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서버의 복귀유저입니다. 닉네임은 비밀입니다.
실은 닉변 신청중입니다. 지금 제 닉네임은 부끄럽습니다. 부끄럽습니다가 닉네임이란게 아니라, 제 닉네임이 제가 보기에 부끄럽다는 뜻입니다.
저는 괴수도 아니고 능력자도 아니며 데브캣에서는 초보유저로 분류되어있는 복귀유저입니다.
다행히 업무시간에 들끓는 잉여력으로 남긴 글이 따뜻한 성원으로 추천을 제법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일기니까 반말할겁니다. 많이 비난해주세요.
일요일은 그렇게 염원하던 윈드밀 1랭을 싱겁게(토요일 일요일 전부 썼지만) 찍었다. 윈드밀 1랭은 내가 마비노기를 접기 전에 굉장히 미련이 많이 남았던 스킬이었으나, 돈도 없고 근성도 없는 내가 약셋같은걸 마련할 수 있을 리 없었으니, 내 생애 윈드밀은 2랭에서 영원히 멈춰있을 것 처럼 보였던 기억이 아련하게 되살아났다. 그래서 스킬 초기화 후에 1랭을 찍을때는 한심하게도 굉장히 큰 대업을 이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솔직히 고백해본다.
접기 전 생활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자면 나는 정말 MMORPG를 즐기는데 있어 한량과 같은 생활을 지내었다. 구하기 귀찮은 노가다재료는 마비노기를 생활화한 여자친구가 모두 구해다줬기 때문에 버릇이 잘못 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여자친구가 만일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이웃집개발자를 조심하라고 귀띔해주리라. 잉여중에 상잉여라고.
그래도 조금은 매력이 있는 친구니까 따뜻하게 보살펴달라고 구차하게 한마디 보태는건 잊지 않을 것 같다.
뭔소린지 원
주변 사람들은 내가 접을 당시 대부분 레벨 2천에서 3천대를 찍었으나 나만은 700대에서 빈둥대고 있었다. 그렇다고 악기를 잘다루냐 요리를 잘하냐. 이런것도 아니다. 그저 내게 남은 것은 키아 상급에서 쌍코피 터지며 갈고닦은 애로우리볼버와 제련 1랭뿐.
일기를 쓰면서 느끼지만 옛생각은 참 즐겁다. 여러분도 그런 즐거운 기억을 계속 쌓고 있기를 바란다.
아무튼 윈드밀을 다 찍고나니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좀 둘러봤더니 달인작이라는 것을 해야한다고 다들 그런다. 나는 무슨 달인인가 한번 살펴보니 궁수랑 전사만 달랑 달인 상태였다.
갈길이 멀구나. 천레벨 넘기지 않도록 살금살금 해야겠다. 어떻게 보면 할게 많아서 좋은 것 같기도 했다. 잘 됐다.
그저께는 개인용 맥북으로 윈도우를 통해 마비노기를 돌려봤는데 발열이 살벌하게 심해서 그만뒀다. 터치패드로 뭔가 하기가 난감해서 야금술만 깨작대다가 말았다. 다이아몬드를 주웠지만 어떻게 처분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우선 인벤에 쟁여놓기로 했다.
야금술을 하며 해변을 팔짝팔짝 뛰어다니다보니 머리 한켠에서는 그냥 이런 조기교육 그만하고 천천히 하고싶은거 하면서 느긋하게 하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같이 하는 사람도 없고, 길드도 없고, 아무튼 솔플 위주의 고독한 플레이가 될 것 같아 그냥 노가다를 먼저 하고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승리를 거두었다.
우선 목공 달인을 완료했다. 두갈드 아일에서 고독하게 장작패기 뺑뺑이를 돌고 있는데, 초보자채널에서 우연히 말을 섞게 된 어떤 친절한 분이 오셔서 함께 장작패기를 했다. 나는 풍년가라는 스킬의 존재를 그때 처음 알았고, 신세계가 얼핏 보인 것 같은 느낌에 감격했다. 장작을 이렇게 빨리 팰 수 있다니!
모르는 사람과 채팅으로 호의섞인 이야기를 나눈건 실로 오랜만이라, 즐거운 장작패기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과의 채팅이 대체로 호의적이기 힘든 리그오브레전드를 평소에 즐기던 나는 낯선 경험에 큰 감동을 느꼈다. 그러나 별로 나의 감동이 전해졌을 것 같지는 않다. 나의 온라인에서의 모습은 80%의 시큰둥함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네티즌이 다 그렇지 뭐. 그분께는 내심 크게 감사하고있다. 말동무를 해주는 것은 이렇게 사람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먼저 다가가는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장작을 패며 약간 친해진 그분과 친추를 살갑게 하고, 나는 목공 8랭을 달성했다. 달인 하나가 비로소 끝난 셈이다. 그분과 헤어진 후 나는 음유시인 마을로 가서, 노래를 배우고, 풍년가를 배웠다.
효과는 미미했다.
아무튼
아마 나중에 나는 아들이든 딸이든 낳고 나서 조기교육에 열심인 극성 한국인이 될 것 같다는 느낌에 살짝 몸서리쳐지기도 했다. 난 정말 그런게 싫지만, 자연스럽게 내 자녀들에게 나중에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다 너희들을 위해서란다!
어떻게보면 농담은 아닌 것 같다.
지금 내 옆에 놓인 노트북에서는 곡소리가 깨꼬닥깨꼬닥 들려오고 있다.
내 실력으로 이 약초를 캐는것은 무리다
더 이상 약초가 나올 것 같지 않다
이 곳에는 약초가 다 떨어진 것 같으니 다른 곳을 찾아보자
옆에서 본다면 브라질 커피농장에서 아이를 착취하는것과 별다를 바 없는 그림이 옆에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약초학 수련 방식이 맨땅에서의 채집을 강요하고 있으니 별 도리가 없다.
나는 문명의 이기 오토클릭을 이용하여 맨땅에서 계속 약초채집을 하고 있다.
과연 이 지옥같은 약초학은 어디까지 올릴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뭐 느긋하게 애니메이션이라도 보면서, 클릭 클릭 하다보면 끝이 다가오겠지
그런데 정말 이놈의 조기교육, 언제까지 해야하는걸까?
난 그냥 연금술사가 되고 싶을 뿐인데 말이다.
그런데 문득 잘 생각해보니 생판 남의 일기를 이렇게 길게 쓰면 읽어줄 사람도 없을 것 같으니 여기까지만 써놓고 가야겠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