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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0406
    작성자 : 시타필리아
    추천 : 32
    조회수 : 4918
    IP : 124.57.***.20
    댓글 : 19개
    등록시간 : 2015/06/03 04:20:51
    http://todayhumor.com/?panic_80406 모바일
    얼굴
    옵션
    • 창작글
    Α)
    돌아가신지 좀 지났지만, 아직도 작고 구부정하고 쪼글쪼글하셨던 나의 할머니가 선명하게 기억속에 남아있다.
     
    당신을 뵐 기회라곤 명절이나 생신정도밖에 없었는데, 그때마다 금지옥엽 외동딸인 나를 정말 아껴주셨다.
     
    당신에게는 특이한 버릇이 있으셨는데, 항상 손톱을 깎거나 머리를 빗으사면 손톱과 머리카락을 한지에 곱게 싸서 뒷마당에서 태우셨다.
     
    서울의 집에서는 그런걸 한번도 못봤기에 신기했던 나는 할머니께 이유를 물어봤고
     
    '손톱이나 머리카락을 아무대나 버리면 그걸 귀신이 주워먹고 주인의 얼굴을 빼앗는다. 그리고 너와 바꿔치기한다.
     
    내가 젊었을 적에 우리 마을에 얼굴을 빼앗긴 사람이 있었다.
     
    결국 그 사람은 집과 땅을 전부 뺏기고 마을에서 쫒겨나고 그대로 사라졌는데
     
    얼굴을 뺏은 귀신이 그걸 전부 차지하고 그 사람 행세를 하면서 살았다.
     
    그 사람이 귀신인걸 어떻게 알게 됐냐면 나중에 무덤을 파서 시체를 확인해봤더니 사람뼈가 아니라 쥐 뼈가 남아있었다.
     
    얼마나 감쪽같았는지 죽기 직전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허무맹랑하긴 하지만
     
    현대식으로 해석하면 개인정보등을 함부로 취급하면 위험하다는 듯이 아닐까? 라고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본다.
     
    주민등록번호나 인터넷 사이트의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주소, 인적사항 등등...
     
    더군다나 SNS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기까지 하니 더더욱 위험하다.
     
    할머니의 이야기에서는 머리카락과 손톱만 조심하면 됐지만 요즘에는 조심해야할게 한두가지가 아닌 것 같다.
     
    이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게 된 이유는 최근에 저런걸 소홀이 다루다 크게 한번 데였기 때문이다.
     
    세달쯤 전의 일이다.
     
     
     
     
     
    B)
    얼굴이란 무엇인가.
     
    나는 얼굴이란 그 사람, 혹은 대상을 구별하는 일종의 바코드이며
     
    사람의 얼굴이 각각 다른 이유는 서로를 구별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바꿔말하면 그 사람의 얼굴은 사람의 머리에 붙어있는 눈코입뿐만이 아니라
     
    그, 혹은 그것을 특정지을 수 있는 특유의 모든것이다-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SNS도 일종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과 글로 자신만의 일상과 기념일등을 기록한다.
     
    먹은 것, 산 것, 한 것, 본 것 등등... 자신만의 경험을 기록함으로써 SNS는 자신의, 자신만의 얼굴이 된다.
     
    나는 SNS가 사람의 머리에 달린 얼굴보다 더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얼굴은 보통 10M정도까지에서만 식별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SNS는 10M가 아니라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보고, 보여줄 수 있다.
     
    사람의 얼굴의 의미가 '식별'이라면 이보다 더한 강점은 없겠지.
     
    또한 얼굴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SNS는 자신이 얼마든지 만들어갈 수 있다.
     
    외모로 평가절하당하는 경우는 있지만, SNS는 그럴 일이 없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서 미녀도, 추녀도 될 수 있다.
     
    하지만 SNS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추녀의 평범한 일상따위 웬만해선 아무도 궁금하지는 않을 것이다.
     
    보통 미녀의 화려한 일상쪽이 더 잘 먹히는 것이다.
     
    나 김선주처럼 말이지.
     
    ----------------
     
    김선주 2015년 4월 25일
     
    오늘 오빠♥랑 먹은 파스타!!!
    홍대에 맛있는집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넘흐 맛있었음 ㅠㅠ
    담에 또 오자 오빠♥
     
    [사진]
     
    b 175명이 좋아합니다.
     
    김권혁 웅♥ 우리애기가 좋아하면 나도 좋지 ㅎㅎ 다음에 또가장♥♥♥
    2015년 4월 25일 오후 5:11  b 좋아요
     
    ----------------
     
    좋아요가 200이 안넘는걸 보고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맨날 비슷한 패턴이라서 신선함이 모자란건가?
     
    그러고보니 최근에 올린글은 전부 비슷한 패턴이었다.
     
    김권혁과 먹고 놀고 한걸 올리는게 전부였으니까.
     
    "조금 더 신선한걸 올리지 않으면..."
     
    일기같은 느낌으로 시작한 SNS는 하다보니까 애정이 붙어서
     
    이제 내 인생에서는 없어선 안될 요소가 돼어있었다.
     
    SNS는 나의 얼굴과도 같았으며, 좋아요의 숫자는 내 얼굴을 칭찬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때문에 줄어가는 좋아요의 숫자가 나에게는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신선한 일이 생겼으면 좋겠는데...음..."
     
     
     
     
    Γ)
    오랜만에 오빠가 바닷가를 가자고 했다.
     
    저녁 늦게 가서 회도 먹고 아침일찍 일어나서 해돋이도 보자고 했다.
     
    봄도 거의 끝나가는 와중에 뜬금없이 무슨 해돋이인가 싶었지만 조금 루즈한 일상이 질려있던 나는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SNS에 올릴 소재가 생겼다고 내심 좋아했다.
     
    저녁에 출발 직전에 오빠랑 한컷찍어서 올리고,
     
    차타고 가는 도중에 창밖 풍경을 찍어서 올리고,
     
    도착해서 도착했다고 풍경을 찍어서 올리고,
     
    회를 시켜놓고 한컷 찍어서 올리고...
     
    이제는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행동이 버릇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
     
    김선주 2015년 4월 27일 오후 8시 25분
     
    오빠랑 횟집에 왔어요.
    맛있네요ㅋㅋ 내일은 해돋이도 보러갈 예정!
    [사진]
     
    b 1명이 좋아합니다.
     
    김권혁 ㅋㅋ 그만하고 먹어라.
    2015년 4월 30일 오후 8시 25분  b 좋아요
     
    ----------------------
     
    글을 올리자마자 좋아요와 코멘트가 달렸다. 오빠였다.
     
    고개를 들자 오빠가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먹자"
     
    오빠는 처음에는 시도때도없이 사진을 찍고 폰을 만지는 나에게 불평을 했지만 이제는 이해해준다.
     
    몇달 전에는 안하던 SNS에 가입까지 해서 내 글에 코멘트를 달아주고는 하니 크나큰 진척이라고 할 수 있다.
     
    나를 이해해주려는 노력을 하는 오빠가 더욱 좋아진건 말할것도 없다.
     
    살짝 감동받은 나는 확인차 왜 SNS에 가입했냐고 물어봤었는데
     
    "니가 그렇게 열심히하는데 호응이 없어서 불쌍했어."
     
    라는 물어보니못한 자존심 상하는 대답이 돌아왔었다.
     
    SNS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살짝 삐진 나는 이정도면 인기가 없는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오빠는 피식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이었다.
     
     
     
     
    D)
    바다를 간 글은 상당히 호응이 좋았다.
     
    좋아요가 200을 웃돌아 300을 향해 다다가고 있다. 아마 몇시간정도면 넉넉하게 넘을 것이다.
     
    뜬금없는 계절에 바다이니 만큼 나름 신선했나보구나-라고 생각했다.
     
    덩달아서 다른 글도 좋아요가 올라가고 있다. 이것이 낙수효과란건가?
     
    수십개의 코멘트를 하나하나 읽어보며 사람들의 칭찬을 즐겼다.
     
    재밌지? 즐겁지? 대리만족을 느끼지?
     
    자! 더 코멘트를 달아줘! 내 얼굴을 더 좋아해줘! 나에게 관심을 줘!
     
    너희는 이런거 못하잖아! 이런걸 하는 나 김선주는 우월하다! 너희보다 뛰어나다!
     
    부럽다는 반응일색의 코멘트와 좋아요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일일히 답글을 달아주는 것도 상당히 일지만 팬관리라는 차원에서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나는 손목에 통증을 느껴서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잠깐 마사지를 했다. 최근에 너무 많이 타자를 쳤나?
     
    하지만 쉴 수 없다. 좀더 재밌고, 자극적이고, 신선한 글을 올리고 싶다.
     
    좀 더 사람들의 호응과 관심을 이끌어내고 싶다.
     
    하지만 그런 소재가 당장은 없다.
     
    나는 다음을 기약했다.
     
     
     
    Ε)
    다음날 바닷가 구경좀 하다가 서울로 올라온 나는 SNS를 확인해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SNS에 이상한 댓글이 달린 것이다.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요?"
     
    언제 달린 댓글이지?
     
    시간을 보니까 그제였다. 하루가 지나면 시분까지는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다.
     
    일단 "어디서 보셨는데요?"하고 코멘트를 달아보았다.
     
     
     
    F)
    누군가 내 SNS를 불펌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신선한 소재였다.
     
    나는 내SNS에 즉각 해명글을 달았다.
     
    -------------------------
     
    김선주 2015년 4월 30일 오후 4시 25분
     
    남의 SNS를 불펌하다니 치졸하기 거지없네요.
    저렇게 하면 지가 제가 됀 것 같았나보죠?
    보는 사람이 없는 SNS면 들키지 안았을것 같나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바로 고발 들어갑니다.
     
    b 459명이 좋아합니다.
     
    김권혁 우리애기 상처 많이 받았겠네 ㅠㅠ 토닥토닥
    2015년 4월 30일 오후 4시 26분  b 좋아요
     
    --------------------------
     
    좋아요가 지금까지 받아본 것 중에 제일 많이 올라갔다.
     
    자극적이고 신선한 소재! 이거다!
     
    댓글은 나에 대한 옹호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인실좆을 시키라는 글도 보였으며 내 SNS를 표절한 사람에게 악플을 달고 왔다는 글도 보인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카타르시스가 몸을 휘감았다.
     
     
     
    Η)
    문득 할머니가 해주셨던 손톱과 머리카락으로 사람의 얼굴을 빼앗는 귀신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금 상황이 똑같다.
     
    내가 쓴 사진들을 전부 퍼가서 자신이 겪은 일인마냥 SNS에 올린 것이다.
     
    이 SNS는 하루가 지나면 시와 분을 확인 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나에게 절대적인 약점으로 돌아왔다.
     
    처음에 나는 '나는 진짜니까 금방 해명되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나는 SNS에 '내가 진짜다.'라는 글을 올렸지만 상대 SNS의 추종자들이 내 그 글에 악플을 달기 시작했다.
     
    잠깐 안본사이에 수십개의 악플이 주르륵 달리기 시작했다.
     
    여론은 내가 가짜라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믿기지가 않았다.
     
    악플들을 보며 지금까지 SNS를 하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격렬한 악의에 충격과 공포감이 엄습했다.
     
    상대와 나는 계정 이름도 똑같고, 내가 올린 사진이 전부 같은날에 게재돼어 있었다.
     
    나는 SNS에 얼굴사진등의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올린 적이 없다.
     
    거기다가 심지어 상대는 오빠의 계정까지 똑같이 따라하고 있었다!
     
    당장 나를 증명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의아한건 내 SNS에 달린 오빠의 댓글은 주로 'ㅋㅋ'같은 이모티콘이었는데
     
    가짜 김선주의 계정은 느끼하고 닭살 넘치는 코멘트가 달려있었다.)
     
    예전에 내가 했던 일들을 내가 했던 일이라고 증명할 방법이 없다!
     
    막막했다. 지금까지 일기장이라고 생각했던 SNS가 이런식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순간 탈퇴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억울했고, 지금까지 써온 자료들이 아까웠다.
     
    일단 SNS어플을 종료시키고 오빠에게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을 했다.
     
    "뭘 멍청하게 그러고있냐? 인실좆 가야지"
     
    오빠의 말에 따르면 상대 SNS주인이나 악플을 단 사람들은 저작권 위반이나 명예훼손등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고소장 양식을 찾아서 순식간에 써내려갔다.
     
    댓글과 SNS글을 캡쳐해서 첨부하기도 했다.
     
    부끄럽지만 나는 과일을 깎아다 주는 정도밖에 거들지 못했다.
     
     
    H)
    경찰서에서 나오라는 전화가 왔다.
     
    두렵지 않다. 나는 진짜 김선주니까. 나의 결백을 경찰이 증명해 줄 것이다.
     
    SNS에는 나를 응원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그걸 보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진짜 김선주다. 오늘 그걸 증명할 것이다.
     
     
    Ι)
    오빠와 경찰서에서 상대를 기다렸다.
     
    그때 상대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기까지 오는 길을 모르겠으니 마중을 나와달라는 것이다.
     
    나는 알았다고 하고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J)
    상대의 모습이 보였다.
     
    가짜 김선주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준비해온 칼을 꺼내들었다.
     
    손을 흔들던 가짜 김선주의 안색이 변한다.
     
    나는 칼을 휘둘렀다.
     
    너만 없으면 내가 진짜야!
     
     
    Λ)
    상대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손을 흔들었다.
     
    가짜 김선주다. 나랑 비슷한 체형과 스타일의 여자였다.
     
    얼핏 보면 나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얼굴이 너무나 달랐다.
     
    도대체 어떤 영문으로 내 SNS를 표절하고 나를 가짜로 몰았던건지 추궁한 것일까.
     
    나는 이 양자대면으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녀는 몇M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오더니 갑자기 식칼을 빼들고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뭐지? 저걸 나에게 휘두르려는건가?
     
    나는 상황판단을 하지 못한 상태로 멍하게 서있었다.
     
    찰나에 순간 가짜 김선주의 얼굴이 선명하게 눈에 박혔다.
     
    분노와 광기가 뒤섞인, 귀신같은 얼굴이었다.
     
     
    "이 미친새끼가!"
     
    오빠가 옆에서 뛰어들어 가짜 김선주의 옆구리를 차버렸다.
     
    가짜 김선주는 넘어지면서 칼을 놓쳤다.
     
    고개를 들고 나를 노려보면서 비명을 질렀다.
     
    "너만!!! 너만 없으면!!! 너만 죽여버리면 되는데!!!"
     
    "잡아! 팔 잡아! 칼 치워!"
     
    경찰들이 달려나와서 가짜 김선주를 제압했다.
     
    버둥거리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을 지르던 그녀는 혼절해버렸다.
     
     
     
    L)
     
     
     
    Ν)
    오빠는 나를 부축해서 의자에 앉히고는 물을 떠다줬다.
     
    "많이 놀랐어? 괜찮아? 다치진 않았지?"
     
    가짜 김선주는 수갑이 채워져서 유치장에 누워있었다.
     
    오빠는 유치장을 발로 차면서 씩씩거렸다.
     
    이게 무슨 개같은 상황이야... 하..."
     
    갑자기 놀란 가슴이 진정되면서 눈물이 나왔다.
     
    오빠가 조금이라도 늦었어도 저 가짜 김선주한테 살해당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뒤늦게 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햇다.
     
    "흐윽...히잉..."
     
    "아 울지 마. 뚝! 뚝!"
     
    오빠가 나를 안고 등을 토닥여준다.
     
    그때 경찰이 프린트된 종이를 들고 다가왔다.
     
    "신원조회 완료했습니다. 그런데 저 여자도 이름이 똑같이 김선주네요.
     
    나이도 같고요. 일단 저쪽 부모와 연락이 닿아서 연락했습니다. 곧 올겁니다."
     
     
     
    N)
    정신을 차리니 유치장 안이었다.
     
    모르는 아저씨와 아줌마가 유치장 앞에 서있었다.
     
    "이년아! 이게 무슨 상황이야! 살인미수 현행범이라니, 진짜냐? 엉?"
     
    "김선주씨 부모님 맞으시죠? 유치장 들어가있는 쪽이요."
     
    "그래요. 내가 이아이 애비요."
     
    이게 무슨소리야? 처음보는 사람들이 내 부모라고 하고있다.
     
    "지랄하지마!! 난 당신들 몰라!!! 아아아악!!!"
     
    "이 미친년아! 언제까지 속썩이고 이러고 살꺼야? 아이고 내가 못살겠다 진짜!"
     
    "당신들 모른다고!!!! 모른단말이야!!! 아아아아아!!!"
     
    난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벽에 머리를 들이박기 시작했다.
     
    내가 김선주야! 내가 김선준데! 저 가짜년때문에!!! 저년만 없으면 되는데!!!
     
    "어어? 야! 잡아! 잡아!"
     
    경찰들이 유치장을 열고 들어와서 또 나를 붙잡았다.
     
    "이거 놔! 놓으라고!!!"
     
     
     
     
     
     
     
     
     
     
    Ω)
    가짜 김선주의 부모님은 우리에게 절까지 하면서 사과를 하셨고,
     
    오빠는 가짜 김선주를 감옥에 넣어야한다고 길길히 날뛰며 합의도 해주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에는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교도소가 아니라 치료감호소에 들어갔다.
     
    여기까지가 세달 전에 있던 일이다.
     
     
     
    지금 나는 오빠와 신혼여행으로 하와이에 와있었다.
     
     
    찰칵
     
     
    핸드폰카메라로 주변 풍경을 찍자 오빠가 질색을 했다.
     
    "그 난리를 당하고서도 아직고 그거하냐?"
     
    "아냐! 그냥 찍은거야! 이제 안해!"
     
    나는 그 일 이후로 해명글을 올리고 SNS를 탈퇴해버렸다.
     
    지금까지 반응도 별로 없던 글을 쓰다가 갑자기 사람들의 악플을 보게 되니 질색해서 더이상 하고싶지 않았다.
     
    요즘은 사진을 찍고 프린팅해서 손수 일기를 쓰고있다.
     
    가끔 오빠가 보여달라고 하는데 아직 보여준 적은 없다.
     
     
     
     
     
    Z)
    창틀사이로 간호사가 보인다.
     
    치료감호소의 간호사는 혹시 반항하거나 공격하는 환자들을 막기 위해서 건장한 남자들로 이루어져있다.
     
    "저기요"
     
    나는 조심스럽게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가 이쪽을 바라봤다.
     
    "제 핸드폰좀 돌려주시면 안될까요? SNS확인해야하는데"
     
    "안됩니다."
     
    "아니면 컴퓨터라도...진짜 잠깐만 쓸게요..."
     
    "죄송합니다. 안됩니다."
     
    핸드폰을 뺏기고 컴퓨터가 없는 방에 갇힌지 몇달째다.
     
    지금 내 SNS계정에 달렸을 코멘트와 좋아요를 확인하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나는 문을 두드리며 애원했다.
     
    "제발요! 딱 한번만! 진짜!"
     
    "안된다니까요!"
     
    "아 씨X!!! 좀 쓰자고!!! 아아아악!!!"
     
    쾅! 쾅! 쾅!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벽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
     
    간호사가 기겁하면서 일어나 벽에 전화기를 들었다.
     
    "여기 302호환자 발작합니다. 누구 좀 보내주세요. 빨리요. 머리에서 피납니다."
     
    -지금 두명 올라갔습니다. 진짜 그 환자 묶어두던지 해야지 이거...
     
     
     
     
    -끝-
    시타필리아의 꼬릿말입니다
    많이 모자란 졸작이지만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막상 써놓고 보니까 공포물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긴 한데...이거 연애물아닌가...근데 모티브는 무서운 이야기고...
    혹시 문제가 된다면 게시판을 옮기겠습니다...ㅠㅠ (근데 어디로가죠?)

    눈치 채셨겠지만 이번에는 글을 쓸 때 처음부터 트릭을 넣어서 써봤습니다.
    그리고 옛날이야기중에 쥐나 귀신이 손톱과 머리카락을 주워먹고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를 재해석해서 써봤습니다.
    꼬릿말을 펼치면 해석...이 아니라 설명충을 해놨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읽어주셔요...흐규ㅠ
    댓글 달아주시면 힘이 납니다.(비굴)


    이 글을 쓰면서 쓴 트릭은 각 문단마다 가짜와 진짜를 교차해가면서 썼는데
    문단에 붙은 번호를 진짜는 그리스문자, 가짜는 알파벳으로 썼습니다.
    나름 '우왕! 쩐다!'하면서 썼지만 다쓰고보니 알아채기 무진장 힘들지도 모르겠네요....OTL

    옛날 이야기에서는 여행하던 중이 고양이를 데려와 그 울음소리로 가짜를 가려냅니다.
    그렇다면 현실에 대입했을 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가 이 글을 쓰면서 처음 한 생각이었습니다.
    가짜 김선주는 따라한 SNS와 팬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진짜 김선주는 직접 한 경험과 무엇보다 옆에는 남자친구라는 존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실좆이 있죠.)
    또한 가짜 김선주는 SNS를 자신의 얼굴이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김선주는 머리카락이나 손톱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SNS같은 가상의 연결보다는 현실의 사람이 더 소중하다....이런 느낌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글에 공포감은 없고 쓸데없이 해석만 거창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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