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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등학생 때 선생님들한테 들었던 괴담 몇 가지가 생각나서 그 중에 하나를 루리웹에 쓴 적이 있었는데,
역시 남자들이 모이면 군대 얘기라고 ㅎㅎ.. 귀신 얘기도 결국 군대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몇 년 지나고 오늘이 현충일이다 보니 군대에서 겪었다는 선생님들의 그 귀신 이야기가 생각이 나 다시 한 번 올려봅니다.
먼저 제가 1학년일 때 저희 사회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저희 사회선생님은 해병대를 나오셨는데, 부대 주위 마을에 봉사를 가끔씩 가곤 했습니다.
원래 선생님 성격이 애들과는 좀 많이 안 어울리는 성격이신데 ..ㅋㅋ
하필이면 당시 선생님과 후임이 봉사를 가서 맡으신 역할이 마을 꼬마애들과 놀아주는 역할이셨다고 해요.
그렇게 놀아주다 저녁쯤 되니 너무 귀찮아진 저희 선생님과 당시 후임이셨던 분이 고심끝에 생각해낸 건 보물찾기 놀이였습니다..ㅋㅋ 대충 마을 여기저기 숨겨놓고 둘이서 애들이 보물을 다 찾을 때까지 쉬고 있으면 되니까요 ㅋㅋ
그리하여 선생님과 후임은 대충 보물을 숨길 곳을 찾아 돌아다니다 적당한 곳을 찾았는데, 이 장소를 설명드리자면 꽤 크게 움푹 파인 지형 속에 숲이라고 부르기에는 작은, 아이들이 들어가도 놀이터처럼 즐길 수 있는 나무가 자란 장소였습니다.
선생님과 후임이 이 장소다 하고 내려가려는 순간 저 언덕 반대편에서 어떤 한복 입은 여성분을 발견했는데,
춤을 추고 있었다고 합니다.
천천히 아름답게 추는 춤이 마치 티비 사극에서나 볼법한 그런 춤이었다고 해요.
저녁에 다 어두워지고 그런 모습을 보면 무서울법도 한데, 워낙 군대에만 있다 보니 여자가 궁금해진 둘은 인사라도 할겸, 여자와 말이라도 섞을겸 신나서 숲을 지나서 아까 그 여성분이 머문 자리로 건너갔는데
숲을 지나가자 마자 그 여성분은 감쪽 같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 주위는 평지이고, 딱히 숨을 곳도 없을 뿐더러 지나오는데 얼마 걸리지도 않는 아주 작은 숲이라 당황했지만 뭐 어디 우리가 못본새에 숨었거나 갔거니 하고 후임과 같이 돌아서 숲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숲에 막 들어가려는 순간, 선생님이 뒤를 돌아보니 그 여자가 정말 바로 뒤에서 자신을 보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고 해요.
기겁한 선생님은 후임을 붙잡고 곧장 마을로 도망쳐왔습니다.
후에 마을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니 한국전쟁 때 억울하게 죽은 몇몇 여자들이 마을 사람들의 눈에 가끔씩 보이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하필이면 외부인이지만 군인이었던 선생님에게도 보였던 거구요.
선생님에게 무언가 사연이라도 전달하려고 한 걸까요? 왜 굳이 춤을 선생님에게 보여드린 걸까요.
무섭지만, 그 전에 전쟁으로 인해 억울하게 죽은 혼이 슬프기도 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 많이 무섭지는 않은 거 같네요 ^_^ 그래도 전 이렇게 많이 무섭지는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게 실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두 세 이야기 정도 더 남아있는데, 나름 윗 이야기보다는 더 무서울 거 같아요.
틈이 난다면 오늘 더 쓰고, 아니면 며칠 안에 더 올리기로 하겠습니다.
2.
저는 귀신을 믿는 편입니다.
그렇게 열렬히 믿는 편은 아니지만, 이 세상에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은 것과 같이, 귀신도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전공 공부하다가 귀신 이야기를 쓰니 꽤 재미가 있어서 마저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제 고3 때 담임 선생님이셨던 수리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아마 예전에 올렸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한 번 새로 써볼까 합니다.
오늘 시간이 더 난다면 다른 선생님들 이야기도 써볼까 합니다. (전공 공부는 쉬어가면서 해야되므로..)
글을 쓰는데 불편한 감이 있어서, 제가 선생님인 관점으로, 그 당시 반 아이들에게 설명하던 식으로 설명하게 될 거 같습니다.
난 어렸을 적부터 내 사촌 동생과 아주 친하게 지냈었다.
학원에 가서도 고작 당시에 열살이었던 내가 데려 올 정도였으니까 얼마나 가까웠을지는 굳이 말을 안 해도 알겠지.
그러다가 어느 명절날이었는데, 가족들이 전부 과수원을 하시는 친가 할머니댁에 모였었어.
당시에 할머니댁이 아주 큰 과수원을 했었는데, 할머니댁이 그 과수원 한가운데에 있어서 걸어가려면 시간이 좀 걸렸었지.
그런데 하필이면 이날 명절날에 사촌 동생이 시내에서 교통사고가 난 거야.
차에 깔리는 사고였는데 당시에 사촌 동생이 많이 아프지 않으니 집에 가자고 말하니까 별일 없는 줄 알았지.
(왜 바로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냐고 궁금해 하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여기에 대해선 제가 정확히 이야기를 듣지 못 했고, 당시 선생님이 고작 열살이었다 보니 판단이 부족했다고도 생각해 보면 맞을지 모르겠네요.)
그 긴 과수원길을 지나서 할머니댁에 가니까 갑자기 애가 배를 잡고 너무 아파하더라.
그래서 어른들이 놀라서 구급차를 불러 병원을 데려갔는데, 이미 너무 늦은 거지. 동생은 결국 하늘나라로 떠났어.
그러고 그 다음 해에, 다시 명절날 할머니댁을 찾았다.
나는 원래 할머니방이 명절날 비게 되면 (왜 할머니가 그 방을 비우시는지는 저도 듣지 못 했습니다.)
그 방에서 작년까지, 죽은 그 사촌 동생이랑 같이 자곤 했었는데, 이번 명절에도 습관적으로 그렇게 자게 된 거야. 그래서 결국 그 날 밤은 나 혼자서 그 방에서 자게 됐어.
그 방에서 혼자 자니까 갑자기 동생 생각이 나서 잠도 좀 설치고 있었는데 막 잠이 들려는 순간에 갑자기 잠이 확 깼다.
갑자기 방에서 개구리 소리가 나는 거야.
작년까지 동생과 시내에서 개구리를 잡아서 할머니방에 풀어놓고 할머니한테 몇 번 혼난 적이 있었는데,
그 죽었던 동생과 같이 풀고 장난쳤었던 그 개구리 소리가 갑자기 할머니방에서 나는 거지.
무서워서 정말 눈을 꼭 감았다.
근데 사람이 공포보다 더 강한 감정이 호기심이래잖아? 지금 생각하면 정말 그때 왜 눈을 떴냐 하겠는데,
슬며시 눈을 떠보니까,
무슨 공포 영화에서라도 보는 것처럼 그 동생이 쭈그려 앉아서 내 머리 위로 고개를 숙이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곤 정말 미친 듯이 중얼거리고 있었어. 딱히 나한테 원한이 있는 게 아니었으니 나한테 같이 놀자는 소리가 아니었을까??
그래도 정말 미친 듯이 무서웠어. 그런데 몸은 가위에 눌린 것처럼 안 움직여 그 상태로 눈을 질끈 감고 하루를 보냈지.
다음 날에 어른들한테 울고 불고 설명해도 어른들은 그냥 어린애가 동생을 잃고 너무 무서워서 악몽을 꿨다 정도로 생각하시고 넘어갔어.
그 뒤론 동생이 나타나지 않았고, 나도 악몽이나 가위 눌린 정도인 줄 알고 그냥 넘어가고 잊고 있었지.
그래도 할머니댁에 가는건 엄청 꺼려했어, 혹시라도 그 때 생각이 다시 날까 봐.
명절날 말고는 정말 부모님한테 떼를 써서라도 가기 싫어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할머니한테서 전화가 온 거야.
할머니댁이 과수원을 그만두고 이사를 간대. 얘기를 들어보니까 할머니댁이 과수원을 그만둔다고 하더라구.
왜인지 이유를 들어보니까, 할머니가 과수원에서 작업을 하고 계시는데 자꾸 뒤에서 누가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고 하시더라.
분명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데 말이지.
그런데 어느순간 한 번 뒤를 돌아보니까, 저 멀리 과수원 나무 사이에서 어떤 꼬마애가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거야.
당시에 죽었던 내 사촌 동생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꼬마애가 말이지.
할머니는 우시면서 그 아이 혼이 여기 머무는 거니, 우리가 떠나야 그 아이도 하늘 나라로 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
그런데 그 아이 혼이 하늘나라를 못 가고 할머니댁에서 나한테 온 거야..
어렸을 때는 수도 없이 그 아이가 나오는 가위를 눌리지를 않나..
대학생 때 혼자 자취를 할 때에는 혼자 누워 자는데 갑자기 옆에서 꼬마애가 콩콩대면서 걷는 소리가 들리지를 않나...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꿈에서든, 가위를 눌리든, 그 아이가 나오지 않더라.
그래서 또 잊고 살다가 군대에 입대하게 됐지.
병장 달고 제대할 때 즈음에, 이 날도 보초를 서게 됐는데, 내가 보초선 곳은 하필이면 탄약고에 가까운 곳이라 구석구석 CCTV도 달려있고 간부들도 자주 드나들던 곳이어서 농땡이도 못 치고 삼엄하게 관리해야 됐어.
그렇게 후임이랑 지루하게 근무 서고 있는데, 갑자기 간부 한 명이 오더니 우리한테 쌍욕을 날리는 거야.
"너네 이 시발새끼들 근무 제대로 안 서냐?!" 고 온갖 욕을 하더라.
후임이랑 둘이서 어리둥절해 하면서 무슨 소리냐고 하니까 간부가 아직도 미친 듯이 화난 표정으로 외치더라.
꼬마애 하나가 탄약고 벽에 낙서하고 있는 게 안 보이냐고,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는데 니 새끼들이 근무 제대로 안 서고 있는지는 알겠다고 하더라.
그 얘기 듣고 딱 느낌이 오는 거야. 그래서 덜덜덜 떨면서 간부한테 혹시 그 꼬마아이 인상착의가 어떻게 되냐고 물어봤지.
십 몇 년 전에 할머니가 울면서 알려주시던 그 인상착의. 사고났던 날 내 사촌 동생의 인상착의와 똑같더라.
그 날 정말 하루종일 미친 듯이 떨고만 있었다. 탄약고 벽 확인해 보니까 당연히 낙서 같은 건 없었고, 부대 주위 꼬마아이는 당연히 흔적도 찾을 수 없었고.
그 뒤로 제대하고 나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동생을 본 적 없다.
군대에서 길을 잃었나.. 아니면 지금까지 재밌게 다 놀고 하늘나라로 간 건가 모르겠어.
첫 번째 이야기에서 말씀드렸지만, 소소하게 무서운 게 실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필력이 많이 부족한 관계로 이 정도로 밖에 전해드리지 못 하는 점 죄송합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저희 물리 선생님이 공군 훈련소에 있으셨을 때 이야기인데 이건 나중에 또 쓰도록 하겠습니다.
p.s. 군대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저는 미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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