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동게에 이녀석들 사진 들고오는게 이런 일로 찾아오게 될 줄 몰랐습니다.
두 녀석다 유기묘로 길에서 인연이 닿아 저와함께 산지 8년...
결혼하고 나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살 예정이었지만 가족들이 이 애들을 너무 예뻐해서
친정에서 계속기르고 싶다고 더군다나 연세가 많으신 외할머니께서 이 애들이 없이는
아침에 식사도 잘 안하시고 밤에 잠도 잘 못주무세요.
어릴땐 참 이뻣는데 꼬질꼬질함과 나이를 먹을수록 늘어가는 그윽한 눈빛의 둘째
억울한 상이 뭔지 잘 보여주는 첫째..
첫째는 제가일하던 회사앞에 누가 버리고간 유기묘고 둘째도 업자가 젖도안뗀 새끼를
비실거리며 다 죽어가는걸 좌판에 내놓고 있길래 업어온 업둥이여요.
사단은 지난 주 2월27일 목요일 일어났습니다.
친정집이 이사를 가게되었는데 북새통중에 애들을 이동장에 넣는걸 깜빡한 가족들이
나중에 없어지고 나서야 애들이 생각나더랍니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북적거리고 식구들도 정신이 없었다며
고양이들이 문밖으로 나가는지 몰랐다고 하시는데..
미리 말했으면 내가 애들 며칠 우리집에 데려다놓고 있었을텐데...
목요일에 잃어버린 애들을 일요일에 제게 잃어버렸다 말했는데
그때가 벌써 4일이 지난 시점이라 아득했습니다.
24시간 안이 찾을 확률이 가장 높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찾기어려워질텐데...
얘기 듣자마자 옛날집을 찾아갔는데 그때가 저녁 6시경이었어요.
혹시나 흔적이라도 남겨두었을까 싶어 현관문 열고 후레쉬 비춰보는데
신랑이 첫째가 고개를 쏙 내밀고 보다가 건물 지하실로 도망갔다고 하는겁니다
얼마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는지...
3층건물에 지하실이 있고 외부랑은 완전히 고립된 철거예정 건물이었기에
당장 건물 구석구석 수색하다가 지하실 틈에서 발견한 첫째..
4일간 물도 밥도 먹지 못한 상태로 말라서 도망도 못가고 힘없이 잡히더군요.
이동장에 넣어서 얼른 신랑 차에 데려다놓고 다시 둘째가 있나싶어 몇시간이고 수색했는데
결국 둘째는 건물 안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가져간 사료와 쓰던 모래, 물을 혹시 둘째가 이 집을 지나치다가 생각나서 들어오게되면
먹지않을까 싶어 집 안이며 집 밖이며 곳곳에 두고 와서 며칠을 지켜보는데
철거예정 건물이라 전기 수도 가스 다 끊겨있지, 현관은 열려있지
창문이며 문이며 돈되는 고물은 다 뜯어가 버린 휑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되어가는데
집 안의 밥은 전혀 줄지 않고 바깥에 뿌려논 사료들만 길냥이들이 조금 먹고 가는것 같습니다.
그 근방 약수터와 고양이들이 자주 모이는 곳 중심으로 매일저녁 먹을것 들고 나가서 하나하나
얼굴 확인해보는데 비슷한 생김새는 있을지언정 둘째는 없었습니다.
다시 품에 돌아온 첫째는 첫날 밥도 물도 안먹겠다 걱정이 많았는데
오자마자 캔을 두개나 뚝딱 하고 사료도 먹고.. 그동안 얼마나 배 고프고 어둡고 추웠었는지
물마시고 용변보더니 침대밑 구석에서 퍼져서 하루를 꼬박 자고 나오네요.
감기기운이 있는것 말고는 특별히 아픈덴 없지만
8년 넘게 살았던 둘째와는 한시도 떨어져 있지 못하는 의존성 강한 성격의 녀석이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4일간 추위와 외로움과 두려움에 떨엇을것을 생각하니..
그날 일찍 말하지. 내가 데리러 갔을텐데
그날 저녁에라도 말하지, 내가 애들 찾으러 갔을텐데..
그 다음날에라도 말하지, 회사 연차내서 당장 내려갔을텐데..
제가 걱정되어서 말 안하셨다는것도 이해는 가지만
8년을 가족처럼 살았던 녀석이 이제는 어디 차가운 길 위의 빗물과 먹다남은 쓰레기를 주워먹으며
근근히 하루하루 생명을 이어야하는 위험천만한 삶과 맞딱뜨리게 되었다는걸 생각하면
지금 집에서 그르릉 거리며 꾹꾹이하다가도 갑자기 의기소침하게 구석에서 우울하게 박혀있는 첫째를 볼때마다
둘째가 생각나고 마음이 아픕니다.
철거일이 점점 다가오고 집이 철거되고 나면 그 아이도 더 이상 예전의 냄새를 따라
옛날집에 오지는 않겠지요.
한편으로는 빈집에 고립되어 철거될때 끔찍하게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될 뻔 했던
지독하고 무서운 악몽같은 며칠밤을 보내야 했던 첫째라도 구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살아만 있어라, 살아만 있어다오.
고자수술해서 남자냄새 안나니까 동네 길냥이 형들이 때리지 않을거야
동네에 캣맘들이많은걸로 알고있는데 저 역시 매일밤 옛날집과 그동네 냥이들 나올법한
골목에 사료랑 캔이랑 물이랑 두고 찾을때까지 수색을 계속할 생각이예요.
부산 서구 토성동5가 서구청 약수터 근방
씨엔엘 매장 아래아래 철거예정 다세대 주택에서 잃어버렸습니다.
몸무게 5키로 가량 8살이상 추정되고
저렇게 오른쪽 입에 점이있는 중성화된 코숏남아
꼬리는 동그랗게 말려서 굉장히 짧고
"은동이" 라고 부르면 반응합니다.
순한데다가 호기심 많고 사람 잘따라서 접대묘엿던 녀석인데
놀라서 도망가다가 가족중 한분이 움켜쥐었는데 물고 할퀴고 도망갔다고 합니다.
나이많은 할머니를 보면 따라갈것으로 예상합니다. 제일 예뻐하고 끼고사시던 분이 외할머니이셨으니..
혹시나 부산 서구 토성동 서구청 근방에서 밥 주시는 캣맘님들
최근에 이렇게 생긴아이가 유입된거 같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내일 외할머니 수술들어가시는데 어서 짠 하고 나타나서
할머니 걱정을 날려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