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을 맞게 찾아왔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싱글이고,
대학 때부터 꾸준히 결혼 해 나가던 친구들이 있고
그 친구들이 아기들을 하나둘씩 낳더니 큰 애가 학교를 간다는 애도 있고(...)
아무튼 나이도 차 가는 중인지라
보다 더 격렬하게 본격적으로 결혼을 진행해 가는 친구들이 늘어나면서
싱글 친구를 찾아보기 힘들게 된 그런 삼십 대 싱글 여성이에요.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잠시 휴학을 하고 복학을 하자마자 첫 남자친구를 만나서
꽤 오래 알콩달콩 사귀는 동안 늘 결혼을 꿈꿔 왔었거든요.
언제쯤 결혼하자, 집은 어디서, 아이는 몇을, 어떻게 살 거고 ...
그러다 그 친구와 헤어지고 해외로 취업을 해 왔어요.
이 곳에서는 아이가 하나 또는 둘인 집이 없더라구요.
대체로 기본 셋, 그치만 엄마 아빠 모두 일을 하고.
사실 긴 연애가 끝난 원인 중 하나가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1,2년간은 결혼은 무슨.. 내겐 사치..ㅜㅜ
이러고 있다가 이런 환경에 던져지고 나니 다시금 스믈스믈
아.. 나도 저렇게 단란한 가정 꾸리고 예쁜 아기 낳아 살고 싶다. 는 생각을 했었어요.
결혼이라는 게, 여자에겐 어느 정도 로망을 심어주는 명사인 것 같아요.
웨딩촬영을 했다면서 사진을 보내주는 절친들이 늘어가면서 더 마음이 싱숭생숭하기도 했고..
아므튼 그러며 사는데
가끔씩 오유에서 결혼생활, 육아, 연애 게시판의 글들을 읽다가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알콩달콩 사랑스러운 부부와 가족도 많지만
역시 여전히 결혼이라는 건 현실적인 문제이구나.
결혼을 하면, 나는 여전히 시댁이 될 곳의 가족으로 품어지지는 않을 이방인이나
가족의 책무는 다하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비수를 감당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계속 커지더라구요.
십 년을 연애하고 서로 죽고 못살게 매일매일 깨가 쏟아지며 사랑해 온 지라
결혼 준비를 하면서도 너무너무 행복해하던 친구조차도 사소한 시어머니 될 분의 무리한 요구와
남편 될 오랜 연인의 무관심한 태도에 상처받고 눈물 빼고 그런 모습을 겪고 보니
경제적인 문제, 제도적인 문제 뭐 그런 것 보다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 때문에라도, 나를 나로 살기 위해서라도 싱글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끔씩 들리는 유부 친구들의 갈등과 분노,
눈으로 보이는 육아의 멘붕 상태 등등 ..
이런 것만 자꾸 전해지고 ... ㅠㅠ
이런 말을 하면 한결같이 남편 보고 살면 된다고 ..ㅎㅎ
니 편은 남편이 해줄테니 남자를 잘 고르면 된다고 하지만
인간관계의 스트레스에 매우매~~~우 취약한 태생인 저로썬 자신만 더 없어지더라구요.
전 남자친구에게는 엄청 많이 매우 미친듯이 사랑만 받았어서 행복했지만,
어머님이 의미없이 '요즘 바쁘니~', '자주 연락해~', '같이 밥 먹으러 갈래?' 하는 의례적인 문자만 와도
마음이 부담스러웠었던지라
사람 사이에 살아가면서 갈등이 전혀 네버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
집에서는 나이도 나이이니 연애라도 하라고 닦달하시고,
친구들은 하나 둘 씩 떠나가고 ㅠㅠ
누군가를 남모르게 좋아하고 연애를 다시 할 자신은 이제 없을 뿐더러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는 결혼이라는게 굉장히 거부감 느껴지는 그런 게 되어버린 것 같아서 속상하네요.
그래서인지 연애도 더 멀어지는 것 같아요.
이십대 초반 화르륵 불타는 나이도 아니고 헤어지면 그만일 때도 아니라서
이젠 누구를 만나면 꼭 마지막까지 함께해야지, 라는 마음이 은연중에 드는건지
결혼에 거부감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턴 연애도 같이 접혀지는 것 같더라구요 (이런 핑계라도...ㅋㅋㅋ)
아무튼 마음이 참 복잡하네요.
여기 오시는 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신지도 궁금하고 ..
결혼 전엔 저 같다가 결혼 후에, 혹은 남편분을 만나고 난 후에 생각이 달라지신 건지도 궁금하고 ...
친구1의 둘째 사진과 친구2의 큰 애 유치원 사진과 친구3의 웨딩사진을 보고 마음이 많이 복잡해지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