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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금강경 핵심 구절의 뜻풀이를 해주며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금강경에 나오는 ‘범소유상 개시허망(凡所有相 皆是虛妄)’이란 구절에서 ‘허망하다는 건 허무하다는 것과는 다르다’고 하셨는데, 저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이걸 왜 하나?’ 하는 생각에 하던 일이 갑자기 재미가 없어질 때가 있습니다. 제 생각대로 안 될 때 욕심을 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도 오전에 300배 했는데 프로그램에서 또 300배 하려니까 싫은 마음으로 괴로웠습니다. 프로그램 중에 ‘정진’이 있는 줄 알았다면 아침에 안 했을 텐데요. (모두 웃음) 뭔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그 생각을 놓아버리면 되겠지요?”
“자기가 의문제기하고 자기가 대답했네요. (모두 웃음)
금강경의 핵심은 ‘영원한 것도 없고, 실체도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집착할 것이 없다는 겁니다. 집착할 것이 없으면 괴로울 일도 없습니다. 금강경에서는 이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상(相)’이란 건 약이다, 독이다, 선하다, 악하다, 크다, 작다, 이런 게 다 상이에요.
지금 법상 위에 있는 이 물 컵이 보입니까?”
“예” (대중)
“이 물 컵이 이 마이크보다 작아요, 커요?”
“작아요.” (대중)
“이 컵 뚜껑 보다는?”
“커요.” (대중)
“마이크보다 물 컵은?”
“작아요.” (대중)
“컵 뚜껑보다는?”
“커요.” (대중)
“그럼 이 물 컵은 커요, 작아요?”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도 아니에요.”(대중)
“이제 배워서 잘 아네요. (모두 웃음) 그런데 이 컵이 이 마이크와 오래 있으면 항상 뭐라고 불릴까요?”
“작다.” (대중)
“예. ‘작다’라고 오래 불리다 보면 이 컵이 작은 게 돼버려요. 이 컵은 존재가 작은 게 아니라 내가 작다고 인식하는 것뿐인데 존재가 작은 것처럼 되어 버립니다. 이것을 ‘상’이라고 합니다.
또, 한 부부가 서로 이 사람은 ‘남편’, 이 사람은 ‘아내’라고 오래 불리다 보면 자기는 아내라는 존재가 돼버려요. 그러니까 이 마이크가 없어도 ‘이 물 컵은 작은 거야’ 이러고, 남편이 죽었는데도 ‘나는 아내야’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그래서 남편이 죽었는데도 자기 스스로 ‘아내’라고 생각해서 ‘난 딴 남자와 만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렇게 인식한 것이 굳어서 객관적 존재가 돼버린다는 겁니다. 작다는 인식이, 이 주관이 오래 되면 딱 굳어버려서 ‘이 물 컵은 작은 거야’라고 마치 객관적인 것처럼 된다는 거예요. 이걸 ‘상(相)’이라고 합니다. 제 말 이해하셨어요?”
“예.” (대중)
“그러니까 ‘상을 짓지 말라’는 것은 ‘주관을 객관화시키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컵은 이 조건에서 작다고 불리지, 즉 이 조건에서 나한테 작다고 인식이 되는 것이지 이 컵 자체가 작은 게 아니라는 거예요. 이 조건에서 크다고 인식이 되면 크다고 불리겠죠. 그래서 이 컵은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도 아닌, 다만 컵일 뿐이에요. 굳이 ‘크나, 작나?’라고 물으면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도 아니다’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이걸 대승불교적 용어로 표현하면 ‘공(空)’이고 할 수 있고, 선불교의 용어로 표현하면 ‘다만 그것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큰가, 작은가 해도 ‘그것’, 새 것인가, 헌 것인가 해도 ‘그것’, 무겁나, 가볍나? 해도 ‘그것’이라고 하는 거예요. 이렇게 묻는 사람의 말에 별로 구애를 안 받으니까 동문서답한다고 오해도 받는 겁니다.
그래서 그 묻는 사람의 용어를 빌려서 대답하게 된 게 금강경의 방식이에요. 큰가, 작은가 하고 물으면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도 아니다’, 새 것인가, 헌 것인가 하고 물으면 ‘새 것도 아니고 헌 것도 아니다’, 무거운가, 가벼운가? 하고 물으면 ‘무거운 것도 아니고, 가벼운 것도 아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겁니다.
‘크니, 작니, 옳으니, 그르니, 맞니, 틀리니’ 하는 이게 다 ‘상’입니다. 그래서 ‘범소유상 개시허망’이란 ‘모든 상은 다 허망하다’는 뜻인데, ‘허망하다’는 것은 허무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허무하다’는 것은 주관적 인식이에요.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은 객관적 현상이고, 그걸 보고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끼는 건 주관적 현상이에요.
금강경에서 말하는 ‘허망하다’는 것은 주관을 말하는 게 아니고, ‘실체가 없다, 영원함이 없다’는 뜻으로써 ‘제행무상(諸行無常)이요, 제법무아(諸法無我)’와 같습니다. 그래서 금강경 뒤쪽에 가면 ‘범소유상 개시허망’을 풀어서 설명해 놨는데, ‘무릇 상이 있는 것은’을 다른 말로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이라고 하면서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이라고 했습니다. 즉, 일체의 함이 있는 법은 꿈 같고, 환상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아침이슬 같고, 번갯불 같다는 것입니다. 이 비유에서 보면 허망하다는 것은 실체가 없다는 뜻이지요.
사실, 이 한 줄이면 끝입니다. 10년 공부해도 이 한 줄이 전부이고, 100년 공부해도 이 한 줄이 전부예요. 그런데 왜 우리는 범소유상이 개시허망인 줄을, 즉 무상(無常)하고 무아(無我)인 줄을 모를까요? 그게 우리 인식의 한계입니다.
우리가 우주에 가서 지구 전체를 보면 지구가 둥글게 보이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육안으로 지구 전체를 다 볼 수가 없고, 아주 제한된 범위만 볼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눈에는 지구가 평평한 것으로 인식이 됩니다. 우리 인식상의 한계로 그렇게 착각을 하는 거죠.
우리가 ‘내 눈으로 보는 것, 내 귀로 듣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오류가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어떤 사물을 내가 경험한 한 쪽 면만 보고 ‘그건 이런 거야’라고 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런 면도, 저런 면도, 위도, 아래도, 이쪽도, 저쪽도 다 보아서, 사물의 전모를 볼 때, 다시 말해서 눈을 뜨고 코끼리를 볼 때 비로소 우리는 진실을 볼 수 있다, 실상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이걸 왜 하나? 하는 생각에 하던 일이 갑자기 재미가 없어질 때가 있습니다.’라고 물으셨어요. 갑자기 재미가 없어지면 안 하면 되지요. (모두 웃음)
즉 아침에 300배를 하고 왔는데 여기 오니 또 하라고 하면 그냥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3000배를 하라 해서 하는데 ‘600배만 하고 그만 두라’ 라고 하면 기분이 좋겠지요. 그것처럼 질문자도 ‘3000배 하러 왔는데, 300배만 하라고 하니 좋다’ 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300배 하라니까 ‘아침에 300배를 하고 왔는데 왜 또 300배를 하라고 하나?’ 했듯이 만약 108배를 하라고 하면 ‘아침에 108배 했는데 또 108배하라고 그러냐?’ 그럴 겁니다. 또 조금 전에는 스님한테 3배 하는 시간이 있었잖아요. 그러면 질문자는 ‘아침에 예불하면서 7배 했는데 뭘 또 3배하라 그러냐?’ 라고 그랬겠네요. (모두 웃음)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니까 심리 작용이 ‘재미가 없다’고 느끼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7배 밖에 못해서 10배를 채우려고 했는데, 마침 3배를 하라고 하니까 오늘 10배 채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기분이 좋은 거예요. 심리라는 게 그렇게 작용합니다.
그러니까 꽃을 보고 ‘야, 예쁘다’ 라고 하면 누가 기분이 좋습니까? 내가 기분이 좋아요. 그런데 ‘꽃이 뭐 이렇게 생겼냐? 색깔이 뭐 이래? 시들었잖아’ 라고 하면 내 기분이 나쁜 거예요. 즉 꽃을 보고 좋아하면 내 기분이 좋아지고, 꽃을 보고 싫어하면 내 기분이 나쁜 거예요.
‘우리 남편은 키가 작은데 사람은 좋다’ 라고 생각하면 내 기분이 좋고, ‘우리 남편은 사람은 좋은데 키가 너무 작다’ 라고 생각하면 내 기분이 나쁜 거예요. 똑같은 현상을 거꾸로 생각하는 거죠. ‘능력은 없지만 그래도 인물은 괜찮아’ 라고 하면 내 기분이 좋고, ‘허우대만 멀쩡하지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라고 하면 내 기분이 안 좋은 거예요. (모두 웃음)
‘도’라는 게 다른 게 아니에요. 심리라는 게 이렇게 작용한다는 걸 아는 거예요. 그러니까 저는 심리가 이렇게 작용하니까 기분이 좋고 싶으면 긍정적 관점을 가지면 되고, 기분이 나쁘고 싶으면 부정적 관점을 가지라는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여기 아주 맛있게 생긴 음식이 있는데, 거기 사실 쥐약이 들었어요. 그래서 누가 ‘야, 맛있겠다’며 먹으려고 하면 제가 ‘거기 쥐약 들었다’ 이렇게만 말하지, ‘먹어라’, ‘마라’ 하는 얘기는 안 해요. 그러니까 죽고 싶으면 먹으면 되고, 죽기 싫으면 아무리 빛깔이 좋고 냄새가 좋아도 안 먹어야지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다 행복하고 싶잖아요. 그러니 제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라고 하는 거예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런 건 없어요. ‘나는 괴롭고 싶어요’라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부정적으로 생각해라’ 라고 합니다. 자기 좋을 대로 하라는 거예요.
질문자가 괴로운 원인은 뭘까요? 욕심입니다. 욕심을 부리면 자기 뜻대로 되면 좋고, 안 되면 괴로워지는 거예요. 그러면 여러분들은 ‘욕심 없이 어떻게 살아요?’ 라고 되물어요. 그런데 저는 여러분들이 괴롭다고 하니까 욕심을 버려라고 하는 거에요. 마치 쥐약을 보고 ‘살고 싶어요’ 하면 ‘그거 먹지 마라’ 라고 하는 거고, ‘죽고 싶어요’ 하면 ‘그거 먹어라’ 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건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하고 싶으면 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결과가 나쁘면, 하고 싶어도 안 해야지요.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됩니다.
제가 ‘아침 6시에 법당에 와서 법문 들으면 천만 원짜리 수표 한 장씩 준다’ 라고 하면 아침에 눈이 잘 떠질까요, 안 떠질까요? (모두 웃음)
그래서 여러분들이 ‘법륜 스님 좋다. 법륜 스님이 법문 잘 한다’ 라고 하지만 법륜 스님의 가치는 돈 천만 원 보다 못 한 거예요. (모두 웃음) 돈 천만 원 준다고 하면 ‘아이, 귀찮다. 안 받으러 갈래’ 라고 하고, ‘스님 법문 있다’ 라고 하면 벌떡 일어나서 와야 되는데 말이에요. 여러분에게 스님 법문은 얼마짜리 가치일까요?”
“1억 원이요.” (모두 웃음)
“그건 거짓말 같아요. 한 만 원 어치 될까요? (모두 웃음) ‘아침에 법당 와서 법문 들으면 만 원 준다’고 하면 여러분들은 ‘안 받고 말지’ 그러겠지요? 그럼 10만 원은 될까요? 10만 원 가치도 안 될 것 같아요. 한 3만 원 될까요? ‘여기 가면 3만 원 주고, 저기 가면 법문 들을 수 있다’ 라고 하면 여러분들은 어느 쪽으로 가겠어요?”
“법문 들으러 갈 겁니다.”
“대충 법륜 스님 법문은 3만 원짜리 정도 될 거예요. 그런데 3만 원짜리 되는 법문을 듣고는 해탈할 수 없습니다. (모두 웃음) 여러분 스스로가 법문을 천만 원 이상의 가치로 느껴야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법문을 들을 수 있고, 졸려도 수행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가 괴로운 원인은 욕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 질문자는 사물을 부정적으로 본다고도 얘기할 수 있어요. ‘또 300배 할 수 있다’ 이렇게 기분 좋게 받아들이면 되는데, ‘아까도 300배 했는데, 왜 또 하라 그러냐?’ 하는 건 사고가 부정적이라는 거예요. 제가 아침에도 300만 원 줬는데 또 300만 원 주면 질문자는 뭐라고 하겠어요? ‘아까 받았는데 왜 또 줘요? 받기 싫어요!’ 라고 할까요?”
“아니요.”
“그래서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가 좋다’는 말이 있나 봐요.” (모두 웃음과 박수)
출처 | http://www.jungto.org/buddhist/budd8.html?sm=v&b_no=755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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