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모쏠인생이 쓸쓸하고 헛되게 흘러가던 찰나...
한마리의 남오징어인 저는 언제나처럼 발렌타인 데이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되어 우울해져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여기 이렇게 발렌타인 초콜렛이 제 앞에 놓여져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도 초콜렛을 주지 않으면 만들어 먹으면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트모양 상자에 든건 초콜렛을 좋아하시는 어머니께 사드린 선물입니다....)
오유를 비롯해 여러 블로그를 전전하니 가장 간단해보이면서도 많은 포스팅이 있었던 얼그레이 파베 초콜렛입니다.
만드는 방법은... 손가락이 떨리고, 흐르는 눈물이 앞을 가리므로 생략합니다.
그래도 저 역시 인터넷에서 많은 도움을 얻은만큼, 여기저기 알려주신 팁을 아주 간단하게 제 나름대로 정리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경험치가 미천한 관계로 저처럼 완전 초보인 분들께만 도움이 될듯합니다.
<재료>
전 회사에 가져가서 나눠먹을 요량으로 양을 많이 잡았습니다. 적절히 비율을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요리용 초콜렛 (커버춰 초콜렛) - 다크 750g, 밀크 375g,
생크림 (액상, 휘핑하지 않음, 냉장고에 차게 보관) - 500ml
(초콜렛과 생크림은 2:1이 아닌 2.25:1 정도가 잘 굳는 것 같습니다. 버터랑 꿀도 넣어야하니)
꿀 - 밥숟가락으로 2~3스푼 (요리당이나 물엿, 올리고당 가능)
버터 - 20~30g (저는 25g)
얼그레이 티 - 티백 2~3봉지
코코아가루 - 100g 이면 1kg 이상의 초콜렛을 조각내서 가루범벅을 하고 떡을 치고도 남는 듯 합니다.
초콜렛을 굳힐 사각 틀
굳힌 초콜렛을 쉽게 꺼내게 해주고, 습기를 막아주는 소중하고 고마운 랩
외로움과 분노로 갈고 닦은 쏠로력(力)
>>시작
요리용 초콜릿을 녹이기 쉽게 마구 부숴줍니다. 아니면 잘게잘게 들어있는 버튼 모양 초콜렛을 이용합니다.
생크림과 섞을 것이므로 다크 초콜렛을 더 많이 배합했습니다.
식칼을 이용한다면 손조심 꼭 두꺼운 도마 위에서 작업하세요.
생크림은 정말 이래도 될까 싶을까 하는 약한 불로 끓기 직전까지 가열합니다.
가열을 시작하면서 티백을 까고 얼 그레이 티를 부어줍니다. 가루가 고우면 나중에 그대로 섞어도 좋고 조금 큼직하면 나중에 섞을때 채에 걸러주며 섞습니다.
너무 가열해서 기포가 보글보글 생기면 안되고 김이 올라올락 말락하면 버터와 꿀을 넣고 잘 섞어주고 잘 섞였다 싶으면 불을 꺼줍니다.
냄비는 그대로 올려놔도 좋습니다.
그와중에 잘게썬 초콜렛은 중탕가열해줍니다. 초콜렛을 담은 용기가 물을 끓이는 냄비보다 커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합니다.
물의 양이 많으면 위에 얹어 놓은 용기가 커도 수증기의 압력이 강해 물이 이리저리 흩날릴 수 있습니다.
물이 끓으면 불을 약불로 줄여줍니다.
뜨거우니 맨손으로 잡지 않도록 주의.
그냥 녹는 걸 보고있지말고 꼭 계속 저어주고 덩어리진게 없도록 해줍니다.
초콜렛에도 생크림에도 물이 들어가면 안됩니다.
중탕 가열로 초콜렛 덩어리들이 어느정도 녹기 시작한다면 그 위로 가열해놓은 생크림을 천천히 살살 부어줍니다.
찻가루가 큼직하면 채에 걸러주세요.
그리고 중탕가열 상태로 계속 혼합물을 섞어줍니다.
처음에는 아래처럼 너무 묽은듯하고, 하양과 갈색이 잘 섞이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계속 저어주면 점저 색깔도 먹음직스럽게 변하고 농도도 걸쭉해집니다.
덩어리 진게 완전히 예쁘게 녹을때까지 약한불로 가열을 계속하며 저어줍니다.
찰리와 초콜렛 공장을 상상하며 식탐 넘치는 움파룸파족이 되어 열심히 저어줍니다.
혼합물이 잘 녹고 섞였으면 초콜렛을 굳힐 틀에 랩을 씌웁니다.
접히지 않게 최대한 평평하고 매끄럽게해야 랩의 주름이 생겨 아까운 초콜렛 덩어리가 끼여 바스라지지 않도록 합니다.
틀에 혼합물을 잘 부어주고 위에도 랩으로 싼 뒤, 실온에서 1~2시간 식혀줍니다.
그 뒤 냉장실에 5시간 이상 보관해줍니다. (저는 어젯밤에 넣어두고 오늘 퇴근하고 꺼냈습니다.)
난 시간도 없고 성격도 급하다하시면 냉장보관 중 잘 굳었다 싶으면 빼셔도 됩니다.
다만 냉동고를 이용하면 엉망이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주세요.
잘 굳은 초콜렛 덩어리를 썰어줍니다. 캬라멜같아서 딱딱하지 않고 말랑말랑합니다.
초콜렛 케잌이나 머드케잌 처럼 썰어줄때는 지속적으로 칼을 깨끗이 닦고 물기를 없애주며 썰어야 잘 썰립니다.
체온에 녹지않도록 위생장갑을 끼고 하면 도움이 됩니다.
조각낸 초콜렛은 하나 하나씩 코코아 가루를 묻혀줍니다.
한번에 많이 쏟아 부어버리면 코코아 가루가 묻기전에 초콜렛이 눌리거나 붙어서 못생겨져버립니다.
녹차가루도 좋다는데 너무 비싸서 포기했습니다.
네스퀵이나 핫초코는 조언대로 추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초이스가 없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너무 달기도 하고 맛이 유치해지는 느낌입니다.
코코아가루는 씁슬하면서 달지 않으므로 비교적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고 색깔도 훨씬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코코아 가루를 잘 묻혔으면 통에 담아 냉장보관 합니다.
뜨거운 손으로 만지작 했으니 냉장고에서 조금 시원하게 해주는 식혀주는게 좋습니다.
예쁘게 선물하실 분들이 계시면 뭘해도 저보단 미적감각이 뛰어나실테니 아래와 같이 대충 담지만 않으시면 될겁니다....
다행히 다른 요리를 많이해서 주방이 익숙한 덕을 본듯합니다. 너무 맛있게 완성됐씁니다.
처음만든 녀석이 성공해 뿌듯합니다.
왕초보의 입장에서 다른 초보자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누가 날 데려가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