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첫 흡연(라고 하기에는 본격적인 흡연은 좀 더 이후이므로 엄밀히는 "흡연경험"이 맞겠습니다)는 중2.... 여름이었습니다.
당시 다니던 학교가 워낙에 주변에서 꼴통분자 집합소로 불리우던 ㅅㅅ중학교였는데 거짓말 아니고 전교생 50% 이상이 흡연자였죠.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이게 아닌가??) 저도 자연스럽게 흡연을 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피운 첫 담배가 지금까지 이어질줄은 그땐 몰랐습니다.
(잠깐 후회좀 하고....)
그리고 본격적으로 흡연을 하게 된건 고등학교 1학년이 되고부터인데...
에, 그러고보니 본격적으로 미술을 시작한것도 고등학생때이니 시기가 비슷하네요. ㅎㅎ
다니던 미술학원 옆의 슈퍼에서 학생에게도 담배를 팔았으니 쉽게 접할수 있었죠.
(지금 팔면 불법입니다! 절대 팔지 마세요. 아니 그때도 불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접하게 된 실질적인 제 첫담배는 바로....
이녀석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담배값이 너도나도 4,500원으로 친구먹는 상황이지만
그때 당시 이녀석의 몸값은 다른 담배보다 조금 비쌌습니다.
디스가 1500원 하던 시절인데 저 당시 던힐의 가격은 무려 1800원!!
( 그전까지 1300원이었으나 제가 고1때인가 담배값이 전체적으로 500원 인상되었습니다)
하지만 디스의 목구멍을 찌르는 독함과 혀에 남는 씁쓸한 뒷맛과는 다르게
그 부드러운 목넘김과 은은한 뒷맛에 1800원이 아깝지 않았죠. ㅎㅎ
그렇게 제 고등학교 3년은 던힐이 지배했습니다.
그리고 20살이 되었고 그해 우리 학번 새내기의 캐치프레이즈는 "함께해요" 였습니다.
네, 함께 담배를 피웠습니다. (음?) 미술학과 특성상 흡연자가 굉장히 많은편이었는데
학원다닐때는 여학생들이 숨어서 담배를 피웠는데 대학교 들어가니 여자애들이 아주
대놓고 담배피는걸 보고는 컬쳐쇼크를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뭐... 흡연에 성별 따지진 않습니다. ㅎ)
그리고 허세甲 선배의 "담배는 인생의 쓴맛이야. 부드러운 담배 필거면 담배 왜 피냐" 라는 말에 자극받아...
선택한 담배가 말보로 레드였습니다. 근데 이거 한 일주일 피워보니 아주 목이 만신창이가
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이건 흡사 담배를 피운다기보다는 목구멍에 담배를 지지는 거 같아서
타협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선택한것이.....
미디엄입니다. 말보로 레드 특유의 강렬한 맛을 지니면서도 자극을 최소화한 상당히 마니악한
담배였는데 마니악하다는 수식답게 파는데가 잘 없었습니다. (아....)
그 흔한 편의점에서도 말보로 레드 다음에 바로 라이트로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해서
"말보로 미디엄 주세요" 라고 하면 "죄송합니다. 미디엄은 없는데요" 라는 대답을 듣는게 대부분이었고
동네슈퍼에서는 아예 "예? 말보로 뭐요?? " 식으로 아예 존재조차 모르는 주인아저씨...
그래도 꾸역꾸역 사 피우던게 입에 맞아서인지 군대가기 전까지 이걸 피웠었죠.
그리고 입대... (하아... 군대얘기 하려니 담배 말리네요)
군대에서 가장 센세이션 했던건 담배가! 무려! 보급으로! 면세가격으로! 나온다는! 충격적인! 사실!
그런데! 그 담배가! 하필이면! 디스!!!!!!! 디스!!!!!!!!!!!
사진은 왜인지 곽담배처럼 나왔는데 디스는 클래식 패키지입니다.
뭐 선임들은 "야 불과 얼마전까지는 88 나왔다더라. 그래도 디스면 괜찮은편 아니냐. 혹시 아냐,
시간 좀 지나면 말보로나 던힐 나올지" 라고 얘기 하더군요.
물론 이 개소리는 현실로 이루어지진 않았습니다. (연초 없어졌다면서요? ㅋㅋㅋㅋㅋ)
근데 이게 연초로 인당 한보루 반이 나오는데 솔직히 한달에 이거 가지고 모자라죠. 특히
저같은경우 최전방 GOP 부대를 나온데다가 전술도로도 없는 낙오지역 소초였던지라
폭우, 폭설, 폭염 등등 별 시덥잖은 이유로 보급이 늦어지는게 허다해서 쟁여둔 담배가 떨어지는건
부지기수였습니다. (진짜사나이 ㅈㄲ!!!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부식도 가장 가까운 전술도로쪽에서 케이블카로 올리고 황금마차도 케이블병이 내려가서 대리로 사주는
마당이었던지라 케이블 고장이라도 나면... 담배요? 어휴, 밥도 못먹을 판인데 담배가 넘어갑니까?
넘어갑디다...
밥은 못먹어도 담배는 피워야겠던 우리들은 생존을 위해 담배를 구입할땐 한번에
두보루 세보루씩 사는게 습관이 됐습니다. 연초요? ㅋㅋㅋ 연초는 거들뿐. (디스 ㅈㅋ!!!)
그렇게 2년간의 군생활 후 전역을 하고 꿈에 그리던 말보로 미디엄을 다시 피우게 되지요.
개인적인 사정과 미래에 대한 계획변경으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새내기로 다른 2년제 학교에
재입학을 하게 됩니다. ( 예... 복학생이 아니고 새내기로... 1학년으로... 동급생들이 삼촌이라고 부르더군요. )
그리고 동급생 여자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오빠... 오빠 근처 오면 담배 찌린내 나요"
와... ㅋㅋㅋㅋㅋㅋㅋ 담배 찌린내.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끊... 지는 못했고 담배를 바꿨습니다.
그렇게 이 담배 저 담배 골라보며 입에 맞으면서 독한 냄새가 덜한 담배를 찾던중...
이녀석이 저에게 왔어요. ㅠㅠ (올레!)
기존의 말보로에서는 찾을래야 찾을수 없던 가슴까지 채워주는 깊은 향과 맛.
짜릿한 목넘김과 부드러운 뒷맛.
그야말로 저에게는 이만한 담배가 없었지요.
근데 제가 담배초이스 운이 정말 없나봅니다. 이거 2년도 채 안가더군요.
말보로 미디엄보다 더 안파는 담배 처음봤습니다. ㅡ,.ㅡ
시가는 죄다 No1 아니면 No6뿐이고 No5 달라고 하면 No6 주던가 그런거 없다고 하고.... (야이... )
아니나 다를까 전국적으로 피는사람이 저밖에 없었던건지
결국엔 단종처리되더군요. 그렇게 시무룩 하고 있는데
대체품으로 이게 나왔습니다.
이걸 현재까지 피고 있습니다. 굉장히 만족중이며 수요도 많은편인지
파는곳도 많아 구하기도 쉬운편이라 마음에 들고 있습니다.
이녀석을 피운지 벌써 4년째인듯 하네요. 아마 이거 단종이 되지 않는 한
앞으로 쭈욱 이녀석을 피울거 같습니다.
PS : 그 외에 피워봤던 담배들
친한 형이 피우는 레종 에어로 1mg. 나름 맛은 나쁘지 않은거 같은데 1mg이라서 제 입맛에 안맞더군요
회사 선임이 피우는 팔리아멘트 라이트. 이거 예전에 6mg일때는 맛이 괜찮았던거 같은데 5mg으로 떨어지고부터는 맛이 별로인듯요...
친한 형이 피우는 말로로 골드 라이트. 뭐랄까... 오묘한 맛입니다. 말로 표현하기가 힘든 맛인데 일단 제 취향은 아님...
친구가 피우는 말보로 터치. ㅋㅋㅋㅋㅋㅋㅋ 이거도 파는데 잘 없습니다. 제 친구도 심각하게 담배를 바꿀까 고민중인듯
아버지가 피우시는 에쎄 스페셜 골드. 음... 이건 뭐... 솔직히 니맛도 내맛도 안나서 뭔맛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세대 취향인듯...
PS2 : 개인적으로 역대 가장 마음에 들었던 패키지 디자인
역대 담배 패키지 디자인중 최고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맛이 똥맛이라 그렇지....
그러고보니 디스는 패키지 디자인을 정말 자주 바꿨네요. 맛보다 디자인으로 가는건가...
여담이지만 이 글은 정말 뻘글입니다. 사무실에서 여태껏 폈던 담배배틀이 벌어져서
저도 제가 폈던 담배들 생각하다가 정리해본것뿐입니다.
흡연을 권장하거나 흡연을 미화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
위에 빨간색으로 강조한것처럼 흡연자 입장에서야 아무리 부드럽고 순한 담배를 피워도
비흡연자가 맡는 담배냄새는 다 같은 담배냄새입니다.
우리 모두 흡연 에티켓을 지킵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