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XX동 효X빌딩.
이 건물은 6층으로, 사무실이나 상가가 입주해있다.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 벽에는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지 마시오' 라는, 담배연기에 잔뜩 쩔어 갈색이 돼버린 코팅안된 A4용지가 붙어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재떨이 겸용인 커다란 깡통이 있으며, 낡은 플라스틱 의자가 하나.
깡통에는 언제부터 쌓인지 모를 담배꽁초가 탑을 이루고 있다.
옥상으로 가는 문은 환기를 위해 항상 열려있기 때문에, 아무때나 들어가는게 가능했다.
투신자는 이곳을 통해서 옥상으로 들어갔다.
발바닥에 담배꽁초가 밟힌다. 찝찝한 기분을 느끼며 옆으로 밀어냈다.
옥상으로 올라가자 주변의 건물들때문에 풍경은 커녕 숨이 막힐 지경이다.
지은지 몇십년이 된 6층의 건물은 딱히 높은게 아닌지라 주변의 높은 빌딩에 비하면 난쟁이인 것이다.
투신자도 키가 작아서 콤플렉스가 있었다. 참으로 어울리는 투신현장이 아닐수가 없다.
녹색의 방수페인팅이 된 옥상은 건물 주위의 차도에서 올라온 먼지로 까만색으로 덮혀있고, 빗물자국만이 청소의 흔적이었다.
옥상의 난간은 낡아서 녹슬어있다. 용접된 부분이 녹아내려 구멍이 뚫려있어 테두리가 날카롭다.
빗물에 쓸려내린 녹물로 붉은빛이 감도는 난간의 아래 웅덩이에는 투신자의 낡은 운동화가 한쌍 놓여있다.
나는 천천히 그 운동화쪽으로 걸어갔다. 발바닥에 먼지가 밟히며 서그럭거리는 느낌을 준다.
난간에 기대어 아래쪽을 보자 투신자의 시체가 보였다.
투신자는 29세. 자살한 날은 자신의 생일 하루 전날. 30세가 되기 두려워서 자살했다.
정확히는 30살이 될 때까지 진척이 없는 자신의 인생을 혐오해서 자살했다고 하는게 옳을까.
변변치 않은 집안에서 금수저, 은수저는 커녕 나무수저도 제대로 못물고 태어난 그는
또래보다 작은 키를 가지고 있어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때는 괴롭힘의 대상이었다.
용돈을 받는대로 뺏기다보니 부모님의 지갑에서 돈을 훔치기도 했었지만, 바로 들켜버렸다.
아버지께 개처럼 쳐맞고 알몸으로 길거리로 내몰렸다 용서해달라고 울며빌었던게 어연 15년 전이다.
그 이후로는 뺏길 돈이 없는 그를 일진들이 개처럼 패곤 했다.
간신히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공부를 잘하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변변찮은 대학에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등록금과 학비는 전부 빚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학에서 성실한것도 아니었다.
변변찮은 대학임에도 대학에 입학했다는 것이 무언가 대단한 것인양 들떠서 놀기 바빴다.
1학년때는 막 입학했으니 즐겨야 한다고 놀았고,
2학년때는 곧 군대를 가야한다고 놀았고,
3학년때는 군대에서 막 나왔으니 사회물좀 먹어야 한다고 놀았고,
4학년때는 아차싶었지만 계속 놀았으니 놀았다.
때문에 결국 변변찮은 졸업장을 가지고 졸업하게 됐다.
학점은 고사하고 변변찮은 스펙도 하나도 없는 그를 받아줄 회사는 없었고,
그는 백수인상태로 1년정도 지내다가 집에서 생활비를 끊는다는 협박을 당하고 나서야 아르바이트를 찾게 됐다.
하지만 그마저도 적응을 못하고 그만두고 다시 찾기를 다시 몇년.
결국 진상손님에 울컥해 싸우다 관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지막으로 아르바이트구하는 것을 멈춘다.
그리고 모은 돈으로 집에서 놀기 시작하다 이번달 집세를 내자 생활비가 남지 않았다.
어쩔수 없이 배고픈 배를 주려안고 방구석에 누워있다 문득 달력을 본다.
투신자는 내일이 자신의 생일이란 것을 알게됐다.
'변변찮은 30세가 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아니 변변찮은 정도가 아니라 '쓰레기같은 30세'정도일까.
그리고 그동안의 우울감과 불안함, 충동이 겹쳐 길거리를 배회하다 이 건물에서 투신. 유서 없음.
투신자는 20M에서부터 뛰어내려 지면까지 몇초간의 체공시간을 가졌다.
몇초간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투신을 후회하기에는 차고 넘치는 시간이다.
몸을 긁고 지나가는 바람과 옷이 펄럭이는 소리, 아찔한 가속도와 다가오는 지면을 보며
그는 조금 더 살아갈 용기를 내볼걸 그랬나?, 하고 생각했지만 몇초후에 1층에 도착했다.
격렬한 착지의 충격으로 가장 먼저 땅에 닿은 등뼈가 박살나는 것을 시작으로 온몸의 뼈가 으스러졌다.
바닥에 부딪힌 부위는 터져서 피를 뿜었고 관성으로 인해 뱃속의 내장이 찢겨나갔다.
부딪힌 머리는 깨져서 붉은 뼛조각과 함께 하얀색의 내용물을 보이고 있고 입에서도 붉은색의 피와 내장이 섞인 액체가 흘러나온다.
불행한 점은 그는 즉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낙하지점이 낮았고, 등부터 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즉사를 하지 않았단 거지 그의 숨이 붙어있던 시간은 고작해야 1분남짓이다.
하지만 그 1분동안 인생에서 느꼈던 고통중에 가장 커다란 고통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죽은 자들만이 알수 있는 고통.
투신자는 업습하는 고통에 후회마저도 미처 다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그것이 끝. 곧 그를 발견한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나 경찰차가 오겠지.
희귀한 구경거리에 사진이 찍힐지도 모를 것이고, 그는 난생 처음으로 신문이나 TV에 방송될지도 모른다.
살면서도 못경험해본 영예를 죽어서 누린다니 아이러니하다. 라고 나는 피식 웃었다.
아니, 영예라고 하기에는 이상한가? 라고 다시 한번 실소를 한다.
그리고 난간 위로 올라갔다.
1.4M의 난간은 1.5M의 키를 가진 투신자에게는 버거울 정도의 높이였지만
나는 남은 기운을 쥐어짜내 간신히 난간 위로 기어올라갈 수 있었다.
난간에 발을 딛고 균형을 잡는다.
난간은 녹때문에 원래의 매끈함을 잃어, 발바닥에 닿는 감촉은 불쾌할 지경이었지만
곧 투신할 사람에게는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내려다본 새벽의 거리에는 투신자의 시체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난간위로 올라가서 발돋움을 했지만 빌딩에 가려져 여전히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문득 맞은편의 건물 유리창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흉하다.
자신의 흉한, 30세의 백수, 찌질이, 패배자의 몰골에 질려 앞으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난간에서 발이 떨어진다.
몸이 아래로 떨어진다.
옷이 펄럭이는 격렬한 소리가 귓가를 엄습하고
날카로운 바람이 입과 눈구멍으로 들어가 따가운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후회한다.
조금 더 살아갈 용기를 내볼걸 그랬나? 하고.
그리고 몇초 후에 지면에 도착한다.
땅바닥에 닿는 순간의 충격으로 눈앞이 깜깜해진다.
하지만 으께어진 전신의 통증은 선명하다.
파열된 근육들 덕분에 버르적거리지도 못하고 1분쯤 후에, 숨이 끊어진다.
이것이 투신과정.
서대문구 XX동 효원빌딩.
이 건물은 6층으로, 사무실이나 상가가 입주해있다.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 벽에는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지 마시오' 라는, 담배연기에 잔뜩 쩔어 갈색이 돼버린 코팅안된 A4용지가 붙어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재떨이 겸용인 커다란 깡통이 있으며, 낡은 플라스틱 의자가 하나.
깡통에는 언제부터 쌓인지 모를 담배꽁초가 탑을 이루고 있다.
옥상으로 가는 문은 환기를 위해 항상 열려있기 때문에, 아무때나 들어가는게 가능했다.
투신자는 이곳을 통해서 옥상으로 들어갔다.
발바닥에 담배꽁초가 밟힌다. 찝찝한 기분을 느끼며 옆으로 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