 제일 몽이를 안봐주는데도 엄마 옆에 붙어있으려고 합니다.
구해준걸 아는것마냥.
산책을 나가서도 엄마가 제일 좋습니다.
언니는 그냥 뒤에 따라오기만 하면 됩니다.
엄마가 장난친다고 숨으면 멘붕합니다. 왔던길을 되짚어 뛰어가며 엄마를 찾습니다.
그러다 엄마가 쨘 하고 나타나면 어디갔었냐고 왕왕 거리고 폴짝폴짝 뛰고 자기도 신나합니다.
요즘엔 익숙해져서 엄마가 숨으면 그냥 나무뒤나 기둥뒤에 찾으러 다닙니다. '에휴 또 숨었네...'
- 몽이는 자비가 없습니다.
착한데 양보를 안합니다. 집에 있는 고양이들하고 놀아준다고 오뎅꼬치 잡고 흔들면 고양이와 나 사이에 털썩 앉습니다.
가끔은 그냥 오뎅꼬치를 깔고 앉습니다. '나만바라봐' '나랑만 놀아'
자기 밥도 아닌데 고양이 사료 꺼내놓으면 자기가 지킵니다.
고양이가 고양이 밥 먹겠다는데 옆에서 으르렁 거립니다.
하지만 정작 고양이가 먹으면 또 뭐라 못합니다. 와서 낑낑 거리죠. '언니 쟤가 밥먹어. 내가 지키던건데'
제가 고양이를 키우면서 생각한 가장 큰 바람은 개랑 고양이가 사이가 좋아져서 같이 하하호호 하는 그런 장면을 꿈꿨습니다.
몽이는 그런거 없습니다. 귀찮으면 다 싫습니다. 내꺼 뺏는거 다 싫습니다.
고양이가 좋다고 몽이 턱에 비비면 으르르릉 합니다.
고양이가 신난다고 몽이 엉덩이를 툭 치면 와오아ㅗ아ㅘㄴㅇ 합니다.
엄마옆에 누워있는데 고양이가 기웃기웃 거리면 으으르르릉 합니다.
고양이 이쁘다고 쓰다듬으면 고양이 쓰다듬는 팔 밑으로 지나갑니다.
질투의 화신입니다.
- 몽이는 귀엽습니다.
우리집에와서 8년이니 아마 9~10살쯤 되었을거라 생각합니다.
할멍개 나이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질투의 화신이고, 고양이 우다다를 따라 달리고, 산책만 나가면 슈퍼견이 되는걸 보면 귀엽습니다.
오래 살다보니 표정도 매우 다양해져서 째려보는거, 화내는거, 슬픈거, 기쁜거, 짜증내는거 다 알아볼 수 있게되었습니다.
- 몽이는 사고뭉치입니다.
몽이의 사고는 다 주인의 불찰이였지만 그래도 이런 아이는 처음이였습니다. 전에 아이는 얌전 그자체 '사고가 뭐야?' 같은 아이였는데.
양파를 먹었습니다.
오뎅이랑 양파를 볶아뒀는데 상해서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베란다에 있었는데 어떻게 문을 열고 들어가서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아직도 미스테리 입니다.
애가 갑자기 혈뇨를 봅니다. 멘붕. 패닉. 으악.
들쳐업고 병원으로 달립니다. 가면서 어머니가 하시는 말이 '양파먹어서 그런거 같다. 베란다에 오뎅 먹은거 같더라.' 라고 하셔서
진짜 죽는줄 알았습니다. 병원에서도 일단 주사맞고 약 먹여보고 혈뇨가 계속된다거나 애가 계속 힘이 없으면 오라그랬습니다.
근데 이틀정도 지나니 멀쩡합니다. 진짜 속이 타들어가는줄 알았습니다.
집을 나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때는 여름. 자고 일어나니 현관문이 열려있습니다. 어찌된거냐 물어보니 어머니께서 더워서 환기시킨다고 열어뒀다 하십니다.
근데 개가 안보입니다. 몽이는 어디갔냐 ... 했더니 방에 있지 않나? 합니다. 헉 싶었습니다.
집앞은 도로입니다. 무려 4차선도로. 눈꼽도 안떼고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몽아!!! 하고 부르는데 저기 횡단보도에 개 한마리가 누워있는게 보입니다. 설마 싶었습니다.
진짜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이런.
몽이가 힘없이 축 늘어져 누워있습니다. 그래서 몽아 !! 하면서 가서 살며시 만져보고 있는데 ... 옆에 과일가게 아주머니께서
'갸 그냥 지나가는차에 살짝 받혔는데 들누버뿌네.' 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에?' 했더니 차가 섰다가 출발하는 그때 진짜 끝에 살짝 아주 살짝 부딪혔답니다. 근데 누워서 못일어난다고.
전 어디 머리라도 다친줄 알았습니다. 안아들고 집에 와서 엉엉 울면서 이거 어쩌냐고 큰일났다고 엉엉엉엉.
애가 서질 못합니다. 세우면 쓰러지고 세우면 쓰러지고. 다리에 힘을 못씁니다.
그래서 또 들쳐업고 병원으로 달렸습니다.
병원에서 엑스레이 찍고 이것저것 .... 검사했는데 ....... 이상이 없답니다. 멀쩡하답니다. 그냥 잠시 쇼크가 온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도 엉엉. 엄마때문이라고 엉엉. 그리고 집에와서 하루지나니 또 멀쩡합니다. 아 이놈의 개 ................
유선종양이 생겼습니다.
몽이를 끌어안고 배를 문질문질하는데 젖꼭지 부위가 이상합니다.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집니다.
헐 이게뭐야. 야 너 이거 왜이래. 뭐야. 하고 놀래선 또 병원갑니다.
유선종양이랍니다. 중성화를 안한 개들에게 자주 생길 수 있는 병이랍니다.
발정기가 왔다 갔다 하면서 유선이 부풀었다 가라앉았다 하면서 종양이 생기는거랍니다.
그래서 수술을 감행했습니다. 중성화 수술도 함께.
이미 유선종양이 유선을 타고 번져있는 상황이라 큰 수술이 될거라고 하십니다. 또 걱정됩니다.
수술 시키고 난 후로 녀석은 무럭무럭 살이 찝니다. 후....
이외에도 자질구레한 사고를 많이 쳤지만 어쨌거나 ..
심장에 좋지 않은 녀석입니다. 일 있을때마다 심장이 쿵.
- 몽이가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나이가 나이인만큼 보낼때를 생각하기 시작해야 하는건 알겠지만 ... 어떻게 떠나보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전에 아이는 갑작스레 당뇨로 가버려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지만, 몽이는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충분히 준비를 해서 좋은곳에 잘 가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사는동안 즐겁게 산책도 많이 시켜주고, 맛있는것도 듬뿍 먹고, 사랑도 듬뿍 주고...
몽이가 가고나면 다른개를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