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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째 커피 원두를 사가시는 단골이지만 이제는 택배를 통해 만나야 할 정도로 먼 곳에 사시는 고객이었던 그분을 오랜만에 뵐 수 있었습니다. 오늘 촛불 집회를 위해 나오셨다기에는 너무나 가벼운 옷차림이었습니다. '오랜만인데, 하필이면 오늘 원두를 사러 오셨나 보다' 생각하면서 환영해드렸더랬죠.
적지 않은 인파를 헤치고 오시느라 힘드셨을 분에게 "어떻게 오늘 오셨어요? 오기 힘드셨을텐데"라고 물으며 안으로 안내했습니다. 다시 보리차를 준비하며 정신이 없을 때였습니다. 안에 있던 동료가 "사장님, 어쩌죠, 어떤 손님 한 분이 아메리카노 100잔을 사시겠다는데요?"라고 물어왔습니다. 보리차 끓이기도 바쁜데 이게 무슨 재앙과 같은 단체 주문인가 싶어 반쯤 얼이 나간 채 "지금 100잔을 어떻게 만들어?"라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주문자가 바로 그 단골손님이셨습니다. 동료는 "아뇨, 결제만 하고 안가져 가시겠데요"라면서 난감해했습니다. 바로 그 분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사장님 정말 좋은 일 하시네요."
커피를 사가기는커녕 오늘 같은 날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어 아메리카노 100잔 값을 내고 갈 테니 사람들한테 나눠주라고 하십니다.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 어찌할 바 모르다가 "이거 그냥 물 드리는 건데요. 괜찮으니 나중에 커피 자주 사가시면 되죠. 안 도와주셔도 됩니다"라고 말씀드렸지만 완강하십니다.
"아니에요. 사장님 잘 하시는 거예요. 이거 그냥 100잔 결제하세요. 물값이라도 하세요. 이래야 세상이 바뀌어요."
결국 테이크아웃 할인을 적용해 30만 원을 결제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노출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30만 원은 3000잔의 보리차가 돼 시민들에게 갔습니다.
그분은 결제를 마친 뒤 홀연히 다시 인파 속 경복궁역 방향으로 사라졌습니다. 단순히 이것 때문에 오신 거였습니다. 그 먼 길을 말입니다.
출처 | http://m.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32095359 |
출처 보완 |
http://v.media.daum.net/v/20161128212605895#none
오마이뉴스에 '통인동 커피공방' 박철우 사장님이 직접 보낸 공개편지글 기사원문 링크입니다ㅠㅠ 감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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